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담백해지고 따뜻해진 드라마 같은 예능 ‘삼시세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새롭게 시작한 tvN 예능 <삼시세끼> 고창 편은 묘한 기대로 시작됐다. 유해진이 극적으로 합류하면서 반가운 분위기가 고조되는 한편, 이제는 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부정적인 기운도 감돌았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급감한 두 편의 <꽃보다 청춘> 시리즈, 호평만큼 시청률이 올라오지 않았던 <신서유기2>, 나영석 사단의 외연을 확장한 <아버지와 나> 등등 최근 내놓은 콘텐츠들이 특별한 이슈를 만들지 못하면서 나영석 브랜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론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주 연속 시청률 10%를 넘기며 여전한 기대와 인기를 증명했으니, 최고 시청률 프로젝트 <삼시세끼>의 정공법이 통했다.

이번 <삼시세끼>의 특징은 한마디로 풍요다. 식구도 한 명 늘었고, 척박했던 만재도를 벗어나 땅과 바다 모두 풍요롭기로 유명한 고창에 정착했다. 이렇게 달라진 배경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시즌들이 제작진이 내어준 미션과 게스트들을 스토리텔링의 동력으로 삼았다면 고창 편은 초반이긴 하지만 예능차원의 미션이 아닌 실제 노동의 의미를 살려 농사에 접근하고, 식구들끼리 어우러지는 것이 중추 동력이다. 함께 농사를 짓고 밥을 해먹는 것을 볼거리로 만들고 그 이야기에 더욱 집중한다. 예능이라기보다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잔잔하고 따뜻한 드라마에 가까운 형태다.

그래서 나영석 사단 출연자 중 가장 친근하고 예능 측면에서 완성된 캐릭터인 이서진 대신 예능감보다 예민함을 풍기는 ‘차줌마’ 차승원을 내세운 선택이 수긍이 간다. 각자 요리와 일에서 발군의 능력을 가진 차승원과 유해진은 제작진과 밀당을 하는 예능 차원을 넘어선 볼거리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캐스팅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촌 편 출연자들은 엄마와 아빠와 아들의 전형적인 구도로 캐릭터를 잡았던 까닭에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여지, 즉 더 친근하게 다가올 발전 가능성이 옥순봉 식구들에 비해 크다.



이번 고창 편은 그 어느 때보다 개별 캐릭터의 존재감과 색깔이 두드러진다. 다소 예민한 차승원과 좋은 사람이지만 마냥 편해 보이지만은 않은 유해진, 그리고 이들을 중화시키는 손호준과 새롭게 합류한 남주혁이 하나로 뭉치는 과정을 관찰한다. 남주혁의 입맛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그를 챙기는 차승원, 아재개그로 출연자 간의 화합을 이루고 웃음을 책임지는 유해진, 착한 것이 색깔인 손호준에게는 무조건 귀여울 수밖에 없는 오리 새끼를 붙이면서 캐릭터는 매력을 덧입는다. 특히 유해진은 뒤늦게 합류하면서 본의 아니게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오기 전에 읍내 슈퍼를 다녀오느라 빚을 진 것을 알고는 “고기,고기,고기, 돈, 돈, 돈”이 입에 붙었다며 타박하며 사라졌던 웃음꽃을 피웠다.

<삼시세끼> 고창 편은 그동안 게스트의 투입이나 이런저런 해야 할 일들로 조금 가려졌던 처음 시작할 때로 돌아가 자급자족하며 함께 밥을 해먹는다는 ‘식구’라는 정서적 가치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그래서인지 조건은 풍요롭게, 방송의 장치는 최소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네 남자가 식구로 뭉쳐가는 이야기가 더욱 선명히 보이고, 그 관계에서 피어나는 소소하고 따스한 이야기들이 피식하며 보게 만드는 매력이 느껴진다. 세월이 지나며 쌓인 익숙한 캐릭터에게서는 편안함이 느껴지고, 새로운 캐릭터와 관계는 설렘과 기대를 품고 있다. 화제성은 예전만 못해도 이 심심한 매력은 변함없다.



지난 <삼시세끼> 시리즈는 함께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누가 오느냐가 더 큰 관심을 끌었기 때문에 벌써부터 게스트에 관심을 갖는 시청자들도 많다. 하지만 이번엔 식구도 늘어났고, 먹거리도 풍족하고 주방도 좋아졌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만큼 함께 짓는 농사의 의미와 함께 둘러앉아 먹는 밥상이 주는 정서적 만족감을 더욱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스트 없이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도 찾아보게 되고, 힐링이 되는 <삼시세끼>만의 특별함을 기대한다.

브랜드가 된 대형 예능 프로그램에 잔잔하게 미소 짓고 볼 수 있도록 지금처럼 심심함을 유지하라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설정 자체와 콘셉트가 예능보다 드라마나 다큐에 가깝게 느껴지는 건 지난 시즌에 비해 이런저런 스토리텔링이나 과도한 의미부여가 빠지면서 차분해지고 담백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초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다. 별 일 없어도 행복하고, 잔잔한 즐거움이 깃든 식구들 덕분에 이번 여름이 지나면 고창의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될 것 같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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