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패’, SBS 예능 구원자인가 그저 그런 유사품인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주말 SBS 예능국은 야심작 <꽃놀이패>를 금토 연속 방송했다. 올 여름 줄 서 있는 SBS 예능 파일럿의 1번 타자이자 가장 큰 기대작인 만큼 금요일 밤 11시대와 토요일 저녁 4시대에 파격 편성했다. 편성상의 관례나 문법을 무시하고 금요 심야 예능 시간대와 주말예능 시간에 우겨 넣은 것은 이 프로그램에 거는 남다른 기대와 목표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파일럿이지만 사이즈가 있는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인 까닭에 최소 2회 편성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꽃놀이패>는 2박3일의 여행을 떠나는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에 인터넷 생방송의 실시간 참여를 접목해 출연자의 운명을 시청자가 직접 선택하는 야외 예능 버라이어티다. 국가대표 출신인 서장훈, 안정환, 대세 코미디언 조세호와 배우 김민석, 방탄소년단의 정국과 유병재 작가까지 6명의 출연자들이 시청자의 투표에 따라 호화 여행 코스를 즐기는 꽃길 팀과 고생길을 걷는 흙길 팀으로 나뉘어 극과 극 비교체험을 하는 콘셉트다.

실시간 방송을 접목했으니 매우 색다른 포맷과 실험이 있을까 기대했지만 파일럿에서는 <마리텔>과 같은 신선함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6월 초에 전파를 탄 콘텐츠를 한 달도 훌쩍 지난 지금 보여주는 시차의 영향과 당시 방탄소년단 팬들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태도 논란 이슈에 대해서 아무런 피드백이 없는 등등 실시간 방송의 장점인 상호소통은 투표 외에 반영되지 않은 까닭이다.



신개념 방송이라고 했지만 <1박2일>, <런닝맨> 등의 기존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여정은 이런저런 게임과 설정을 통해 팀이 나뉘고 멤버들 간의 물고물리는 대결 아닌 대결 속에서 이어진다. 팀 선택을 위해 출연자들은 뭉치기도 하고 나뉘기도 하면서 아부와 배신이 난무한다. 캐릭터와 역할도 익숙한 구도로 자리를 잡았다. 안정환과 서장훈이 중심을 잡고 조세호와 유병재가 연결고리를 맡아 예능 새내기인 정국, 김민석을 이끌어가는 나쁘지 않은 포진과 조합이다. 그리고 이 모든 동력은 일종의 ‘잠자리 복불복’과 같은 꽃길과 흙길로 운명이 나뉘는 콘셉트다.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즉, 시청자들이 롤플레잉 게임을 하듯 방송을 시청하는 새로운 개념의 예능이라기보다 오랜만에 새로운 인물과 조합으로 등장한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생방송 투표를 통해 멤버들의 운명을 정한다는 설정이 만드는 재미보다, 본인 혹은 타인의 소속을 바꿀 수 있는 ‘환승’ 제도를 잘 활용한 출연자들의 노련미와 예능감으로 뽑아낸 재미가 더욱 돋보였다. 환승권의 최대 수혜자인 정국이나 눈치 싸움을 통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안정환의 막판 몰래카메라는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새롭지 않다고 재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신선하다거나 처음 기대한 내용과 조금 달랐을 뿐, 파일럿 자체의 완성도와 가능성은 충분히 보였다. 기대한 인터넷 생방송과 리얼 버라이어티를 접목한 부분이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의 게임을 대체하는 수준에 머물러서 아쉽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또한 인기 멤버 정국과 비인기 멤버 조세호를 양 축으로 하는 역학관계를 풀어가는 실타래 역할 정도는 수행하면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앞으로 통제 불가의 어수선한 실시간 방송을 볼만하게 엮어가는 노하우를 쌓고, 방송과 연계한 시너지를 살린다면 정체된 주말 예능(이 된다는 가정 하에) 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경쟁력 있는 후보다.

바둑 용어인 꽃놀이패는 패를 쥔 입장에서는 이기거나 지거나 큰 상관이 없으나 상대편에게는 패의 성패에 따라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패를 뜻한다. 그래서 일상적으로는 어떻게 선택하든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통용된다. <꽃놀이패>의 경우도 그렇다. 굳이 실시간 방송을 접목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굴러갈만한 바퀴다. 막내 정국에게 쏟아지는 팬들의 화력을 고려한다면 실시간 방송 자체가 주는 장점도 있다. 즉, 꽃놀이패다. 그러니 애초의 기획한 콘셉트와 현재의 반응을 어떻게 ‘접목’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패밀리’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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