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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깊어질수록 오락 영화가 더 인기를 끌까
기사입력 :[ 2016-06-14 17:40 ]


문화산업의 블랙박스 개봉 통념 경제학으로 검증하고 궁금함 풀어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경제학을 배우는 목적은 경제 문제에 대해 만들어진 해답의 집합을 얻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자들에게 속는 것을 피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있다.”

영국 경제학자 조앤로빈슨이 남긴 경구다. 저자가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목적”이라며 인용한 이 말을 이 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은 문화산업과 관련해 우리가 품었거나 제기할 법한 물음에 대해 딱 부러진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문화산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이를테면 ‘속류 경제학자들’에게 속지 않을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나아가 ‘로빈슨공부법’에 따라, 이 책이 전하는 결론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현실에 비추어보고 반박하고 보완해 봐도 좋겠다.

불황기에 오락 영화가 인기를 끄는가, 아니면 심각한 영화가 더 많은 관객을 부르는가. 경제학자들은 둘 다 아니라고 대답한다. 경제학자들은 불황을 맞아 사회적 불안이 고조될수록 에로틱한 성인물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고 분석했다.

불경기와 에로물의 상관관계는 그러나 그런 경향이 과거 일정 기간에 유의미하게 나타났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반례가 얼마든지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일례로 2014년 말 이후 개봉한 국내 영화시장의 흥행작 가운데 에로물은 한 편도 없다. 국산 영화로는 <베테랑>, <암살>, <국제시장>, <내부자들>, <사도>, <연평해전>, <검은 사제들>이, 외화는 <킹스맨>, <미션 임파서블>, <어벤저스>, <쥬라기 월드>가 500만 명 넘게 관객을 모았다.

불황기에 성인영화 수요가 증가하는 건 맞는데, 이번 불황에는 이 장르에서 변변한 작품이 개봉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니면(또는 아울러), 성인물에 대한 수요는 개봉관에서보다 IPTV에서 더 나타날지도 모른다.

저자는 특정 국가에 우리나라 문화상품의 수출이 늘어나면 소비재 수출도 함께 증가하는지 분석해 그런 경향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늘어나면 IT제품, 의류, 화장품, 가공식품 수출액이 412달러 증가했다.

이 상관관계는 문화상품 수출을 통해 우리나라와 그 나라 사이의 문화적 근접도가 높아져서 나타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한국 제품 중 특히 취향을 잘 드러내는 소비재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앞서 이런 측면을 다룬 선행연구도 소개한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나는 이를 보완하는, 이보다 더 쉬운 설명을 떠올렸다. 예컨대 드라마가 수출되면 드라마에 담긴 간접광고(PPL)도 당연히 현지에 전해진다. PPL은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비슷한 효과를 낸다. 노출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수요가 비롯된다. 한국 드라마가 수출된 현지에서 일으키는 수요가 드라마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 이 설명을 뒷받침한다.

이 설명은 다른 대목에서도 ‘설명력’을 보여준다. 중국 자본이 한국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데 대해 저자는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반갑게만 여기지는 않는다”며 “중국 자본의 투자는 한국의 작가, 감독, 스태프 등이 중국 자본에 쓸려 유출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한다. 또한 “중국 투자를 유치하는 순간 거대한 중국 시장에 다가설 기회를 얻지만 ‘중국인의, 중국 취향에 의한, 중국 시장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돈을 받아 ‘중국 콘텐츠’를 만들어주고 돈을 벌면 되지 않나? 무엇이 문제인가? 중국 콘텐츠엔 한국 PPL이 들어가지 않고,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기존 한류와 달리 한국 수출을 여는 ‘문화 첨병’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PPL 설명’이 ‘문화적 근접도’보다 간결하지 않은가?

이 책은 20개 챕터로 이뤄졌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모색한다. 영화 감독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빅데이터는 문화산업에 어떻게 활용되는가? 책 광고는 유명 작가의 신작에 하는 게 나은가, 아니면 신진 작가의 작품에 집행하는 편이 더 효과적인가? 아카데미상 수상 배우들의 이혼율이 높은 까닭은?

이 책에는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군데군데 끌어와서 이어가는 서술 방식이 자주 활용됐다. 종종 한국의 현실로 장면이 바뀌기도 한다. 그 솜씨를 눈여겨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방법이다. 이음매가 매끄럽지 않은 곳도 간혹 보인다. 한편 2판을 낼 때 ‘하지만’, ‘그런데’, ‘사실’을 대거 솎아내면 책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겠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smitten@naver.com

[사진=영화 <베테랑>스틸컷, 어크로스]

[책 정보]
《박스오피스 경제학》, 김윤지 지음, 어크로스 펴냄,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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