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본’ 이후에도 ‘본’ 시리즈는 계속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본>시리즈가 이제 아예 <제이슨 본>이라는 제목으로 돌아왔다. 그 무엇보다 기대감을 높이는 건 이 역할을 2002년부터 지금껏 해온 맷 데이먼이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감이다. 그저 액션이 아니라 어딘지 지적인 느낌을 주는 맷 데이먼은 독보적인 제이슨 본의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그가 아니면 어딘지 제이슨 본이란 캐릭터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사실 <본> 시리즈가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건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 때문이 아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추격전과 첩보물 특유의 정보전이 주는 묘미에, 쉴 새 없이 컷이 돌아가는 장면들의 연속과 서서히 시작해 점점 고조되는 배경음악을 통해 저도 모르게 빠져드는 그 속도감 같은 것이 독특한 액션 블록버스터의 결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제이슨 본>은 역시 이 <본> 시리즈 특유의 문법들에 충실하다. 그리스의 데모대들이 길거리에서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는 와중에 벌어지는 제이슨 본과 CIA 조직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저 인물들이 걷고 있어도 어떤 리듬감과 속도감을 줄 정도지만, 이 액션 신에서 제이슨 본은 모터바이크를 타고 거리를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며 뒤쫓는 저격자를 따돌린다.

이러한 액션은 영화의 말미에서 더 커진 스케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마치 탱크처럼 도로의 차들을 뭉개버리며 벌이는 도심의 차량 추격전은 다소 밋밋하게 끝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깨끗이 날려버릴 정도로 만족감을 준다. 뛰면서 생각한다는 것. 아마도 이 동시다발적인 행동과 판단의 연속은 <제이슨 본>이 갖고 있는 밀도 있는 액션의 핵심적인 요소일 게다.

하지만 이러한 <본> 시리즈에 충실한 밀도 있는 액션들을 빼놓고 보면 <제이슨 본>은 어딘지 이미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시감을 준다. 결국 이 영화에서도 본은 자신의 과거 기억을 끊임없이 찾아 나서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그 질문은 지금껏 그토록 많은 시리즈가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 던져진다.



액션의 바탕이 되는 적들이 이른바 ‘정보전’을 통해 세계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는 점도 그리 참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CIA가 위성과 전 세계에 깔려 있는 CCTV 등을 활용해 어떻게 인물을 추적하고 타인의 컴퓨터에 해킹해 정보를 빼거나 삭제해버림으로써 상대방을 공격하는 방식은 여전히 흥미롭다. 정보는 이 시대에 확실히 그 어떤 무기보다도 더 강력한 무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래도 <제이슨 본>에 남는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물론 이번 작품까지야 여전히 그 속도감 넘치는 액션에 빠져들 수 있는 관객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똑같은 방식과 메시지와 이야기 전개가 향후에도 지속된다면 어떨까. 시리즈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맷 데이먼은 확실히 빛난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액션의 강도는 조금 약해져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특유의 고독한 느낌을 주는 스파이로서의 면면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다소 아쉬운 점들도 조금은 덜어줄 만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제이슨 본>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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