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2’, 일요일 밤에 말뚝을 박을 게 아니라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일밤 - 진짜 사나이2> 동반입대특집은 박찬호가 출연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대중적으로 높은 호감을 가진 운동선수들은 요즘 방송가에서 가장 성공 확률 높은 인재풀이다. 친숙함을 중시하는 오늘날 예능의 흐름에 부합하는데다 운동장 밖의 모습이 신선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안정환과 서장훈이 자리를 잡았고, 이천수는 열심히 하려는 중이다. 물론, <진짜 사나이>로 시동을 걸었던 김승현처럼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지만 꾸준히 인재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박찬호는 TV생중계를 통해 그 활약상을 직접 지켜본 첫 번째 해외 진출 스포츠스타이기에 더 각별하다. 재활기간을 버텨낸 스토리, 은퇴 후에도 방송이나 여러 매체에서 보여준 엘리트 스포츠인의 열정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특유의 캐릭터가 예능에서 어떻게 드러날지 궁금했다. 감기몸살 탓에 생각보다 부실한 체력과 빵을 먹다 걸리는 등 기대와 거리가 먼 상황들도 연출됐지만, 역시나 FM분대장(이지만 허술한 면도 많은)이 되어 리더십을 선보였다.

갈라지는 목소리를 부여잡고 열성을 다해 지적하며 점호에 임하고, 분대원들의 미진한 군가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쉬는 시간도 반납했다. 각개전투에 앞서 지나친 브리핑과 리허설로 조원들을 지치게 만들면서 ‘too much talker’로서의 위용도 드러냈다. 절친인 우지원과 ‘호우 커플’로 투닥거리는 만담 콤비의 모습은 잭슨과 뱀뱀 콤비의 엉뚱함과 함께 이번 동반입대특집의 웃음을 책임지는 원투 펀치다.



그런데 박찬호를 지켜보는 마음이 컸음에도, <진짜 사나이>를 지켜보는 것은 힘겨웠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오래전 재방송을 다시 보는 기분이었다. 잭슨이 엄청나게 활약했지만 이런 엉뚱함은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지켜본 시청자라면 알 수 있는 상수에 해당하는 웃음이다. <진짜 사나이>는 군입대 예능의 특성상 새로운 인물이 투입될 때마다 새로운 에너지가 나왔다. 하지만 중년특집 등 이런저런 콘셉트로 꾸려 봐도 반짝할 뿐이고, 여군특집마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섭외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와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시즌2가 출범했을 때 이외에는 효과가 없었다. 새로운 인물이 출연한다고 하지만 외국인 멤버, 나이가 많은 멤버, 막내, 에이스 등 정해진 배역을 배정받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장면과 상황이 이미 본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예능에서 겹치기 출연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진짜 사나이>의 경우 입대신고식의 식순처럼 이미 짜여진 구성을 충실하게 반복한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런닝맨>과 <1박2일>도 매번 콘셉트를 새롭게 설정하고 최소한 게임이라도 바꾸는 데 군대 예능의 한계 때문인지 각 잡힌 관물대처럼 변화가 없다.



입소를 준비하는 설렘과 불안부터 훈련소 입소 후 어리바리하다 혼나고, 별명이 붙은 조교와 만나고, 불필요한 물건 검수 및 압수하고, 얼차려를 받으며 점점 전우애를 다지며 성장하는 훈련소 생활은 이제 수십 번본 듯하다. 군대리아를 비롯한 이제는 흥미가 완전히 떨어진 군먹방, 제식훈련, 각개전투, 간소화된 화생방 훈련 등등 별것 아닌 훈련소 훈련들을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을 치르는 것처럼 보여주는 연출도 한 두 번이어야 드라마틱하게 봐줄 여지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군대라는 특성상 한계가 있다지만 조금 더 다르게 혹은 다른 지점으로 풀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터졌던, 반응이 좋았던 정예화된 부분을 모아서 블록을 맞추듯이 쌓는다. 잭슨 등의 구멍 병사들이 엉뚱한 상황을 연출해 웃음을 만드는 상황, 출연자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자기소개 시간, 조교를 무서운 사감처럼 표현하는 방식, 내무반에서 긴장감을 주조하는 방법 등 모든 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반복된다. 특히 기갑부대인 제1기갑여단 투우대대에 자대 배치 받은 후 보여준 장비 위력 시범 관전에서 오랜만에 김수로와 서경석이 떠올랐다. 거대한 스케일과 위력을 지닌 전차 체험이나 그 뒤 등장한 포병 신호 훈련은 이미 수차례 출연진을 애먹였던 전혀 낯설지 않은 볼거리였다.



2013년 4월 14일에 첫 방송을 했으니 군복무일수인 21개월을 넘겨도 한참 넘겼다. 연예인이 군대에 입대한다는 생고생 리얼버라이어티로 출발해 군대에 입대해 진급하는 성장형 예능을 거쳐, 오늘날 선진화된 군대의 다양한 볼거리와 건전한 병영 문화를 보여주는 군 홍보 콘텐츠이자, 다양한 인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관찰형 예능으로 때에 따라 무게중심을 이동하며 온가족 주말예능으로서 충실했다.

그런데 박찬호의 등장과 같은 인적 쇄신으로도 더 이상 새로운 볼거리와 이야기를 만드는데 역부족이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도 기대보다 또 입대하느냐는 피로가 더 크게 다가온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 군대 이야기가 있으면 말뚝을 박아도 괜찮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른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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