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본색’, 독설가 김구라의 아들바보 반전 매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채널A <아빠본색>은 이혼 2년차의 김구라, 아토피가 있는 딸을 위해 3년째 전원생활 중인 배우 이창훈, 13년차 기러기 아빠 김흥국과 10년차 기러기 아빠 김영호 등이 출연하는 아빠를 중심으로 가족을 이야기하는 관찰형 예능이다. 밖에서는 그 누구보다 당당하지만 자식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아빠의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가진, 안쓰러운 아빠들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는 일상을 담은 관찰일기다.

특히 김구라는 그동안 출연했던 모든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감정이 없는 독설가 MC 김구라가 아니라 ‘아들 바보’ 아빠다. 웃기려고 하거나 독설은 오간데 없고, 그냥 휴일 날 늦잠 자고 일어난 정말 아버지를 보는 듯하다. 말투와 표정에서 인간적인 모습, 진솔한 속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꾸밈이 없는 건 그들의 살림에서도 드러난다. 김구라는 인테리어 방송을 진행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집에 인테리어는커녕, 보수가 필요한 집 안 모습 있는 그대로다.

최근 겪은 이혼 후유증과 수습하고 정리할 부분들을 아들과 부정을 나누며 해결해가는 모습은 관찰형 예능이 가진 잔잔한 감동과 반전의 재미가 있다. 그동안 짜증과 화 이외에 감정 표출 사례가 적었던 김구라는 아들 앞에서 눈치도 보고 쩔쩔매기도 하고, 섭섭해하기도 하고 잔소리를 하다가도 아들과 친해지려고 애교도 부린다. 속옷 가격에 민감하고, 어머니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는 잘 자란 아들이 뭔가 해내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한다.

게다가 김구라의 천적도 등장한다. 김구라의 어머니는 김구라에게 연신 부정적인 것 좀 고쳐라, 사람들한테 삿대질 마라, 서장훈한테 잘해라 등등 ‘진짜 보기 좀 안 좋다’는 등등 돌직구를 날리자 아들 김구라는 말대꾸하다가 결국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다. 그의 당혹스런 얼굴은 이 프로그램이 아니고는 볼 수가 없다.



가족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적합한 소재다. 특히 독하거나 튀는 캐릭터를 분한 방송인들에겐 인간적인 모습을 어필할 수 있는 신선함과 캐릭터에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누구나 정서적 공감대를 느낄 수 있고, 가족 간의 사랑은 시청자들에게 위안을 건네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한층 친근해질 수 있고, 캐릭터와 실제 인간이 어느 정도 분리가 되는 풍부함이 생긴다. 이는 이경규가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서 반전을 꾀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종편 중에서 인지도 낮은 채널A의 프로그램임에도 4%대 시청률로 출발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아빠 본색>은 잘 만든 예능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가족사와 일상을 공개하는 관찰형 예능이지만, 다큐가 아닌 예능임을 인지할 수 있는 장치는 출연진들의 인지도 외에는 딱히 찾아보기 힘든 탓이다. 특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고, 자막과 음향, 웃음소리 등의 후가공은 나영석 사단이나 <나 혼자 산다>와 비교해 볼 때 좋게 말하면 잔잔한 다큐를 보는 듯한 여백이 있고, 나쁘게 말하면 세련미가 떨어진다. 시청률도 점진적 하락세다.



김구라 이외의 가족들이 완벽히 신선한 콘셉트를 마련하지 못한 것도 한 가지 위험 요인이다. 딸 효주와의 관계에서 흥미진진한 일상을 들려주는 이창훈의 이야기는 재밌기는 하지만 여타 육아예능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없는 모습이고, 김흥국, 김영호의 기러기 아빠 생활은 <아빠를 부탁해>의 연장선상에 있는 콘셉트다. 아빠들의 이야기가 모이다보니 어떤 지점까지도 희생을 할 용의가 있고, 가족과 자식에게서 삶의 희망과 에너지를 얻는다는 원초적 행복이 깃들어 있지만 새로운 콘텐츠는 아니라는 점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미래, 불안한 현실, 숱한 좌절과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누구를 의지하며 살까. 이런 불황에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 늘 우리 옆에 있는 가족이다. 힘든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첫 번째이자 최고의 안정망이 바로 가족이다. 그런 점에서 <아빠 본색>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예능이다.

하지만 예능으로 놓고 보자면 익히 봐왔던 그림이다. 초반 화제성을 이끌고 있는 김구라도 이경규처럼 극적으로 캐릭터를 풀어내 활용하는 유형의 인물은 아니다. 따라서 시청자들에게 줄 수 있는 또 다른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족 이야기는 따뜻하고 좋은 만큼 짧게 끝난 <아빠를 부탁해>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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