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마동석이 ‘38사기동대’의 사기 캐릭터인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OCN 드라마 <38사기동대>는 OCN 드라마의 대표작인 <나쁜 녀석들>처럼 나쁜 놈들이 주먹질로 나쁜 놈을 평정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드라마는 나쁜 놈들이 머리를 써서 거물급 나쁜 놈들을 골탕 먹이는 이야기다. 매번 고위층 세금징수에 어려움을 겪는 백성일(마동석)은 우연히 중고차 사기를 당하면서 사기꾼 양정도(서인국)와 엮인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사기꾼 양정도의 힘을 빌려 세금징수 미션을 수행하기로 결정한다. 곧이어 양정도를 중심으로 사기팀이 구성되고 세금을 떼어먹은 상류층들을 사기 쳐 돈을 뜯어내 세금을 받아낸다.

<38사기동대>는 혈투극 아닌 사기극이다. 그런데 너무 과하게 힘주지 않고 정확한 순간 재빠르게 잽을 날리는 이 이야기는 화끈한 혈투극 못지않게 보는 이를 짜릿하게 한다. 특히 양정도와 백성일의 사기는 단박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위기를 거쳐 성공에 이른다. 그들이 싸우는 상대는 동네 양아치가 아니라 국가적인 양아치, 그러니까 뒤로는 크게 한탕씩 구린 짓을 하셔도 겉보기엔 번듯하니 성공하신 분들이다. 워낙 자기 돈에 혈안이 된 이들이라 종종 양정도와 백성일은 위기에 처한다. 거기에 양정도의 사기팀들 또한 삶이 부박한 이들이다. 자잘한 범죄를 저지르며 사는 이들의 특성 상 늘 쫓기며 살았기에 그들의 성질은 부평초와 같다.

드라마 <38사기동대>는 사기꾼 양정도가 이 변덕 심한 사기팀을 어르고 달래면서 우직하고 성실한 공무원 백성일을 사기요원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며 거대한 사기수행 미션을 완료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물론 거기에는 억울하게 다단계 회사에 당한 부모에 당한 복수도 포함되어 있다. <38사기동대>는 무예와 기공이 아닌 사기수법으로 돈이 돈을 먹는 자본주의 무림의 고수가 되는 사기 무협지에 가까운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당연히 이 드라마의 주인공 양정도는 완벽에 가까운 사기꾼일 수밖에 없다. 외모는 훤칠하고, 머리는 재빠르게 돌아가며, 사람들을 속이는 데는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한다. 여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것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이 사기꾼 남자영웅 인물은 자칫 올드한 마초풍으로 연기하면 느끼해지기 쉽다. 혹은 너무 진지하게 연기하면 극의 맥락과는 상관없이 인조인간 사이보그 사기꾼처럼 시시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극중 양정도를 연기하는 서인국은 이 모든 지뢰의 위험을 가볍게 피해 다닌다. 그뿐만이 아니라 <고교처세왕>의 철없이 깐족거리는 고교생을 거쳐 <너를 기억해>의 프로파일러 이현을 통해 진지하면서 섬세한 인물 만들기를 통해 배운 모든 노하우가 양정도를 통해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도 그럴 것이 서인국은 이 사기꾼 양정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각기 다른 인물들을 재빠르게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무원에서 대기업 사업, 밑바닥의 양아치까지 각기 다른 사내들의 모습이 주는 각각의 재미가 있다. 거기에 평소 양정도의 ‘깐족거리는’ 표정이나 말투는 이 인물에 독특한 활력을 준다. 입을 다물었을 때 섹시하게 느껴지는 미남 캐릭터는 많지만 양정도처럼 조잘거리면 조잘거릴수록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는 흔치 않다.

반면 양정도에게 중고차 사기를 당했다가 나중에는 싸움 중에 젖꼭지까지 물려 버리는 백성일의 매력 또한 <38사기동대>를 끌어가는 또 하나의 축이다. <38사기동대>만이 아니라 영화 <굿바이 싱글>과 <부산행>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마동석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겉보기에는 전형적인 마초남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모습들을 은근슬쩍 비칠 때 이 무표정한 덩치남의 매력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영화 <부산행>에서 전형적인 순정마초남, <굿바이 싱글>에서 덩치와 다른 섬세남을 보여준 그는 <38사기동대>에서 이 중간 어딘가에 있는 평범하고 소심한 남자를 보여준다.



<38사기동대>의 백성일은 큰 덩치와 달리 겉보기엔 무척 소심한 소시민이다. 하지만 그는 슈퍼맨의 힘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의 폭발력의 단추를 누르는 사람이 바로 사기꾼 양정도다. <38사기동대>는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평범한 소시민에서 괴력을 지닌 슈퍼맨의 힘을 보여주고 거기에 양정도 못지않게 날렵한 사기꾼이 되진 못하지만 그런 재능의 싹을 짬짬이 보여주는 백성일의 변화를 훔쳐보는 재미 또한 있다.

<38사기동대>의 주인공인 양정도와 백성일은 사실 그 자체로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풍성하고 변화의 계기나 각성의 계기가 뚜렷해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배우 서인국과 마동석의 매력이 더해지고 두 사람이 보여주는 연기의 합 또한 절정이니 양정도와 백성일이 보는 이들을 홀리는 사기 캐릭터였던 건 어쩜 당연한 일일지도.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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