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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은 당신 편이 아니다
기사입력 :[ 2016-08-02 15:45 ]


불확실성이 좌우하는 현실에서 까다롭게 선택하고 쿨하게 대처하는 법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이 도박에 참가하면 1,000번 중 999번의 확률로 1달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1,000번 중 한 번의 확률로 내기 운영자에게 1만 달러를 내야 한다.’

이런 도박이 있다면 당신은 참가할 것인가? 높은 확률로 1달러를 벌 수 있다는 점에 혹해 이 내기에 응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수백 달러를 따고 흡족해하다가 일순간 딴 돈의 수십 배에 이르는 1만 달러를 날릴 수 있다. 참고로 이 도박의 기대값은 -9.001달러다.

옵션 매수 트레이더이자 확률 연구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 도박을 예로 들어 현실의 위험을 설명한다. 탈레브는 책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현실의 위험은 이처럼 발생 확률이 낮은 종류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현실의 위험은 이 도박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이 도박에서는 참가자가 1만 달러를 물 확률이 알려진 반면 미래의 확률분포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달러씩 꼬박꼬박 챙길 수 있는 이벤트가 있는데 번 돈보다 더 큰 금액을 날릴 확률은 매우 낮은 데다(그 확률의 수준은 아무도 모른다) 주위에 그런 경우를 당한 사람이 없을 경우 많은 사람이 놓칠세라 이 이벤트에 참가할 것이다.

그러나 위험은 언젠가는 현실이 된다. 오랫동안 발생하지 않아 안심할 즈음에 닥치곤 한다. 게다가 현실에서는 우리가 예상한 영역에 없던 종류의 위험이 불거지곤 한다. 푼돈이지만 1달러씩 꼬박꼬박 챙기는 재미에 이 내기에 응한 뒤 위험에 대해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은 사람은 큰 낭패를 보게 된다.

요약하면 현실의 위험은 발생 확률이 낮은 종류가 많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있으며, 우리는 리스크 관리에 드는 비용을 아까워한다고 탈레브는 말한다. 이들 요인은 발생할 확률이 아주 낮거나 예견하지 못한 사건을 가리키는 ‘블랙 스완’이 큰 충격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익히 알려진 대로 2007년에 《블랙 스완》을 써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위험의 반대 편에서는 행운이 온다. 그는 행운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행운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확률적으로는 ‘무작위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결과는 실력보다는 무작위성과 참가자 수라는 변수가 작용해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100명이 참가한 도박보다 1만 명이 참가한 도박에서 훨씬 엄청난 고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분야보다 사업에서 이 문제가 심하게 드러난다”며 “(한 업종에) 사업가가 많을수록 그 중 한 인물이 단지 운으로 하늘의 별과 같은 성과를 올릴 확률도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또한 어느 금융시장에서 빼어난 실적이 나올 확률은 그 금융시장의 역사를 통틀어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활동했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높은 수익률은 상당 부분 보이지 않는 행운의 손 덕분이므로 우리는 성과에 겸손해져야 한다고 탈레브는 말한다. 반대로 그 수익률이 반복되리라고 기대했다가는 쓴 잔을 마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른바 ‘뜨거운 손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다. 뜨거운 손의 오류는 투자의 세계에서 과거 수익률이 좋은 펀드가 미래 수익률도 좋으리라고 기대하는 편향을 가리킨다. 그는 “과거의 뛰어난 실적을 당사자의 능력으로 돌리는 분석은 그 고성과자가 앞으로도 잘 하리라는 예상으로 연결된다”며 (위와 같은 측면을 고려할 때) “이 예상은 약하디 약해 쓸모가 없을 정도일 수 있다”고 말한다.

◆ ‘운 좋은 바보’와 ‘운 없는 바보’

행운이 작용한 결과인 줄 모른 채 성과에 만족한다면 당신은 ‘행운에 속는 운 좋은 바보’다. 탈레브는 “운 좋은 바보는 인생에서 운의 덕을 보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운이 따르지 않는 바보들과 비슷한 상태로 점차 수렴할 것”이라고 말한다. 운 좋은 바보가 실패하는 이유로 그는 다음을 든다.

- 자신의 판단이 정확하다고 과신한다.

- 포지션과 결혼한다. 무능한 트레이더가 포지션을 정리하기는 이혼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 스토리를 멋대로 바꾼다. 결과에 맞춰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손실을 본 다음 장기투자한다며 말을 바꾸고 매도를 미룬다.

- 손실에 대응할 방안을 사전에 수립하지 않는다.

- 부인한다. 손실이 발생하면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채 “현금화와 과도한 매도의 결과일 뿐”으로 치부한다.

행운에 속지 않고 위험에 대비하는 현명한 투자자로 그는 조지 소로스를 든다. 그는 소로스가 지극히 열린 마음 자세를 유지했고 자신의 견해를 바꾸는 데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가 가장 높이 평가한 부분은 소로스는 자신이 늘 오류에 빠진다는 걸 인정했다는 점이다.

◆ 세상에서 가장 까칠한 트레이더의 ‘투자 명상록’

탈레브는 이 책을 3부로 구성하고 위와 같은 위험에 대한 성찰 등 주요 내용을 1부에 담았다. 1부의 내용을 요약하면 저자는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지 못하고 투자성과가 대부분 운의 결과라는 점을 간과하며 특히 위험에 대해 무지하다고 역설한다. 이어 2부에서는 행태경제학과 행태재무학 연구를 통해 익히 알려진 편향과 오류를 다룬다. 3부 ‘귀를 틀어 막아라’에선 감정을 다스리고 소음에 불과한 정보나 군집행동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귀띔한다.

탈레브는 투자에서 많은 게 운에 좌우되기 때문에 수익이 좋게 나왔다고 크게 기뻐할 일이 아니고 손실을 봤다고 자책할 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을 투자자에 맞춰 다시 정리한 듯한 내용이다. 투자를 전후해 마음을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그런 내용 중 하나가 그리스 정치가이자 시인 솔론(BC 640~BC 560 추정)의 다음과 같은 말이다.

“온갖 상항에서 벌어지는 많은 불행을 보노라면 우리는 현재 누리는 즐거움에 자만해서도 안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든 바뀔지 모르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보고 감탄하지도 않아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왜냐하면 정말 다양하게 펼쳐지는 불확실한 미래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사이불학(思而不學)의 위험을 보여주기도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만하는 이는 자신의 깨달음을 다른 주제에도 두루 적용하고픈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그가 오류를 범할 위험이 커진다. 탈레브도 이 유혹에 넘어가 ‘주제 넘은’ 생각을 내놓는다. 자신이 금융시장에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이 기업 경영에도 통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탈레브는 “CEO의 기술과 회사 실적의 상관관계는 느슨하다”며 “수많은 기업이 있고 그들 기업 중에서 옳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곳은 나오게 마련”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여기서 “CEO는 기업가와 다르다”고 단서를 달고 ‘사고실험’에서 기업의 상반된 의사결정을 동전의 앞면과 뒷면으로 설명한다.

그의 견해처럼 해당 회사의 실적이 CEO의 역량과 무관하게 증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당 업종의 순환국면이라는 요인에 따라 일정 기간 업황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수가 작용한다는 사실이 CEO의 역량만 따로 떼어내 평가하는 일이 불가능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둘째, CEO의 의사결정은 이미 주어진 동전의 ‘앞면’이나 ‘뒷면’을 택하는 종류가 아니다. CEO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답을 찾은 뒤 그 무엇을 해서 이룰 목표를 구성원에게 제시하고 실행방안을 도출해 밟아나가는 일을 하는 존재다. 그가 활용한 ‘동전’의 비유를 들어 반박하면, CEO는 주어진 동전을 던지는 기존 게임이 아닌 새로운 게임(시장)을 창출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그가 말하는 기업가와 CEO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CEO임이 분명한 경영자들을 살펴보더라도 시장을 만들거나 키우는 의사결정과 실행으로 탁월한 탁월한 업적을 낸 CEO들이 숱하다. 그들의 사례는 그의 주장을 가볍게 기각한다.

저자는 도발적인 통찰력을 보여주는 한편 조악한 사례도 제시한다. 성취는 선형함수가 아니라 오랜 노력이 계단식 도약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 뒤 다음과 같은 황당한 예를 든다.

“오랫동안 매일 피아노를 연습해도 ‘젓가락 행진곡’조차 치지 못하다가 갑자기 라흐마니노프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된다.”

그가 내놓은 가벼운 억지를 하나 추가한다. 그는 시간표에 딱딱 맞춰서 사는 것보다 불확실한 가운데 여유를 즐기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건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는 이 주장을 강화한답시고 여기서 한참 더 나가 다음과 같이 엉뚱하게 물어본다.

“당신이 죽는 날짜를 매우 정확히 알고 싶은가?”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싶은가?”

탈레브의 이런 측면은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에 해당한다고 본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smitten@naver.com

[사진=중앙북스]

[책 정보]
《행운에 속지 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중앙북스 펴냄,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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