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2’ 첫 방 합격점, 지금의 날카로움 유지해야 산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의 간판 예능 <비정상회담>이 2주년을 맞아 <비정상회담2>로 새롭게 탄생했다. 기존 멤버 중에서는 캐나다의 기욤과 토론 윤활제 이탈리아의 알베르토와 MC진이 남고 제작진을 포함해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바뀌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멤버 수도 11명에서 9명으로 2명 줄였다. 인도 출신 럭키를 비롯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익숙한 뉴요커 마크 등의 가세로 지난 멤버들에 비해 평균 연령대가 부쩍 높아진 것도 달라진 점이다. 긴장될 법도 하지만 첫 회부터 자국 ‘디스’는 물론, 직설적인 질문들이 오가며 마치 2년 전 <비정상회담>의 첫 회를 보는듯한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 그간 출연했던 비정상들이 총출동한 100회 특집은 반가움으로 가득했다면, 어제는 새 학기, 새로운 학우들을 만나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새로 합류한 멤버들을 시청자들 앞에 소개하고 출연자들끼리 서로서로와 각국에 대해 알아가는 자리를 가졌다. 덕분에 시청률도 껑충 올라 모처럼 3%대로 재진입하며 <비정상회담>에 대한 여전한 기대를 증명했다.

변화의 포인트는 지난 멤버들보다 사회적 경험과 연륜이 있는 비정상들의 가세다. 그 덕분에 보다 객관화된 시각과 날카로운 논의를 피하지 않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인도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받는 럭키는 15세기부터 21세기까지 공존하는 인도를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면서 소비자센터 따위는 없을 수밖에 없는 인디아 타임을 포장 없이 꺼내놓았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 강국, 파키스탄 문제 등에서 나라에 대한 굳건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프랑스인들이 잘 안 씻는다는 미국인들의 선입견도 들을 수 있었고, 프랑스의 강점으로 요리, 와인 등 뻔한 자랑 대신 EDM을 장점으로 들고 나온 것도 신선했다. 중국인들이 너무 많이 찾으면서 스위스인들은 정작 롤렉스를 안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방송에서 듣기 매우 어려운 이야기였다. 약속 시간에 프랑스는 조금 늦게, 인도는 한정 없이 늦게, 스위스는 15분 정도 빨리 가는 문화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귀하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인접국 출신들의 배치다. 분쟁국가인 파키스탄과 인도를 붙여놓았고, 저스틴 비버 배틀로 유명한 캐나다와 미국, 알프스에 함께 걸쳐 있는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출신 비정상들이 배치되다보니 하나마나한 칭찬과 뻔한 이야기가 아닌 각 나라의 시선을 반영한 꽤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알프스 산을 두고 초등학생처럼 티격태격하는 국경을 인접한 유럽 출신들, 특히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미묘한 관계도 엿볼 수 있었고, 군사적 갈등을 겪고 있는 인도·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등 평소 잘 모르던 민감한 이야기도 나눴다. <비정상회담> 특유의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재미가 있었던 교양 예능으로의 가치를 되살렸다.

한국말을 하는 멋진 젊은 외국인(백인) 남자 콘셉트를 지향했던 지난 시즌과 달라진 방향은 나름 의미가 있다. 지난 십여 년 전 KBS2 <미수다>도 신선도의 하락을 인적쇄신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래서 스타성 있을 미모가 출중한 출연자 섭외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잠시 반짝일 뿐 출연자들의 방송 수명은 갈수록 짧아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계속해 교체 투입하면서 팬심과 정체성을 잃은 그저 그런 지루한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 <비정상회담2>가 인적쇄신을 한다고 했을 때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글로벌 아재들의 가세는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움과 생경함이 떨어졌다는 위기의식에 걸맞은 진단이었다.



하지만 염려가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흔히 지적하는 각 대륙을 대표하는 인물이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인접국 출신이 많다는 점은 보다 밀도 높은 생산적인 토론을 가능하게 할 요인으로 보여서 큰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앞서 말한 미묘한 이야기를 다루는 데는 너무 먼 나라 출신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다.

정작 불안요소로 보는 것은 구성이다. 첫 회는 소개하는 주간인지라 한국 사회의 고민과 이슈를 다루지 않았다. 즉, 지금은 설레고 호기심이 가득하지만 이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아직 모른다는 거다. 리뉴얼이라는 말을 들고 나왔지만 고민 상담 토론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때 어떤 방식으로 이전과 달리 풀어갈지 사실 의문이다. 날카로움이 무뎌지는 문제는 한국 사회의 단면과 결부한 이야기를 다룰 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백인 남성 위주로 비정상단을 꾸린 건 매우 아쉽다. 확실한 변화를 가져가는 방법 중 새로운 국가의 인물을 섭외하고, 대륙별 분배를 하는 것도 있지만 남녀의 시선을 맞추는 것도 확실한 해결책이다. 그런데 굳이 남자 출연자를 고집하는 이유는 팬덤을 고려한 방송 논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찾기 어렵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새로운 비정상들에게 시청자들은 우선 기대를 보냈다. 첫회 반응도 합격점을 줄만했다. 그래서 소문을 듣고라도 새로운 친구들을 보기 위해 그동안 집나간 시청자들이 꽤나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다시 <비정상회담2>로 돌아갔다. 새로운 비정상들이 한층 더 까다로워진 시청자들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지, 기존의 팬덤 방식과 프로그램의 활력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월요일 밤마다 다시 토론을 지켜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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