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어서옵쇼’, 소통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는 게 아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금요일 SBS가 선보인 <스타꿀방대첩 좋아요>(이하 <좋아요>)를 끝으로 공중파 방송 3사 모두 콘텐츠 예능을 편성했다. 외연만 놓고 보면 가창 경연과 추억 감동을 내세운 음악 예능이 모든 채널에 하나 이상씩 포진된 것과 같은 양상이다. 지난해부터 콘텐츠 예능은 MBC <마리텔>과 쿡방의 대성공으로 인해 예능과 일상을 보다 밀접하게 접목한 새로운 트렌드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런데 출발이 썩 좋지 못하다. 기존의 <마리텔>마저 주춤하면서 콘텐츠 예능의 장밋빛 미래가 점차 바래고 있다.

<좋아요>는 출연진이 PD가 되고 고정 MC진이 CP가 되어 직접 기획한 동영상 콘텐츠를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공개하고, 이를 지켜보는 네티즌들이 누른 추천 수(좋아요)에 따라 기부금을 차등 지원받는 소통형 콘텐츠 예능이다. 기부금은 사전에 KB손해보험에서 전액 협찬 후원받는다. 이보다 한 달여 앞서 KBS 예능국이 내놓은 야심작 <어서옵쇼>는 노홍철, 이서진, 김종국 등 수준급 고정 MC진이 게스트들과 조합해 재능을 어필하는 실시간 인터넷 ‘홈쇼핑’ 방송 대결을 펼친다. 재능을 놓고 굳이 대결하는 이유는 우승한 팀에게만 재능 기부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새롭게 출발한 두 콘텐츠 예능은 공통적으로 신개념 방송이라고 내세우고, 돈과 재능을 기부하는 착한 예능임을 기획의도로 삼는다. 그런데 반응이 공히 썩 좋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콘셉트인 ‘신개념’과 ‘기부’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신개념부터 살펴보자. 콘텐츠 예능이 인터넷 1인 방송이라고 아무도 정의한 적이 없지만 두 방송 모두 TV스타와 사회 각층 전문가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직접 PD겸 연기자가 되어 인터넷 생방송을 펼치는 <마리텔>의 공식을 참조한다. <어서옵쇼>는 홈쇼핑이란 새로운 설정이 추가됐지만 기본적으로 인터넷 1인 방송 플랫폼과 실시간 소통을 통한 순위대결의 변주이고, <좋아요>는 <마리텔>의 김구라까지 있다(이래도 되나 싶다). 한 가지 트집을 더 잡자면 안정환, 서장훈, 유재환, 김새롬 등 등장인물들도 적잖게 겹친다.



그보다 더욱 중대한 문제는 ‘기부’를 내세운 착한 예능 콘셉트다. 콘텐츠 예능은 소통을 근간으로 하는 장르다. 기존 예능보다 훨씬 더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간 일상을 파고드는 방송이다. 따라서 그 어떤 장르보다 정서적으로 접근이 중요하다. <마리텔>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백주부처럼 일상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있었던 것과 함께 인터넷 하위문화와 그 정서를 방송에서 고스란히 변환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발 콘텐츠 예능들은 이런 정서적 접근 대신 착한 예능과 기부라는 당위를 내세운다.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꼭 봐야 할 이유는 아니다. 일상과 우리의 이야기니까 함께 소통하자가 아니라 착한 의도를 가진 예능이니까 봐달라는 일방적인 제안이다. 소통을 근간으로 하는 콘텐츠 예능과는 상극의 접근이다.

이처럼 출발이 삐끗하니 <어서옵쇼>는 두 번째 촬영분부터 위기를 논한다. 워낙에 재능 넘치는 출연진들이 상황상황을 재밌게 만들지만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후크가 말을 안 듣자 급한 대로 농구, 뇌섹남 퀴즈, 파트너 선정 등등 이런저런 장치를 추가한다. 재능 기부의 첫 번째 주자인 안정환은 “이 프로그램을 왜 해야 하는지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시청자들은 회가 거듭할수록 기획의도를 알아채지 못하는 어긋난 길로 빠질 수 있는 흐름이다.

<좋아요>는 기부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진부했다. MC진이 활약할 상황도 별로 없었고, 육아와 동물, 혼밥 등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동물농장><나 혼자 산다>와 기타 EBS 다큐를 보면 될 일이었다. 특히 혼밥을 외로움으로 푸는 1차원적 접근은 일상성의 결여가 드러난 상징적인 예였다. 콘텐츠 예능에서 소통의 의욕이 떨어지면 당연히 재미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들이 원형으로 삼은 <마리텔>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1위를 독식하는 ‘양필라’ 양정원이 방송도 잘하고 화제성 지수도 높여주는 효녀지만 안 그래도 교체주기가 빠른 여성스포테이너를 발굴한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콘텐츠의 다양성과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 외 김구라, 이경규, 레인보우 모두 재밌었지만 화두를 이끌 방송은 아니었다. 장진우는 쿡방의 종말을 요리했다.

이경규의 눕방까지는 어떻게 이슈를 만들어냈지만 점점 일상과의 접점을 가진 콘텐츠 발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터넷 하위문화의 한 장으로 정착하는 분위기다. 신선함, 일상과의 교류보다는 <마리텔>내에서 소통을 즐기는 시청자들이 모이게 되는 하위문화의 특성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김구라와 이경규 방이 그 예다.

지금 원조집도 이런 상황에서 새로 런칭한 콘텐츠 예능 프로그램들은 기부와 좋은 의도니까 실시간 소통을 하고 시청해달라고 말한다. 콘텐츠 예능은 기존 예능 제작법과 전혀 다른 논리와 방식으로 출발했다. 기존 예능과는 토양과 논리가 전혀 달라서 예능 빅뱅을 일으킬 가장 가능성 높은 장르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가두고 기존 예능의 작법의 틀 안에서 소화하려 애쓴다. 좋은 의도도 좋지만 소통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콘텐츠 예능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복기해봐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채웠을 때, 빨리 알아차리면 차릴수록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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