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그런데 이것이 과연 신개념 토크쇼인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예능국 고위층 인사 중 누군가가 ‘신개념’이란 말에 꽂혀 있음이 분명하다. 아니면 부서 내 돌고 있는 캐치프레이즈거나. 최근 예능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SBS의 파일럿들은(이 점은 고맙게 생각한다.) 하나같이 신개념이란 수식을 달고 나온다. 마치, 검인증 승인 딱지 같다. 이번 월요일에 출격한 <셀프 디스 코믹 클럽 DISCO>(이하 디스코)도 마찬가지였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인간의 권리로 떠오르고 있는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예능으로 재해석한 독특하고 새로운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라는 게 제작진의 기획의도이자 마케팅 콘셉트다.

뚜껑을 연 파일럿 <디스코>는 동명의 음악처럼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 탁재훈, 김성주, 박명수의 3MC 체제에,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 최자, 장우혁, 지상렬, 양세형, 박나래, 배우 이유리, 걸그룹 트와이스 쯔위와 채영 등이 패널로 자리한 출연진은 웃음, 인지도, 인기, 화제성 모든 측면에서 기대를 갖기 충분한 캐스팅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연관 검색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우고 싶거나 바로잡고 싶은 오해와 루머를 키워드로 선택하고 관련한 에피소드를 한 명씩 돌아가면서 털어놓았다.

MC인 탁재훈은 솔선수범해 도박 관련 이야기, 과거 방송 태도, 이혼 등등 거침없는 토크를 보여줬고, 그 덕분에 최근 주가 상승 중인 양세형도 불명예스런 과거를 한 번 더 대중 앞에 내놓게 됐다. 김성주는 자신과 관련된 조강지처를 버리려 했다는 루머에 대해 적극 방어 및 오해를 바로 잡았고, 예명부터 19금 토크를 피할 수 없었던 최자는 이 날을 위한 비밀병기답게 인스타그램으로 더욱 유명한 연인 설리와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해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이것이 신개념 토크쇼인가? <디스코>가 내세우는 인터넷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자조적 셀프 디스는 이미 <라디오스타>가 등장한 9년 전부터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존의 용비어천가식 토크 대신 토크쇼의 메인 코드로 자리매김했다. 과거처럼 쉬쉬하면서 모른 척하는 편보단 스스로를 희화화하고, 잘못을 괜히 한 번 더 언급하면서 인정하는 편이 쿨한 태도가 됐다. 아니, 오히려 너무 과해져서 이런 방식이 면죄부가 아니냐를 논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이 셀프 디스 콘셉트를 제하고 들여다보면, 제작진의 전작인 <강심장>과 달라진 것인 세트와 인물, 그리고 그 세월 동안 발전한 SNS를 반영한 정도다. 패널들이 포진한 형식과 자극적인 소재를 끄집어내 연성화해 웃음으로 휘발시키는 토크 방식과 자막까지 괜히 반가울 정도로 똑같았다.

많은 패널이 등장해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끌어가며 에피소드식 토크를 나열한다. 이유리는 또 다시 연민정 따라잡기를 하고, 이미 방송 노출된 바 있는 양세형과 박나래의 무이자 금전거래 에피소드, 장우혁은 <나 혼자 산다>에서도 똑같은 질문과 답이 나왔던 H.O.T의 재결합에 대한 이야기를 리바이벌했다. 중간 중간 처지지 않도록 지상렬, 양세형, 박나래, 홍현희 등 개인드리블 능력이 있는 출연자들이 활약하며 웃음 포인트를 촘촘하게 가져갔다. 자극적인 소재와 논란으로 이슈를 끌어 모는 것이나, 에피소드식 토크를 기본 구조로 삼은 토크쇼는 신개념이 아니라 SBS예능국에 영광의 시절을 선사했던 SBS표 버라이어티 토크쇼의 재림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복고적이라 느껴진 것은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토크다. 친분 있는 연예인들끼리 돈을 주고받은 이야기나 김희철의 소집해제 모임에서 설리와 첫 만남을 가졌다는 최자의 연애 고백에 떨어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놀러와>를 떠올리게 한다. <놀러와> 말기에 김희철과 관련 동료들의 연예계 인맥과 친목 관련한 특집을 야심차게 마련한 이후, 기울어지던 가세는 더 예각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곧 사라졌다. 그 당시에 관련해서 시대정신을 잃지 못하는 연예인 신변잡기식 공중파 토크쇼에 대한 한탄을 했던 기억이 있다.

탁재훈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여전히 기대가 되는 MC다. 박명수와 양세형, 지상렬, 박나래는 뭐라도 하나씩은 터트릴 수 있는 드리블러다. 나쁘지 않은 캐스팅이고, 보다 독한, 솔직한 토크를 지향하는 방향성은 좋아 보인다. 그런데 일상과의 공감대, 접점을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연예인 신변잡기 토크쇼는 최대기대치가 게스트 의존성이 높고 충성도가 낮은 <해투>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굳이 이 시점에서 가장 올드한 예능 <해투>의 또 다른 버전을 만들려는 건 과연 무슨 개념인 걸까?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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