조영남 대작 논란, 관행이라지만 그래도 남는 불편함의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사실 현재의 미술에서 작품을 직접 그렸는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진중권 교수가 밝힌 것처럼 미술은 이제 그 콘셉트가 중요할 뿐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건 ‘철공소’가 하든 ‘작업장’이 하든 상관없는 일이 되었다. 이것은 그림을 그리든 작품을 설치하든 그 목적이 모사를 위한 것이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듀샹이 변기를 제품 그대로 갖다 놓고 ‘샘’이라고 콘셉트를 넣어 유명한 작품이 된 건 그래서다.

그러니 조영남을 둘러싸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작 논란은 심지어 검찰이 수사를 하고 사기죄를 적용한다는 것이 너무 과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하지만 어쨌든 일파만파 이 논란이 커지고 있는 데는 두 가지 양상이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미술계에서는 ‘관행’으로 불리는 대작이 일반 대중들이 잘 몰랐던 사실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조영남에 대해 대중들이 이전부터 갖고 있던 불편한 감정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작품이란 작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런 작품들도 여전히 많지만 그것이 온전히 작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 작가의 작품이 아닌 것은 아니다. 즉 우리에게 강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는 그저 돌멩이일 뿐이지만 작가는 그 돌멩이를 집어다가 다른 오브제와 함께 놓아두고 특별한 제목을 붙임으로써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 또 누군가 만든 의자를 사다가 제목만 달아서 작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중요한 건 콘셉트다. 그것을 작가가 부여했다면 제작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관점으로 보면 미술작품이라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인다. 사실이다. 자기만의 생각과 콘셉트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미술은 이미 특정한 전문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러니 조영남 같은 가수도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작이 관행이 된 이유들을 이해한다고 해도 여전히 이 문제에 불편함이 남는 건 다른 이유다. 조영남이 그간 해온 기행들이 이번 사건과 엮어지면서 그려지는 불편함이 있다. KBS 예능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 출연하면서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제작진까지 힘들게 만드는 기행들은 제아무리 어르신의 나이라고 해도 볼썽사나운 이미지를 남기곤 했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호박씨>에 출연해 신정아를 두둔하는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 자기 여자친구였다면 감옥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했던 조영남에 대해 대중들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즉 이번 대작 논란이 생각보다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건 그 사안 자체보다 조영남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대작에 대한 문제가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수그러든다고 하더라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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