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을 바라보는 올드한 시선으로 본 방송가의 문제점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KBS 뉴스에서 ‘혼밥’ ‘혼술’, 라이프스타일 시장 확장 등 일상을 홀로 즐기는 ‘나홀로 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혼자가 외로움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나름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긴 했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복잡해 보인다. 혼밥의 영양학적 불균형을 우려하는 후속 기사에서 이 복잡한 속내는 수면 위로 드러난다. 신기해하는 시선 속에 염려가 깃들어 있다. 젊은 세대의 문화라니 이해하기 위해 노력은 해보겠지만 비정상적 혹은 불완전한 삶이라는 시선이 깔려 있다.

혼밥을 바라보는 TV의 시선은 일상과의 결합을 부르짖는 예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파일럿 <스타꿀방대첩 좋아요>에서는 ‘혼밥’을 지치고 외로운 이들의 삶의 모습으로 인식하고 위로해주고 함께해줘야 할 서글픈 자화상으로 다뤘다. 신개념을 내세운, 젊은 세대와 교류하는 소통형 예능에서 나온 일이다. 관찰형 예능의 효시이자 1인가구의 일상을 전시하는 <나 혼자 산다>의 경우도 지금은 삶의 여러 유형을 보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처음 출발은 1인 가구의 불완전한 일상에서 나타나는 ‘웃픈 에피소드’였다. 남자 혼자 살면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 없을 테니, 그런 장면을 포착해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이 주된 설정이었다. 앞으로 제작될 드라마 <혼술남녀>는 어떻게 그려낼지 벌써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이처럼 TV는 혼밥으로 대표되는 ‘나 혼자 문화’를 도시생활의 한 가지 삶의 양태로 인정하지 않는다. 유행 혹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지내는 불완전한 삶으로 바라본다. 이런 염려를 담은 TV 콘텐츠를 접하며 TV칼럼니스트로서 또 다른 염려가 들었다. 혼자 밥을 먹으면 빨리 먹게 되고 편의점 같은 데서 대충 때우게 돼서 건강이 우려된다는 딱 그 층위만큼만 비약하자면, 요즘의 일상과 정서를 파악하지 못하는 이런 고루하고 올드한 시선들이 젊은 세대가 TV 콘텐츠에서 이탈하고 있는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인 가구의 삶과 그 문화를 때로는 신기하게 때로는 안쓰럽게 바라보는 건, 도덕교과서에 있는 4인 가족 형태를 올바른 가정이라고 보는데 그 뿌리가 있다. 뉴스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 1인 가구가 늘어가는 건 ‘YOLO(You Only Live Once)’로 대표되는 내일을 위해 젊음을 저당잡기보단 오늘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문화 흐름과 결혼 연령이 늦춰질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 경제적 구조가 맞물린 까닭이다. 여러 현실적 제약과 가치관의 변화 때문에 혼자 사는 것이 과도기나 결혼 전 유예기간이 아니라 도시 생활을 영위하는 보편적 생활 양태로 인식이 전환되는 과정이다. 월세 방도 꾸미고 사는 세대의 시대가 된 것이다.

혼밥도 마찬가지다. 혼자 밥 먹는 게 쿨하거나 신기한 게 아니라 도시 생활의 한 모습일 뿐이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유난스럽게 다룬다. 우리 사회에 내재된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 늘 소속감을 강조하고 집단에서 떨어져 있을 때 분리불안을 느끼는 정서로 바라보니 굉장히 튀고 이상해 보이는 거다.

지난 주 100회 특집을 맞이한 <비정상회담>에서 진중권 교수가 외국인의 눈으로 봤을 때 한국 사회의 이상한 부분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이구동성으로 ‘커플’이 너무 많다고 했다. 혼자도 잘 지내고 있고 괜찮은데, 솔로라고 하면 안타까워하고 큰 일 난 것처럼 여기는 점이 어색했단다. 연애를 안 하고 있거나 혼자 생활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데 말이다. 이는 어딘가 속해 있어야 하고 남들처럼 해야 하며, 그런 남들을 많이 신경 쓰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 드러난 장면이다. 전현무가 언급한 방송가에서 ‘대세’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고 지적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혼밥의 일상화는 오히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어딘가 속하거나 함께해야 안심하는 우리사회 특유의 분리불안 정서를 극복하는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기존 사회의 관습과 시선보다 자신의 편리와 편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중이라고도 보는 게 더 낫다. 소셜다이닝이 좋은 예다. 포인트는 ‘혼밥’의 외로움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낯선 이들과 어울려 밥을 먹는다는 데 있다.

혼밥이 인기라면서 일본 독서실 같은 식당만을 보여주는 건 그래서 오독이다. 이런 가게가 생겨난 이유는 혼자 테이블 차지하는데 따르는 미안함,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기 때문이다. 혹은 매체에 소개된 곳을 가서 ‘#’을 붙이기 위함이거나. 생각해보면 바 테이블은 영국이든, 일본이든, 미국이든 원래 혼자 와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자리다. 도시 문화가 발달한 곳에서는 혼밥, 혼술은 일상적인 문화다. 그러니 호들갑스럽게 바라볼 유행이나 신기한 현상이라기보다, 남의 시선과 남들과 함께에 민감했던 우리 사회에 주관과 자존감이 또렷해진 개인주의와 도시적 일상이 보편화되는 과정이라고 보면 간단하다.



혼자 하는 생활은 선택일 뿐이다. 그런데 TV는 ‘혼자’를 신기해하기도 하고 걱정한다. 오히려 우리는 파스칼이 주지했던 혼자 있을 때 할 수 있는 휴식, 사유 등의 가치를 너무 많이 놓치고 지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다만 요식업계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혼밥의 문제를 논하고 싶었다면 건강이 아니라 테이블 단가와 회전의 상관관계로 접근하는 편이 더 생산적이었을 것이다. 혼자 밥 먹는 일이 건강을 해친다는 상관관계가 성립되려면 함께 먹을 땐 어떤 영양의 균형이 보완되는지, 외식의 경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함께 먹는 회식으로 인한 불균형한 영양 과잉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방송 관계자들은 젊은 세대가 TV를 잘 안 본다고 걱정한다. 책처럼 어려운 매체도 아닌 TV를 말이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과 합체하고 살아온 이들의 생활양식을 TV콘텐츠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중론이다. 이번 KBS뉴스를 비롯해 혼밥을 바라보는 방송가의 시선은 TV콘텐츠가 젊은 세대와 왜 괴리되는지 드러내는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TV콘텐츠 제작의 중추를 담당하는 연령대는 1990년대를 돌아보며 황홀해한다. 복고가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오랫동안 그러고 있다. 그러는 사이 문화적 소비자로 성장하는 세대의 오늘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실제로, 30대 이하 세대의 문화 코드와 일상을 반영한 유력한 TV콘텐츠는 찾기 힘들다. 그러는 사이 미래의 주 시청자층은 ‘일상툰’을 비롯한 웹툰을 보고 즐기고 공감하며 2016년을 보내고 있다. 20년 뒤 복고의 중심지가 TV콘텐츠가 아닐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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