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의 잘못된 위기관리, 문제를 더 키운다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MBC에브리원 뮤직생방송 <쇼 챔피언>에 나와 노래하는 AOA의 사진은 기사로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댓글이 달라붙었다. 사실 이런 사진 기사가 이토록 관심을 끄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역사 무지 논란을 겪었던지라 AOA의 이런 활동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여전히 불편한 시선은 사진 한 장에도 들끓는다.

이런 경우 상식적으로는 활동을 잠시 멈추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제 아무리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불편한 시선이 지워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논란의 한 지점을 자꾸만 환기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노래가 음원 차트 1위를 해도 또 무대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인다고 해도 그것은 박수받기보다는 비난받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사실 AOA의 이번 논란 자체가 소속사의 잘못된 관리에서 비롯된 일이다. 소속 연예인이 달라지고 있는 방송 환경에 맞춰 준비시키는 것도 소속사가 해야 할 일이다. 또 <채널AOA> 같은 일종의 홍보 프로그램을 하면서 오히려 논란만 야기 시켰다면 그것 역시 소속사의 관리 책임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장면은 예능에서 많이 하던 퀴즈를 통해 무식을 드러내고 그것을 웃음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만일 소속사가 이것을 꼼꼼히 챙기고 확인했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AOA 논란에서 가장 큰 소속사의 무리수는 그 와중에 신곡을 발표하고 쇼케이스에 AOA를 세웠다는 점이다. 걸 그룹으로서 발랄하게 춤추며 노래해야 하지만 논란에 휩싸인 그녀들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또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니 울다가 또 노래하고 춤추고 또 우는, 사실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소속사가 소속 연예인을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선택이었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논란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기는 기획사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진다. 하지만 위기를 맞은 몇몇 기획사들의 행보를 보면 관리는커녕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는 경우가 심심찮게 많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가 옹달샘의 잇따른 논란이다.

몇 개월 전의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다시 불거진 장동민의 한 부모 가정 조롱 논란도 그렇고, 최근 엄청난 논란으로 터져 나온 유상무의 성폭행 의혹 논란도 그 파장이 훨씬 크게 된 이유는 역시 그 밑바탕에 소속사의 잘못된 관리가 깔려 있다. 과거 옹달샘이 인터넷방송에서의 잘못된 발언으로 문제가 됐을 때 그만한 자숙의 모습들을 보였다면 최근의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무슨 자신감인지 혹은 대중의 불편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뜻인지 버젓이 방송을 강행해왔다. 이렇게 되면 작은 문제가 생겨도 그 파장은 엄청나게 크게 번질 수 있다. 이미 한 번 저지른 잘못에 대해 그만한 자숙을 보이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불편함을 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유상무는 이번 논란으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자숙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공식 보도자료에도 ‘잠정’이라는 문구를 집어넣는 무리수를 보이기도 했다. 그것이 잠정이 될지 아닐지는 소속사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껏 자숙하겠다고까지 얘기했지만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 건 대중들의 정서에 둔감한 소속사의 잘못된 대처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오는 소속사들을 보면 이른바 꽤 ‘잘 나가는’ 기획사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관리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대중들의 입장을 잘 들여다보지 못해서 생겨나는 일이라는 점이다. 결국 그들이 잘 나가는 이유는 대중들의 지지 덕분이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관리의 지향점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명백해질 것이다. 모두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위한 선택들이 아닌가.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에브리원]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