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 강호동과 요즘 예능 JTBC의 콜라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16년 JTBC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는 강호동인 듯하다. 지난해 12월 강호동이 <아는 형님>을 통해 JTBC에 첫 발을 내딛은 후 지금은 종영한 <마리와 나>, <쿡가대표>에 이어 지난 5일 새롭게 시작한 리얼버라이어티 <천하장사>까지 강호동에 의한, 강호동을 위한 판이 짜여지고 있다.

JTBC는 강호동을 그냥 모셔오지 않았다. 공중파 3사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현재와 캐릭터의 경쟁력을 놓고 실험을 했다. 반려동물과 교감을 나누는 <마리와 나>를 통해 따뜻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변신을 꾀하는 한편, 시간을 10년 정도 되돌려 강호동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막무가내 리얼버라이어티를 콘셉트로 삼은 <아는 형님>을 통해 하락세를 타고 있는 ‘옛날 사람’ 콘셉트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았다. 그리고 재빨리 반응을 확인하고 방향을 설정했다.

나름 컬트적 인기와 지위를 획득한 <아는 형님>은 <음악의 신>시리즈가 이상민의 삶을 어느 정도 토대로 삼았듯이 예능 투톱 MC에서 옛날 사람으로 밀려나고 있는 강호동의 현재를 코미디의 토대로 삼는다. 그래서 컬트적이다. <1박2일> 이전의 <야심만만>이나 <천생연분> 스타일의 진행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꺼내들고, 형님과 동생 관계를 설정해 결속력과 에너지를 끌어낸다. 말도 안 되는 게임과 토크가 터져 나오는 와중에 출연진의 패밀리십이 두드러지고, 관계도가 정리된다. 이런 부분이 호감으로 작용하면 시청자들은 멤버 각각의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호흡과 역학관계를 쫓으며 몰두하게 한다. ‘야생 예능’이라 주창했던 리얼버라이어티 시대의 문법에 충실한 방식이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은 강호동의 이빨을 의도적으로 살짝 빼놓았다는 거다. 예를 들면 큰형으로 군림하면서도 동생인 은지원과 MC몽에게 한 번씩 당했던 모습을 김희철, 민경훈, 이수근, 서장훈 등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출연진들에게 당한다. 이런 복고적인 접근과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를 통해 점진적인 시청률 상승과 고정 팬덤 확보에 성공했다.

그러자 JTBC는 강호동과 함께 <1박2일>의 재림과도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 <천하장사>를 런칭했다. <천하장사>는 전국 방방곡곡의 쇠락하는 전통시장을 찾아가 관광명소가 되게끔 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은 국내 최초 시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려운 시대, 대형 마트와 몇몇 유명 시장에만 사람들이 모이는 오늘날 비교적 덜 유명한 전통시장을 찾아가 시장을 알리고 시장 번영을 돕는 이벤트를 벌이는 착한 예능이다.



프로그램명만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기운이 팍팍 느껴지는 데다, <1박2일> 시절 가장 골치 아픈 동생이자 현재 노랭이들 덕에 주가가 대폭 상승한 은지원까지 함께하니 꽤나 기시감이 든다. 전국을 돌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미션을 수행하면서, 편 나누기, 식사, 이동 편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핸디캡을 두고, 엄청나게 많은 게임이 펼쳐진다. 정리해보자. 전국을 돌면서 그곳 사람들의 풍경 속에 들어가 어울리고 에너지를 발산하며 게임을 하는 것은 강호동이 이끌던 <1박2일>의 풍경이다.

전국 시장을 소개하는 건 <6시 내 고향>을 비롯한 6시대 프로그램들의 전매특허다. <천하장사>는 이들 프로그램과 목적은 같지만 파급력이 큰 유명 연예인들이 리포터 역할을 대신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시골 곳곳을 돌아다니며 특유의 에너지와 친화력으로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게임을 하던 건 우리가 익숙히 봐왔던 사람 냄새나는 강호동식 예능이다. 그러면서 서민들의 삶을 끌어안고 요란 법석한 판촉 행사를 통해 시장의 존재와 재미를 젊은 세대들에게 알리고, 상인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즉 강호동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무대다.



지금까지 부산 초량 전통 시장과 파주 금촌 통일 시장을 찾아갔다. 물론 그냥 가면 <6시 내고향>이기 때문에 모래사장 달리기, 계단 오르기, 돌아온 쿵쿵따, 이상형 월드컵, 입수 등을 비롯한 일종의 복불복 게임과 미션을 끊임없이 수행한다. 강호동식 야외 예능에 웃고 떠드는 것을 넘어선 이상적인 목적까지 가미했다. 예능 차원의 게임과 일회성 이벤트로 이뤄져 있어 시장을 살리는 침술이라기엔 공감대 형성이나 진정성 표현이 아직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1박2일>의 스핀오프쯤은 된다고 할까. 강호동이니까, 강호동에 의한 맛깔나게 할 수 있는 흐뭇한 방송이다.

강호동을 위한 강호동에 의한 실험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예능의 혁신을 이끌어온 JTBC의 복고 스탠스는 예능에 어떤 바람을 불어올 것인지, 유재석과 쌍두마차를 끌던 강호동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너무나 적적한 올해 예능판에 흥미로운 볼거리가 한 가지 생겼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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