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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약속’ 이유리, 조금 과장된 연기인들 어떠하리
기사입력 :[ 2016-05-18 17:43 ]


‘천상의 약속’을 지배하는 이유리의 모호한 매력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KBS2 일일드라마 <천상의 약속>은 이 시간에 방송되던 일일드라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김수현 작가의 1970년대 고전인 <미워도 다시 한 번>이나 <청춘의 덫>의 가련한 여인을 베이스로 언제나 그렇듯 복수의 코스요리가 펼쳐진다. 물론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처럼 여주인공은 점 하나를 찍지도 않은 채로 화장법과 헤어스타일만 바꿔 다른 인물로 변신 옛 남자 앞에 나타난다.

물론 그게 가능한 건 또 다른 SBS 일일드라마 <아내가 돌아왔다>처럼 여주인공이 알고 보니 쌍둥이여서다. 여주인공은 쌍둥이 언니의 죽음 이후 바로 쌍둥이 언니의 삶을 대신 살아가며 복수를 시작한다. 복수의 주요 대상은 옛 남자의 장모다. 여주인공을 정신병원에 가두었으며, 심지어 그녀의 다섯 살 난 딸까지 죽음으로 몰고 간 주범이자 주인공 친엄마의 교통사고를 방조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줄거리만 보아도 저녁시간의 패스트푸드 드라마 같은 <천상의 약속>은 하지만 꽤 독특한 풍미가 있긴 하다. 그건 이 드라마의 줄거리가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다. 줄거리는 사실 그냥 그렇고 어떤 회차는 눅눅한 감자튀김처럼 축축 처지기까지 한다.

다만 이 드라마에는 여주인공 이나연 그리고 이나연의 쌍둥이 언니 백도희, 거기에 죽은 백도희 대신 백도희를 연기하는 이나연까지 1인3역을 연기하는 이유리가 있다. 그리고 <천상의 약속>에서의 이유리는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과는 다른 모호한 매력이 있다.

사실 <천상의 약속>이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이 드라마는 작가가 누구건 상관없이 <왔다, 장보리> 김순옥 작가와 <압구정 백야> 임성한 작가의 대결 구도처럼 보이는 작품이었다. 슈퍼맨과 배트맨의 대결처럼 두 작가의 캐릭터를 극강으로 소화해 낸 이유리와 박하나의 대결이 기대되는 작품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대결은 시시하게 끝나 버렸다. 극 초반에 박하나는 부잣집 딸 장세진 역을 꽤 괜찮게 소화했다. 어쩌면 이나연의 애인인 강태준(서준영)을 빼앗으면서도 당당하고 그러면서도 이혼녀의 아픔을 드러내는 장세진 캐릭터 자체가 임성한 작가 작품의 여주인공의 특징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나 잘났지만, 알고 보면 불쌍한데, 그 불쌍함을 따박따박 설명해 상대방을 질리게 하다, 결국 그 불쌍함을 설득시키는 백야 같은 인물 말이다. 하지만 극 중반 장세진의 비중이 줄어든 데다 그녀의 역할이 매번 악을 지르는 수준으로 떨어지자 박하나 역시 섬세하게 앙칼진 분위기를 잃은 지 오래다.

결국 언젠가부터 <천상의 약속>은 압구정 백야와 왔다 연민정의 대결 아닌 이유리의 일일드라마로 바뀌었다. 더구나 이나연이나 백도희의 성격 모두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과는 결이 다르다. 이나연은 순진할 정도로 밝고 착한 성격이고 백도희는 똑똑하고 당찬 여성이다. 이 두 인물을 거리낌 없이 넘나드는 이유리의 연기는 연민정을 보여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리고 이유리가 딸 새별이와 쌍둥이 언니의 죽음 이후 보여준 오열 연기는 신파극의 절절한 절정을 보여준다. 이후 냉정하고 감정 없는 백도희로 변신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이나연 또한 앞서의 모습과는 역시 다르다.



특히 이 시기의 겉은 백도희 속은 이나연은 헤어스타일과 표정 때문인지, 아니면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돌아온 인물 특유의 싸한 분위기 탓인지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 속 주인공 토미에처럼 섬뜩하게 아름답다. 그리고 이 특유의 분위기는 <천상의 약속>이 다른 종류의 패스트푸드 일일드라마와 달라지는 유일한 순간이기도하다.

하지만 <천상의 약속>을 보다보면 어느 순간 배우 이유리가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배우는 살아 있는 사람 아닌 순정만화 속 눈 큰 여주인공의 비극을 연기하는 배우구나, 그런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 그녀의 연기는 최루성 이야기의 극적인 흐름과 과장된 캐릭터들을 악보 삼아 흘러간다. 하지만 감정을 정확하게는 뽑아내도 그 감정 안쪽에 있을 법한 깊이 있는 울림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혹은 그 캐릭터를 보여줄 때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배우 특유의 매력이 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유리의 매력은 이야기 안에서 존재할 뿐 이야기가 끝나면 쉽게 사라진다.

하지만 뭐 그런들 어떠하리. 빤한 맛의 패스트푸드 드라마를 짧은 순간이나마 토미에의 늪처럼 모호하게 변신시키는 능력 또한 아무나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니.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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