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판타지가 섞이니 달라진 멜로 방식

[엔터미디어=정덕현] 갑자기 뺨을 때리더니 그 다음에는 갑자기 키스를 한다. 마치 바바리맨처럼 느닷없이 자신의 벗은 몸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총을 겨눈다. 강철(이종석)이 오연주(한효주)의 이런 행동을 “맥락 없다”고 말하는 건 당연하다. 너무나 뜬금없는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그녀가 왜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지 이해한다. 웹툰 속으로 빨려 들어간 그녀는 사실 현실로 빠져 나오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주인공 강철이 어떤 충격적인 감정 변화를 느껴야 웹툰의 한 회가 마무리되고 그래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MBC 수목드라마 ‘W’의 멜로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있다. 멜로에서 남녀 관계의 진전이란 그래도 기승전결의 맥락이 중요하다. 어떻게 만나고 그 만남이 서로에 대한 좋은 감정으로 이어지며 그것이 다시 사랑으로 발전해 가는가는 멜로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W’의 멜로는 강철이 말하듯 ‘맥락 없이’ 진행된다. 아마도 이토록 빨리 남녀가 키스하는 드라마도 없을 게다. 첫 회에 등장해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키스라니. 그런데 바로 그 맥락 없이 마구 돌진하는 이런 멜로의 속도감은 ‘W’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이 드라마가 가진 판타지 덕분이다.

웹툰의 세계와 현실 세계의 만남. ‘W’의 멜로는 바로 이 독특한 판타지 설정으로 인해 멜로의 전개 양상 또한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오연주라는 캐릭터는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인물로 시청자들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어쩔 줄 몰라 하는 귀여운 모습과 현실로 돌아가 강철을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러한 조금은 다를 수밖에 없는 멜로의 흐름은 그 판타지 설정 때문에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실의 여자와 웹툰 속 가상의 남자 사이의 멜로이니 더욱 절절해질 수 있을 테고, 그 가상의 남자를 죽이려는 장본인이 바로 현실의 여자의 아버지이니 그 안에 복잡한 심사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웹툰 속으로 여자가 들어가듯, 웹툰 속에서 현실로 남자가 튀어나올 수 있을까도 궁금해진다. ‘W’의 판타지 설정은 뻔할 수 있는 멜로 구도마저 흥미진진하게 바꿔 놓았다.

최근 들어 드라마들이 판타지를 부쩍 찾고 있다. tvN <또 오해영>의 멜로를 독특하게 만든 것 역시 미래를 보는 남자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이 판타지로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남자 주인공이 보게 되는 미래 속에서 여자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게 되는 장면들은 시청자들마저 그 긴장하게 만들었으니까.

<별에서 온 그대>는 불사의 외계인이라는 설정으로 그 멜로가 독특해졌고, <시그널> 같은 본격 스릴러 장르 속에서도 무전기를 통해 연결과 과거와 현재는 그 속에 등장하는 남녀의 시간을 뛰어넘는 절절한 관계를 만들어냈다. 판타지가 로맨틱 코미디 같은 뻔한 장르와 만나 만들어내는 시너지들이다.

‘W’의 ‘맥락 없는’ 멜로 전개는 판타지를 바탕으로 오히려 더 흥미진진한 과정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본래 익숙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일 수밖에 없는 남녀 간의 사랑은 판타지를 덧붙이면서 신선함까지 갖게 되었다. 흔히들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만찢녀’라고 표현하지만 그걸 실제 드라마 설정으로 그려내다니. ‘W’의 로맨틱 코미디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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