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치트키 ‘흥궈신’과 협회장님 김흥국 사이에 놓인 세 개의 시선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교석·이승한 세 명의 TV 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로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가 선보이는 새 코너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뜬금없이 김흥국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검증된 인터넷 생방송 적응 능력과 조세호에게 강제로 선물한 캐릭터 ‘프로불참러’의 파급효과가 네티즌들로 하여금 늘 한결 같던 김흥국이란 문제적 인물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TV삼분지계]도 새삼스레 짚어봤다. 김흥국이 사랑받는 비결과 그럼에도 김흥국이 불편한 이유를. 전자는 김교석 평론가가, 후자는 정석희 평론가와 이승한 평론가가 적어보았다.



◆ 김흥국에게 환호가 쏟아지는 까닭

올해 김흥국의 행보는 홍길동 수준이다. 공중파에서 종편과 케이블까지 음악예능에서 먹방까지, 방송 편성표 안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지난 한 주 동안 기억나는 것만 나열해도 <판타스틱 듀오>, <런닝맨>, <백종원의 3대천왕>, <어서옵쇼>, <잘 먹는 소녀들>, <쇼미더머니5> 등이 떠오른다. 예능의 범주 안에만 있다면 세대와 장르, 역할과 포맷은 김흥국을 ‘모시는 데’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뿐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인터넷상에서 조세호를 부추겨 핫 피플로 만들더니, 지난 2일엔 본인이 <연예가중계>의 ‘핫피플’에 선정됐다.



1980년대부터 활동한 김흥국이 2016년에 다시 주목받는 배경은 딱히 없다. 가수협회장이 되면서 더욱 활발히 활동하는 것 정도가 달라진 이슈다. 그보다는 오늘날 예능이 점점 규격화되고 패턴화 되면서 확실한 환풍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게스트와 화제성의 중요도가 높아진 환경 탓이 크다. ‘예능치트키’라는 김흥국의 장점은 자유분방함이다. 그는 제작진과 시청자의 중간자적 형태를 취하는 출연자로 방송에 목숨을 걸지도 않고, 때로는 자신의 편의를 강하게 주장한다.

일 있으면 일찍 퇴근하고, 피곤하면 졸고, 촬영 중엔 거리낄 것 없이 들이대는 파격과 거침없는 태도와 솔직함이 쿨하게 다가왔다. 절박하게 열심히 하지 않고도 즐기면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게 부러운 거다. 이점이 젊은 세대 시청자들이 그에게 ‘흥궈신’ ‘치트키’라며 환호하는 이유가 아닐까. 가끔씩 뉴스로 접하는 연예계 밖의 모습은 어른의 상을 갖췄다고 하기 힘든 영락없는 철없는 아저씨다. 그래서 캐릭터가 산다. 뻔뻔한데 그걸 또 잘 알고 귀엽게 포장할 줄 안다. 이런 철없는 어른 한 명쯤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 도움은 못될 망정 폐는 끼치지 말아야 하지 않은가

지난 주 종영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를 서로 바라보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세대가 어우러져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준 셈이니까. 그러나 이처럼 누군가가 소통과 이해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 사이 한편 누군가는 오히려 편견을 더하고 있으니 안타깝지 뭔가. 최근 들어 ‘예능 치트키’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활약 중인 김흥국 씨 얘기다.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들이대는 ‘조기퇴근 면허’. 물론 그것이 방송용 설정임을, 그리고 그가 유쾌하고 정 많고 의리가 있는 인물이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부추긴다고 해도 자제를 해야 할 때가 아니겠나. 6~70대 노 배우들, 방송인들도 자신의 일에 있어 최선을 다하는 마당에 왜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 연예인이 벌써부터 나이를 앞세우느냐 말이다.



더욱이 누구보다 겸양이 필요한 입장이 아닌가. 1997년에 이어 2013년 10월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그는 출연 중이던 JTBC <적과의 동침>에 기록으로 남을만한 초스피드로 복귀했었다. 당시 진행자의 발언이 기억난다. 비난을 감수하고 조속히 김흥국을 출연시킨 이유가 MJ(정몽준) 섭외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라나? 그야말로 젊은이들이 질색하는 ‘꼰대’의 전형이랄 밖에. 이렇게 굳이 과거사까지 들춰내며 자제를 바라는 이유는 나 또한 1959년 생, 젊은 세대에게 도움은 못될지 언정 폐를 끼쳐서는 아니 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부디 인생 선배이자 연예계 선배로서, 가수협회장으로서 모범을 보여주기를.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방송인이어야 할 순간과 협회장이어야 할 순간은 다르다

방송인 김흥국에 대해 평가가 박하기는 쉽지 않다. 귀신 같은 타이밍에 뜬금없는 멘트를 찔러 넣어 득점하고야 마는 김흥국에겐 분명 보는 이의 허를 찌르는 능력이 있다. 남편과 사별했다는 청취자의 사연에 “성격 차이었느냐” 묻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다는 말을 “정말 시간이 아깝다”고 말하며, 분리수술이 필요한 결합쌍생아(세칭 샴쌍둥이)의 사연을 듣다 말고 “그런 아이들은 분리수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그의 전설적인 어록들은 뇌를 거치고 나온 발언이라 믿기 어려운 경지다. 피곤하면 자고 더 피곤하면 퇴근해버리는 기행조차 이 ‘아무말러’ 캐릭터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여지니, 어떤 의미에선 독보적인 캐릭터라 하겠다.



문제는 방송인이어야 할 순간과 진지한 어른이어야 할 순간을 김흥국이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 탁재훈에게 “사정이 어려우면 가수협회비를 깎아주겠다”는 농담을 한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JTBC <잘 먹는 소녀들>에 패널로 앉아 후배 가수들이 억지 식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 친구는 아주 죽기 살기로 먹네”라고 속 편하게 평을 하는 대목에서는 대한가수협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을 접을 수 없다. 물론 농담 속에 협회의 어려운 사정을 담아내기 위함이었을 수 있고, 후배들이 예능을 통해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게 나쁜 일은 아니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그것이 협회장이 앞장서서 임의로 회비를 깎아주겠다 말하며 협회운영의 일관성을 흐리고 후배들이 명백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현장에 멀뚱하게 앉아 박수를 치는 것을 정당화해주진 않는다. 명색이 가수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의 수장 아닌가.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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