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있는데 너무 긴 ‘해피투게더3’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해피투게더3>를 마냥 재미없는 예능이라고 폄하하기는 어렵다. 이번 주만 해도 사나의 샤샤샤와 존박의 무표정 댄스와 샌드백 캐릭터는 웃음을 머금게 했다.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헨리와 이제 외국인이나 교포라는 생각이 안 드는 존박, 강남을 비롯해 이제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우주소녀 성소, 씨엘씨(CLC) 손, 트와이스의 사나 등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외국 연예인들의 놀라운 한국어 실력과 매력은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전현무까지 한 축을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예능꾼 특집’이 그리 낯설지 않은 점도 재미로 다가왔다.

특별한 구성이나 정서적 콘셉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재석이 이끄는 노련한 MC진은 게스트들의 매력이 돋보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든다. 덕분에 평소 TV시청자들에게 익숙지 않은 성소와 손 등은 자신의 국적과 매력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닉쿤이 태국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인물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온 사나는 히트곡 ‘cheer up’의 안무에 맞춰 예의 깜찍한 동작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등 떠밀려 나온 발라드 가수 존박과 함께 춤을 추면서 웃음 짓게 했다. 또한, 태국인 손과 함께 외국인 멤버로서 겪는 에피소드들도 예의 적절한 예시와 귀여움으로 잘 전달했다. 그러면서 가장 핫한 걸그룹의 히트 상품인 ‘샤샤샤’의 매력을 보다 넓게 전파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점이 게스트가 매력을 뽐낼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에피소드 형 스튜디오 예능의 순기능이자 역할이다.

하지만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좌하고 보는 내내 머릿속을 지배한 생각은 ‘너무 길다’였다. 이제는 마무리하겠지 싶은데, 계속 다음 질문과 코너로 넘어가고 이제 이쯤에서 그만했으면 싶어서 리모콘을 찾기 시작하면 눈치게임이 이어지는 식이었다. 짤방으로 활용할 장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기존에 들었던 에피소드, 이미 익숙한 장면, 많이 소모된 캐릭터가 특정한 흐름 없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웃으며 보다가도 지치고 말았다.



문제는 방송 시간에 비해 <해투>의 정체성이기도 하고 한계이기도 한 구성이 너무나 단촐해서 더욱 길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1시간 반에 가까운 방영 시간 동안 유재석의 리드 하에 게스트들이 입담에서 준비한 개인기를 펼치는 것만을 수차례 반복한다. 사실 출연 인물들의 질과 양만 놓고 보면 이 정도 방송 시간을 갖는 게 큰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톱 레벨의 진행자 전현무와 대세 조세호, 최근 예능에 진출한 몇 안 되는 배우 엄현경, 그리고 관록의 거성 박명수까지 함께하지만 박명수와 전현무의 멘트 합은 게스트인 강남의 반도 안 되고, 조세호와 엄현경은 그 반의반도 안 된다. 심지어 이 둘은 강남과 사나 덕분에 마련된 ‘푸른 하늘 은하수’에 맞춰 쎄쎄쎄를 할 때 빼곤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가진 재료는 많은 데 다 활용하지도 않으면서, 낼 수 있는 맛은 한계가 있는데 그 이상의 분량으로 요리를 한다. 비유하자면 확실한 재료들이 있지만 레시피가 너무 단순한 까닭에 다 쓰지도 못하고 대용량 냄비에 국을 한 솥 끓이니 밍숭맹숭한 그런 맛이 난다. 지난주의 경우 아이돌계의 우주방위군 수준의 엑소가 출연하고 이번 주처럼 예능에 최적화된 인물들과 사나가 출연해도 시청률은 5%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결정적 이유다.



<해피투게더3>는 이제는 다른 경쟁자들이 사라져버려서 갖게 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의미와 역할이 있다. 박명수의 말대로 시간을 버텨낸 ‘대형 예능’으로 이번의 사나, 손, 성소처럼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보다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예능적 발판이자 창구다. 아무리 구성이 없는 에피소드 나열식 예능이라고 해도 유재석과 전현무라는 수준 높은 진행자들이 뽑아내는 웃음의 절대적 양이 적은 편도 아니다. 즉, 의미, 희소성, 웃음의 총량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간이다. 요즘 시청자들 입장에서 볼 때 자잘한 꼭지들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호흡이 늘어지고, 매주 찾을 만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 긴 시간을 알찬 구성과 스토리라인으로 채우는 것이 어렵다면 지금 가진 것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밀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시청자의 생활 패턴도 방송문법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지금, <해피투게더>도 인적 쇄신 차원을 넘어서 시대에 맞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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