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연륜에 겸손까지 더해져 이젠 가히 천하무적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쉽지는 않겠죠.”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나직한 음성으로 답했다. ‘드라마가 끝나면 그 절절했던 사랑의 감정도 바로 정리가 되는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잠깐 동안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신중히 답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4자어록’에 남을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존댓말로는 어려웠나 보다. 뭐라 꼭 집어 말하긴 어려우나 자유분방한 신화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회사 측에서 제공한 사진으로는 미묘한 차이를 전할 수 없어서 아쉬운데 좀 더 정중하고, 겸손해졌다. ‘박도경’에서 아직 빠져나오기 전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뭇 진지하면서도 순간순간 장난기가 발동되지만 적절한 상황이 아닌 만큼 자제를 해보는, 라운드 인터뷰 현장의 에릭. 어쨌든 한 뼘을 넘어 두 뼘, 세 뼘은 훌쩍 자란 느낌이다.

뜨고 나서 변했다는 스타들의 뒷얘기가 종종 들려온다. tvN <또 오해영>이 대박이 났어도 에릭이 그럴 걱정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자신의 연기 인생보다는 ‘신화’가 우선이라는 리더 에릭. 그래서 예정된 신화 활동과 겹치는 대본은 아예 받지도 않는단다. 어차피 못할 일, 읽어보고 안 하면 미안하기 때문이라고. 신화 멤버들과 팬들에 대한 책임감이야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육성으로 접하니 존경심마저 들었다. 한번 맺은 인연을 이토록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나.

또 한 가지, 흔히 만족할만한 시청률을 올리지 못한 작품일 경우 두루뭉술하니 언급을 피하는 연기자들이 많다. 그러나 그는 연기에 자신이 붙기 시작한 시점으로 MBC <케세라세라>를 꼽았고,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분으로 KBS2 <최강칠우>의 박만영 감독을 꼽았다. 이 역시 인연을 귀히 여긴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의 시선과 반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 바닷가 하트라든지 벽에 쓰인 'THIS IS NOT REAL'처럼 우연히 만들어진 장면도 의미가 담긴 설정으로 보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웃었다. 나아가 동료 배우들은 물론이고 촬영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소개하는가 하면 관심을 가져 준 시청자들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를 잊지 않는 것도 보기 좋았고.

그래서 어찌하면 이렇게 바르게 잘 컸을까 싶어 부모님에 대해 물었다. 아버지는 엄할 때는 엄한 분이셨지만 식사 중에 어머님과 춤을 추기도 하실 정도로 화목한 분위기였다고. 머릿속에서 훈훈한 그림 하나가 그려진다. <또 오해영>에서 예쁜 오해영(전혜빈)이 그랬다.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아이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며 억울해했었지. 그런 의미에서 에릭은 이제 가히 천하무적이다. 어린 시절엔 가족에게 원 없이 사랑을 받으며 자랐을 테고, 연예인이 된 후에는 팬들로부터 넘치도록 많은 사랑을, 그리고 이번엔 <또 오해영> 덕에 시청자의 사랑이 쏟아지는 중이니까.

<또 오해영> 팀은 배우들 간의 합이 워낙 좋아서 매번 단체 카톡방에 모여 대화를 주고받으며 드라마를 시청해왔다고 한다. 아마 4, 5일 밤 스페셜방송 ‘또요일의 기록’도 모두가 그 감동을 함께 나누지 싶은데 엿보기를 즐기는 편은 아니나 그 방만큼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인터뷰 때 에릭이 다정히 ‘누나’라고 칭하던 예지원 씨와 김지석 씨는 연인처럼 얘기를 주고받을까? 예쁜 오해영과 한태진(이재윤)은? 동생 커플은? 동료들은? 용호상박의 두 어머니는? 착해빠진 해영이 아버지는? 얄미운 작은 엄마는? 그리고 인터뷰 내내 에릭이 입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던 우리의 사랑스런 오해영(서현진). 그들은 무슨 얘길 할까? 아, 벌써부터 그들이 그립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다 그립다.


(사진 설명)
모처럼 찍는 사진, 버려 놓을까봐 큰 맘 먹고 말했다.
“제가 좀 뒤로 갈게요.”
그랬더니 이렇게 배려를!
해영이 엄마가 “자네가 찍어 보게.” 했으면 이랬지 않을까?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tvN, E&J엔터테인먼트]
[장소 협찬=바르도 청담(bar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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