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김반장, 이런 삶을 알게 되어 땡큐라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5월 초 북한산 자락 아래에 위치한 김반장의 하우스는 잔잔한 파장을 몰고 왔다. 김반장은 EBS <스페이스 공감> 정도를 제외하면 방송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런 그가 2003년 아소토 유니온으로 시작해 우리나라 레게, 소울 장르의 대표적인 음악인으로 자리매김한 음악만큼이나 독특한 일상과 공간으로 사람들을 단 한번에 ‘모셨다’.

북한산 아래 낡은 집에서 유유자적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김반장의 삶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충분했다. 그 독특함은 짙은 잔향을 남겼다. 신선하고 한편으로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지난주 무지개 하우스 식구들은 시청자들을 대신해 김반장의 집을 찾아가 직접 구경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의 첫 마디는 ‘이보다 더 좋은 펜션은 가본 적이 없다’다. 텃밭에서 걷어 올린 푸짐한 유기농 비빔밥과 바비큐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욱 당기게 했다. 물론 서울에 있는 가정집이니 펜션도 아니고 세련되거나 편리하거나 잘 구비된 무언가가 있는 럭셔리한 숙소도 아니다. 찻길에서 일흔여섯 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대문에 당도하는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외지고 낡은 집인데, 들어서면 비밀의 화원처럼 넓은 마당과 북한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맞이한다.

그런데 육중완의 옥탑방처럼 일상의 공감대를 찾을 만한 구석도, 김동완처럼 다양한 취미도 없다. 이태곤처럼 럭셔리한 집도 아니다. 안 꾸며놓은 것은 아니지만 요즘 유행하는 셀프 인테리어의 개념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기존 대문과 그네에 페인트칠을 하는 정도지 라이프스타일 샵 제품이나 특정 경향을 반영한 가구들을 배치하지 않았다. 아니 가구랄 것 자체가 없다. 물 빠진 진보라 이불에, 낡은 압력 밥솥 등 오래되고 값싸고 단출한 가재도구는 오히려 할머니 댁에 온 듯하다. 그렇다고 자신의 공간에 관심이 없거나 게을러 집안일에 신경을 안 쓰는 것과는 정반대다. 눈 뜨자마자 집 안팎을 살피며 하루를 보내는데, 마당의 잡초를 제거하고 온수 마련을 위한 불을 지피는 일 등 매우 분주하다.



그의 공간이 독특한 색을 입는 건 그의 일상 때문이다. 물을 마시기 위해서 정수기 대신 북한산에 약수를 뜨러가고, 음료도 간편한 티백이나 커피를 내려먹지 않고 직접 채취해서 말린 목련차, 헛개나무차 등을 낡은 주전에 끓여 마신다. 뭔가 자유롭고, 슬로우라이프를 지향하는 삶이 힙스터스러우면서도 그냥 부모님 세대의 옛날 사람 같기도 하다. 시간과 유행과 물질적 풍요와 바쁘디 바쁜 삶의 속도를 자랑하는 서울이 그저 다른 세계인 것처럼, 바람에 따라 햇빛에 따라 소나무의 싱그러움에 이끌려 옥상에 올라가 낮잠을 청하는 유유자적한 삶과 자유로운 정신에 뭔지 뭐를 결핍과 끌림을 동시에 느낀다.

그런데 더더욱 놀라운 경험은 공간을 뜯어볼 때다. 분명히 행정구역상 서울인데도 그의 집이 전혀 서울에 있는 것 같지 않다는 데서 처음 놀란다. 그리고 그 동안 매체에서 접했던 인테리어 및 공간에 대한 접근과 개념이 전혀 다르다는 데서 당황하게 된다.



라이프스타일 관련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삶을 전시한다. 그리고 여기엔 일종의 유형과 유행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데 김반장의 집은 흔히 ‘슬로우 라이프’라고 하면 떠올리는, 힙한 포틀랜드식 킨포크 스타일의 이미지가 없다. 김반장의 집과 일상은 아티스트의 특별함을 물질적, 외향적인 취향에서 찾는 선입견을 깨부순다. 그는 공간을 꾸미되, 살림의 흔적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설정도 없다. 인테리어의 대부분을 결정짓는 것이 가구인데 김반장의 집에는 예술가들이 흔히 그럴 것 같은 장인의 손맛이 깃든 원목이나 전통 가구가 놓여 있지 않다. 보통 심혈을 기울이는 조명도 그냥 기존 형광등을 쓴다.

그럼에도 김반장의 집에 우리의 마음에 이토록 머무는 것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자유로운 정신과 자신감이란 무형의 정서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전해 듣는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집을 어떻게 꾸며놓고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를 넘어선 삶의 철학과 정신이 공간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나 혼자 산다>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 있다. 블루투스로 음악을 트는 세상에 한 곡 한 곡 LP판 돌려야 하는 불편함은 이 집의 상징이다. 심지어 온수와 난방이 되지 않는 최악의 주거 조건마저도 모든 게 ‘땡큐’라고 노래하는 자유로움과 자신감이 녹아든 공간이기에 끌리는 것이다.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 관련 예능이 대부분 놓쳐왔던 공간을 삶의 철학으로 풀어낸 최근 예능에서 만난 가장 흥미로운 시도이자 사례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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