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 2016년 버전 청춘 스케치의 끝이 궁금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는 달달한 기운 속에 ‘벨 에포크’라는 이름의 셰어 하우스에 갓 들어온 막내 유은재(박혜수)의 시선으로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청춘의 설렘과 불안을 그려낸다. 여대생이 모인 금남의 쉐어하우스라는 색다른 커뮤니티, 캠퍼스, 새 학기는 이와이 슌지의 <4월 이야기>를 보는 듯한 풋풋함이 가득하다.

여기에 아프니까 청춘이다, 헬조선의 현실을 담당하는 윤진명(한예리)과 이른바 청춘의 또다른 어두운 자화상인 강이나(류화영)가 함께하고 등장인물 중에 스테레오 타입화된 여대생 역할을 맡은 정예은(한승연), 만화적인 캐릭터 송지원(박은빈)까지 각양각색의 캐릭터가 가세하면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과거 캠퍼스의 낭만을 설파했던 <논스톱>시리즈나 <광끼> 등의 드라마 이후 10여 년간 명맥이 끊긴 캠퍼스물의 재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진행이 되면 될수록 앞전 세대의 청춘의 일각을 포착하는 캠퍼스물, 발랄함을 생명으로 하는 청춘물과는 차원이 다른 포부를 드러낸다. <청춘시대>는 발랄한 여대생들이 모인 만큼 상큼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발랄하지도 않다. 빨래를 갤 때마다 브래지어가 항상 등장하고, 섹스 이야기도 심심찮게 하는 것이 <청춘시대>가 오늘날 청춘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면, 윤진명과 강이나는 과거보다 슬픈 오늘날 청춘이 짊어지고 있는 아픔을 담당한다. 마냥 티끌 없이 밝고 순수한 순정만화에서 옮겨온 인물이 아니라 극적으로 과장된 비운의 가족사와 과거를 품고 있는 오늘날 청춘의 힘든 현실을 보여주는 장치다.

그러면서 <청춘시대>는 단순히 함께 모여서 귀엽고 톡톡 튀는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파릇파릇한 캠퍼스의 에너지와 낭만을 그리는 예전 방식의 청춘 드라마의 궤도를 벗어난다.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너무나 소중한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판타지를 묻어놓은 것도 아니다. 그 대신 꽤나 집요한 취재를 바탕으로 오늘날 청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포착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윤진명이 최종면접 앞에서 좌절했을 때의 그 실망감, 아픔을 매우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로 담아낸다.



여기까지면 좋았으려만, 문제는 오늘날 청춘들이 처한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 과할 정도로 세다. 6년째 식물인간으로 살고 있는 자식을 제 손으로 거두는 이야기,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보험사기를 의심받는 철없는 엄마 등등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들이 어마어마하고, 지난 10화에서 박은빈의 꿈 장면처럼 은유적인 장면들이 계속된다. 이런 장치와 접근은 현실의 무게를 드라마 속에서도 맞추려는 무게 추지만 청춘물이라는 장르가 갖는 판타지라는 측면에서는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퍽퍽한 현실을 더욱 극적으로 담아내니, 반응은 호평 일색이지만 정작 시청률 측면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청춘시대>가 가장 집중해서 보여주려는 판타지는 새로운 사회에 한 발 내딛는 설렘이 수반하는 불안과 각자 겪고 있는 성장통을 함께 보듬고 나눠가지면서 성장한다는 유사 가족 커뮤니티다. 청춘들이 어쩌다가 한 집에 모여 살면서 서로서로 기대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며 더욱 튼튼해지는 것을 보여주는 재미다. 그런데 이제 2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섯 소녀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건네며 하나로 뭉쳐가는 성장스토리를 위해 각자의 아픔을 드라마틱하게 드러내면서 파릇파릇한 청춘 스케치는 본의 아니게 아껴두고 있는 모양새다.



금남의 집에서 박은빈을 중심으로 한 왁자지껄한 삶의 재미, 청춘이란 두 글자에 담긴 싱그러움과 오늘날 청춘의 어깨에 걸려 있는 현실의 무게, 무언가에 열병을 앓는 듯한 젊은 날의 한때의 정서를 모두 담으려다보니 청춘물의 장르적 특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점이 좋은 소재, 확실한 극본과 웰메이드한 연출이 뒷받침된 드라마가 높은 호응과 반비례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도 문제지만 안 그래도 팍팍한데 각종 판타지를 전시하는 드라마에서까지 현실의 무게를 느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동안 쌓여온 장르적 특성과 오늘날 청춘이 마주한 현실이 점점 괴리되고 있음은 우리나라에서 청춘물이 자취를 감추게 된 중대한 이유다. 이런 엄중한 시대에 본격 청춘물에 도전한 <청춘시대>의 마지막 2화는 희망일까 닫친 세상을 구현하는 현실의 재확인일까. 보고 있으면서도 씁쓸하고, 웃기지만 슬프기도 한 2016년 버전 청춘 드라마의 끝이 궁금해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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