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중계로 결방? 시청자들 공감 못하는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국가스포츠를 지상파가 일제히 방영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처럼 여겨진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리우 올림픽을 하는 현재는 어떨까. 올림픽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입장은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시대가 어느 땐데 여전히 국가스포츠냐는 이야기부터, TV를 켜면 지상파 방송3사가 똑같은 중계를 갖고 경쟁하는 것이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불만이 표면적으로 터져 나오는 가장 흔한 사례는 ‘드라마 결방’이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이 논란은 특히 잘 나가는 드라마들의 경우 심지어 방송사가 시청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리기도 한다. 월화드라마에서는 ‘닥터스’가 그렇고, 수목드라마에서는 ‘W’가 그렇다. 올림픽 중계 때문에 이들 드라마를 결방하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번 리우 올림픽이 시차 때문에 새벽 중계가 많아진 탓도 있지만 올림픽 중계방송 자체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도 과거만 하지 못한 면은 분명히 있다. 밤 시간대에 하는 올림픽 중계방송도 10% 시청률을 넘기는 건 어렵게 되었다. 겨우 7,8%에 머물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엔 거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렇게 된 건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 패턴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금의 시청자들은 굳이 지상파에서 본방을 통해 중계방송 시청을 하기 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하이라이트’ 시청이 익숙하다. 사실 방송 프로그램 자체도 본방보다 인터넷을 통해 이른바 ‘짤방’을 보는 것이 익숙해진 세대들이 아닌가.



게다가 국가스포츠라고 하면 무조건 봐야 한다는 생각도 이제는 과거의 유물처럼 되어 있다. 과거 서울 올림픽 같은 국가적 제전에 국민 모두가 참여해 응원하던 풍경은 요즘처럼 취향이 다양해진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건 선진국들의 올림픽 같은 국가스포츠에 대한 태도와 유사하다. 미국의 경우 올림픽을 해도 대중들이 더 관심을 갖는 건 개인적 취향이 뚜렷한 저마다의 프로스포츠들이다.

무엇보다 지상파의 올림픽 중계방송이 과거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건, 단적으로 올림픽 중계방송을 하지 않는 tvN 같은 케이블 채널의 방송 프로그램들이 이 시즌에도 여전히 괜찮은 시청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올림픽이 한창이던 월요일 tvN에서 방영된 <싸우자 귀신아>는 3%대의 정상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집밥 백선생>의 경우는 오히려 시청률이 3% 이상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이제 올림픽 중계를 해도 각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올림픽 중계와 본방 사이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른바 보편적인 시청을 염두에 둔다면 올림픽 중계를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결방은 의외로 강한 반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제 지상파들이 올림픽 같은 국가스포츠 제전에 모두 뛰어들어 같은 중계를 두고 방송 경쟁을 하는 건 어딘지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3사에 올림픽 방송에 있어서 ‘순차방송’을 권고한 건 그나마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위한 최소한의 지침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이렇게 방송3사가 모두 올림픽 중계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은 그다지 탐탁해하지 않는 눈치다. 국가스포츠의 시대는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