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에 의한, 그러나 마동석이 아쉬웠던 ‘38사기동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사기를 쳐서 세금을 징수하는 <38사기동대>, 아니 마동석 특공대가 OC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2년 전 <나쁜 녀석들>의 제작진과 마동석이 다시 뭉치면서 ‘마동석 시즌2’로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는 제작진, 세계관, 마동석의 인지도와 인기 모두 한층 성장하며, 더 높은 시청률과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사기를 주요 소재로 삼은 <38사기동대>만의 특징이자 가장 눈길을 끌었던 지점은 비선형적인 전개 방식이다. 사기라는 콘셉트에 맞게 마치 카드게임을 벌이듯 몇 가지 패만 깔아서 보여주고 나머지는 전개가 되고 난 다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상황을 조립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소설의 구성방식과 같다. 따라서 시간과 상황을 편집함에 따라 시청자들은 높은 긴장감 속에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기도 하고, 뻔한 전개를 예측하다 뒤통수를 맞는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한마디로 알아도 당하는 사기처럼, 전혀 예측도 못하다 당하는 사기처럼, 예측을 뒤엎는 스토리 전개에 시청자들은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긴장감을 적절히 풀어주는 코미디를 활용해 강약을 조절했으니, 드라마의 대사를 빌리자면 시청자들을 상대로 일종의 공사를 친 거다.

이런 전개 방식 덕분에 시청자들은 통쾌함만 가득한 일정 부분 유치한 히어로물이나 ‘마블리’ 마동석의 팬 콘텐츠로 키득거리며 보는 게 아니라 극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한자와 나오키>처럼 스테이지 게임 형식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며 돈을 뜯어내는 구조이다 보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비선형적인 전개는 다음 단계, 다음 스텝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더욱 집중하게 만든 발판이 되었다.

그래서 마동석 마케팅을 앞세웠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정작 눈에 띄는 인물들은 사기를 기획하고 진행을 이끈 양정도 역의 서인국과 최고급 소금 역할을 해낸 조연들이었다. 이미 유명한 송옥순, 안내상 외에도 조민주 역을 맡은 이선빈, 장학주 역을 맡은 허재호, 코믹 캐릭터인 정자왕 역을 맡은 고규필은 물론이고, <돌아와요 아저씨>의 나석철이 개명한 줄 알았던 마진석 역의 오대환과 이른바 <내부자들> 커넥션인 안 국장 역의 조우진과 방 사장 역의 김홍파는 배역의 이름이 각인될 만큼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38사기동대>는 이처럼 스토리의 탄탄한 구성, 주연과 조연의 조화뿐만 아니라 코믹과 액션과 추리라는 장르의 배합, 장르물과 이를 뒷받침하는 현실감각의 궁합이 모두 잘 짜여진 웰메이드 드라마로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마무리됐다. 그 받침에는 <부산행> 등등 마동석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히는 콘텐츠로서 얻은 사랑과 관심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바로 마동석이 맡은 백 과장 캐릭터다. 마동석은 투수에 비유하자면 완력과 코믹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무기를 가진 ‘투 피치’ 배우다. 이 둘이 결합했을 때 우리가 아는 사랑스러운 마블리가 된다. 미국에선 기관단총으로 맞서는 좀비를 맨주먹으로 때려잡는 <부산행>처럼, 악당이 수십 명 있어도 눈 하나 까딱 안 하고 밀고 들어가는 <나쁜 녀석들>처럼, 단 한 컷으로 생고생을 한 황정민만큼이나 뇌리에 남은 <베테랑>의 예의를 중시하는 아트박스 사장처럼 <38사기동대>의 백 과장도 언젠가 봉인을 해제할 것으로 기대했다.

놀이터에서 양정도와 벌인 리얼해서 코믹한 몸싸움도 좋지만 박력 터지는 불도저 같은 매력을 만나길 원했다. 초반 단짝친구인 형사 박덕배(오만석)이 학창시절 짱이었다는 대사가 그 복선이라 믿었다. 그런데 끝끝내 달라지지 않고, 수영이 연기한 천성희와 함께 답답한 현실을 담아낸 소시민 캐릭터로 남았다. 기대했던 마블리 마동석은 마치 서부 영화처럼 홀연히 나타나 아무런 계산 없이 악당을 무력으로 쳐부수고 희망과 평화를 제공하고 떠나는 장고 같은 인물인데 말이다.



마지막 회에서 <38사기동대>는 교훈과 권선징악, 공공연한 비밀을 품은 히어로의 탄생으로 끝을 맺었다. 백성일 과장의 착하고 답답한 캐릭터는 마동석이나 제작진 입장에선 캐릭터의 과소비를 막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완력이 빠진 마동석의 코미디는 우리가 기대한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제작진은 사족을 달았다. 아무래도 백성일 과장 캐릭터가 담지 못한 마동석의 매력을 제작진이 모를 리 없고, 이런저런 요청도 있었을 거다. <나쁜 녀석들> 박웅철의 특별 출연은 그에 대한 화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이들의 사기 행각을 볼 수 없다. 벌써부터 아쉬워서 하는 말인데, 만약, 시즌제로 돌아온다면 다음에 만나볼 백 과장은 마음만 히어로가 아닌 현실의 갑갑함을 시원하게 원펀치로 날려버릴 본격 마동석표 히어로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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