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연애 예능 ‘내 귀에 캔디’가 흥미로운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은 새 목요예능 <내 귀에 캔디>를 내놓으면서 <바벨 250>과 마찬가지로 소통에 관한 새로운 예능이라고 마케팅했다. 어느 정도 말이 되는 것이 시작하자마자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현대인들의 공허, 군중 속의 고독 등을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한 남자의 가상연애를 통해 다룬 영화 <그녀(Her)>를 레퍼런스로 삼았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설정, 장치, 분위기 모두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심지어 장근석 전화기 저편에 있던 ‘캔디’ 유인나는 <그녀>의 촬영지인 상하이 푸동 지구의 스쳐지나가는 인파를 배경으로 처음 얼굴을 드러낸다.

그런데 포장지를 벗기고 보니 <내 귀에 캔디>는 소통에 관한 예능이라기보다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형 예능에 가까웠다. 홈시어터가 있는 아시아프린스 장근석의 집, 방송 사상 거의 최초로 드러나는 서장훈의 집, 신인 배우 지수의 홍대 근방 옥탑방 등 소통을 다룬다기보다 그동안 못 봤던 연예인의 생활공간과 일상을 구경하는 <나 혼자 산다>류의 관찰형 예능에 가깝다. 외로움을 보여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화려해보일 것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부재중 통화만 잔뜩 쌓여 있다거나 하루에 말 한 마디도 안 할 때도 있는 쓸쓸하고 외로운 스타들의 모습을 조명해서 모성애와 공감대를 자아낸다.

여기서 <내 귀에 캔디>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일상을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달달한 연애의 장면을 포착한다. 관찰형 예능인데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의 설렘, 끌림, 호기심 등등의 감정을 담아낸 새로운 그림이다. 마치 타인의 연애를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동안 연예인들이 실제로 사는 모습을 보여준 콘텐츠도 많았고, 사랑의 작대기나, 가상부부, 쇼 프로그램에서 로맨스 라인 등 연애를 다룬 예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상 속에서 이처럼 리얼하게 몰아놓은 적은 거의 없었다.



출연자들이 낯선 이성과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풋풋함과 설렘은 연애를 해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함께 느낄법한 달콤한 감정들이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성과 대화를 나누는 상황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그녀>를 레퍼런스로 삼고 있지만 요즘 세대에게는 데이트앱, 그 이전 세대에게는 채팅과 폰팅을 통해 충분히 직간접적으로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포인트는 베일에 가려진 이성에게 흥미를 느끼고 대화를 나누며 자라나는 연애 세포, 퍼져나가는 달달한 로맨스다. 예능이라기보다 로맨틱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전화를 기다리고, 또 순간순간 볼이 빨개지는 출연진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상대가 누구일지 호기심을 갖게 되고, 차마 글에다 옮겨올 자신이 없을 장근석의 기름기 있는 픽업라인이나 치기어린 허세가 가미된 지수가 던지는 멘트들이 오글거림과 배시시한 미소와 홍조를 동반하면서도 괜히 피하곤 싶진 않다. 서장훈이 그렇게 시종일관 미소를 띠고 웃는 얼굴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내 귀에 캔디>가 흥미로운 것은 남들은 이렇게 연애를 하겠구나라는 점을 보여주면서 실제로 있을 법한 다양한 멘트와 분위기를 너무나 리얼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톡톡 터져 나오는 러브바이러스를 널리 퍼트리는 색다른 연애 콘텐츠다. 새롭고 흥미로운 독특한 방식으로 연애를 다루고, <복면가왕>처럼 캔디가 누구일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토리라인도 깔아놓아 더욱 흥미롭다.

이 글은 분석이나 비평이 아니라 첫 회에 대한 감상문이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나 지속가능성을 따지기엔 너무나도 이르다. 물론 얼마 전 <불타는 청춘>의 사례가 있긴 하다만 일상을 파고들던 오늘날 예능이 드디어 연애의 순간과 감정에까지 카메라로 비춰보는 실험이다. 과연 예능판 <그녀>는 어떤 결말을 맺을지, 러브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새로운 예능이 찾아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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