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이 쉽지 않은 영화가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이 5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 수치는 여기서 머물 것 같지 않다. 영화의 특성 상 재관람이 이어지고 있고, 칸 영화제에서의 호평 덕분에 영화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곡성>처럼 쉽지도 않고 또 보기 편하지도 않은 영화가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관객들의 발길을 <곡성>으로 향하게 했던 걸까.

그 첫 번째는 “절대로 현혹되지 말라”는 포스터 문구가 역설적으로 보여준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라는 데 대중적 관심은 분명 있었고, 시사회를 통해 드러난 평들은 이 작품이 ‘문제작’이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게 만들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를 통해 <곡성>에 대한 여러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이야기를 꺼냈고, 그것은 이 영화의 훌륭한 미끼가 되어주었다. 대중들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갔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전히 남는 궁금증 때문에 분분한 의견들과 해석이 오히려 더 큰 궁금증을 만들었다. 미끼가 또 다른 미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런 미끼를 던졌다고 해도 영화가 나름의 진정성을 갖지 못했다면 관객의 심기는 상당히 불편해졌을 것이다. <곡성>은 그러나 단지 관객들을 미궁 속에 빠뜨려 허우적대는 걸 즐기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나홍진 감독은 스스로도 말하듯 우리네 인간 인식의 한계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 느끼게 해주었다.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주인공인 종구(곽도원)에게서 느껴지는 연민의 감정이다. 처음에는 시골 동네에 있는 겁 많은 경찰로 바로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오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 가족의 비극을 야기하게 되는 그런 인물이다.



이 정도의 피가 튀기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인물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느끼게 되는 건 그만큼 나홍진 감독이 영화에 기울인 진심이 깊다는 이야기다. 나홍진 감독은 그래서 <곡성>을 통해 인간 존재와 구원 혹은 그 한계에 대한 진심어린 질문을 던졌고, 그것이 관객들에게도 느껴졌다는 것이다.

종교를 통한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건 자칫 잘못하면 ‘먹물’들의 자의식 강한 영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그렇지 않았다. 쉽게 현혹되고 흔들리는 인간 존재를 그리면서도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있었기 때문에 관객들도 기꺼이 이 미궁 속에서 종구라는 인물의 혼돈에 빙의될 수 있었다.

결국 예술혼이란 작가의 진심이 얼마만큼 담기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 <곡성>은 어려운 문제지만 에둘러 가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하며 앞으로 걸어 나간 감독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남는 미진함이 허탈감이 아니라 감독이 끝까지 던진 질문으로 여겨지게 된 건 3시간 가까이 보여준 영화의 집념 덕분이다. 500만 관객은 그것이 대중적으로도 통했다는 걸 말해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곡성>메이킹필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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