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다양한 시도들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모바일 기기를 바꾸기 전에는 <앵그리버드> 게임 시리즈를 꽤 많이 했다. 단순하고 중독성 높은 게임이다. 새총으로 동그란 새를 포탄처럼 쏘아서 돼지들이 만든 구조물을 무너뜨리는, 그냥 대포알로 표적 맞추는 게임인데, 알을 훔친 돼지를 응징하는 분노한 새들이라는 설정을 달아놓고 그에 맞추어 게임을 만들어놓으니 훨씬 재미있어졌다.

얼마 전에 <앵그리버드 더 무비> 영화가 나왔다. 게임 설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니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계획이 나온 것이다. 그 이전에 나온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성공을 거두었으니 장편도 가능하다고 본 모양이다.

시사회로 영화를 보았는데, 그렇게 좋은 영화라고는 못하겠다.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와 설정이다. 게임에서는 ‘알을 훔친 돼지를 응징하는 분노한 새들’이라는 설정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를 만들려면 여기에 보다 치밀한 드라마의 논리가 들어가야 한다. 영화는 왜 돼지들의 도시가 일부러 부수라고 만든 것처럼 엉성한지, 왜 몇몇 새들은 ‘폭발’하는지, 왜 도난당한 알을 구출하는 섬세한 임무를 맡은 새들이 다짜고짜 돼지들의 도시를 파괴하려고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정상적인 영화와 정상적인 게임의 중간지대에 있는데, 그 결과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최근 <하드코어 헨리>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이 작품은 <앵그리버드 더 무비>와 반대되는 방향에서 시작된 영화이다. <앵그리버드>가 게임 설정을 영화화한 작품이라면 <하드코어 헨리>는 1인칭 슈팅 게임처럼 만든 액션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헨리라는 사이보그인데 기억도 잃었고 말도 못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가 염동력이 있고 사이보그 군대로 세상을 정복하려는 악당과 싸운다는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보통 폭력적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영상을 영화관의 큰 화면에서 실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무참하게 죽어나가는 폭력적인 영화다. 그리고 이 폭력성은 게임을 흉내냈기 때문에 더 잔인해지는 경향이 있다. 만약에 비슷한 종류의 게임을 직접 한다면 컴퓨터 그래픽의 비현실성과 자기 캐릭터의 생존이라는 목표에 따른 행동 때문에 이 폭력성은 상대적으로 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진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그냥 멍하니 지켜봐야 하는 영화의 경우엔 폭력을 체험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의 문제도 있다. 게임의 경우 우린 자신의 캐릭터에 100퍼센트 몰입한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반영할 수 없는 영화의 경우, 아무리 1인칭으로 몰아붙인다고 해도 결국 남이다. 남인데, 얼굴도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으며 과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남이다. 이런 남의 시선에 갇혀서 영화 내내 끌려다니는 것이다.

<앵그리버드 더 무비>와 <하드코어 헨리>는 영화와 게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시도 중 하나이다. 프랜차이즈 캐릭터의 상품성을 확장하려는 익숙한 시도인 <앵그리버드 더 무비>보다 경계선에 있는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하드코어 헨리> 쪽이 더 실험적이다. 하지만 양쪽의 결과가 모두가 미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영화는 국경이 있는 영토가 아니며 이 매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최근엔 VR 영화란 것이 나왔다. 얼마 전 칸 영화제에서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런 시도가 전통적인 영화에 위협이 될 것이라 경고한 적 있다. 예언을 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지만 이런 시도가 한동안 전통적인 영화에 큰 변화를 줄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새로운 시도는 아직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미완성의 매체인 게임에 통합되지 않을까.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게임과 영화의 경계선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가 나올 가능성이다. 그것이 스필버그가 경고한 전통영화의 위협이 될 무언가가 될 것인가?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앵그리버드 더 무비><하드코어 헨리>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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