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 내 거친 과거와 불안한 흥행과 그걸 지켜보는 너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교석·이승한 세 명의 TV 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로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가 선보이는 새 코너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아재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본격적으로 아재의 감성을 풀어내자는 전략인 걸까. 강호동을 위시로 1970년대 생들이 주축이 되어 꾸리는 쇼 JTBC <아는 형님>은 특유의 근본 없는 코미디로 시청률 3%대를 찍으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TV삼분지계]의 세 사람은 어떻게 봤을까. 정석희 평론가는 사고뭉치들의 과거를 웃음으로 눙치는 쇼가 내포한 불안 요소를, 김교석 평론가는 누가 오더라도 비슷한 그림을 만들어 스스로 캐릭터쇼의 가능성을 휘발시킨 현 상태를 지적한다. 이승한 평론가는 아직 쇼의 정체성조차 제대로 확립된 게 없다고 단언한다.



◆ 사고뭉치 금수저의 불안한 흥행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전하던 JTBC <아는 형님>이 30회를 넘어서면서 3% 내외의 시청률을 올리며 선전 중이다. 사실 화제성으로 보자면 오히려 낮은 수치로 느껴질 정도로 입소문이 난 상황인데 어찌 보면 길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하도 끈질기게 두드리고 또 두드리니 시청자들이 급기야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것 같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아는 형님>은 태생이 시쳇말로 금수저 입장이다. 어지간한 방송이었다면, 다시 말해 외주 제작이었다면 잘해야 12회쯤에서 막을 내렸지 싶은데 예능국을 이끄는 핵심 인재들이 제작을 맡은 덕인지 이리저리 포맷을 바꿔가며 기회를 준 끝에 지금의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진득하니 믿고 기다려준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는 건 아니다. <아는 형님>에는 확실히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누가 그런 신의 한 수를 뒀는지 신통방통하기 짝이 없는데 민경훈이라는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새롭고 독특한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오늘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천하의 강호동을 아랑곳 않는 그의 패기와 그런 민경훈을 쥐락펴락하는 김희철의 재치. 이 절묘한 삼각구도가 지난한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는 힘이었을 게다. 그리고 거기에 모든 걸 내려놓은 듯 달관한 이상민이 합류하면서 색다른 기류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하지만 <아는 형님>은 다들 아시다시피 마치 사고뭉치 모 재벌가 자손처럼 금수저인 동시에 마냥 고운 눈길을 보내기는 어려운 면면을 지녔다. 따라서 매사 불안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날의 잘못에 연연해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가벼이 웃음으로 넘겨서는 아니 된다는 사실을 한시반시도 잊지 않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불편하기보다 식상해진 <아는 형님>

어느덧 고대하던 시청률 3%대 달성, 비교적 우호적인 인터넷 여론 등 <아는 형님>은 외형적으로는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마이너 예능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줄여 부르는 ‘아형’이 아재와 형님의 준말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능글맞은 시선 때문인지, <아는 형님>이 추구하는 맥락 없음이 특정한 정서나 발전을 담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지 확답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캐릭터 쇼로서의 재미가 벌써 다했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너무 맹신하는 탓일까. <아는 형님>은 게스트가 누가 오든 똑같은 그림을 그려버린다. 샌드백 역할의 출연자는 매주 늘 같은 놀림을 당해야 하고, 히트상품인 김희철은 주변에서 띄워주는 것 이상으로 날아오른다. 이런 식으로 균형이 무너진 가운데, 각자 정해진 역할만 맡다 보니, 서로 물고 물리는 캐릭터쇼만의 묘한 긴장이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서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종현이게임과 같은 식상하고 안일한 연출이라 문제는 더 깊어진다.



같은 캐릭터쇼인 <무한도전>과 <1박2일>도 아저씨들이 나와 10대 초반 개구쟁이들이처럼 웃고 떠들고 장난치던 캐릭터쇼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진행되는 와중에 전해지는 캐릭터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보편적 웃음과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다. 독하다는 <라디오 스타>는 그동안 존재했던 예능 금기를 깨면서 새로운 볼거리와 문화를 선도했다. 하지만 <아형>의 똘끼 넘치는 캐릭터와 에너지는 쌓여가는 대신 매주 휘발된다. 너무나 일찍 닫힌 성장판 때문에 <아는 형님>은 컬트적인 예능 반열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남녀의 취향 차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대중화에도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 ‘무릎팍 도사’와 ‘뜨거운 형제들’ 사이 어딘가

<아는 형님>의 오늘을 보고 있노라면 MBC <황금어장>이 걸어왔던 경로를 머릿속에서 지우기 어렵다. 단순히 CP가 여운혁이고 메인 작가가 황선영이며 (지금은 쇼를 떠난) 오윤환 PD가 연출로 있었고 강호동이 MC를 맡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처음 ‘우리 동네 실화 극장’을 표방하며 스튜디오 콩트 코미디를 내세웠던 <황금어장>은 ‘무릎팍 도사’라는 콩트가 터질 것 같은 기미를 보이자 강호동과 제작진의 판단 하에 토크쇼로 키워냈다.

<아는 형님> 또한 비슷한 길을 걷는다. 처음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대신 해소해 주는 쇼로 시작한 <아는 형님>은 시청률이 오르지 않자 ‘정신승리대전’이란 포맷을 내세웠고, 미지근한 반응에 금세 방향을 선회해 ‘형님학교’로 자리를 잡았다. 젊은 여성 연예인들이 출연할 때마다 터지는 아재 감성과는 별개로, 콩트를 끼고 게스트에 대해 알아간다는 점에서 ‘형님학교’는 변종 토크쇼의 기능을 수행 중이다. 최근 시청률 상승 또한 여기에 기반한 것이리라.



하지만 동시에 (역시 오윤환 PD의 연출작이었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뜨거운 형제들’을 연상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뜨거운 형제들’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올 때까지 뭐든 하는 쇼라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정체성이 없었고, 쇼의 지향이 명확하게 서기 전에 ‘아바타 소개팅’이 터져버리는 바람에 그걸 고민할 시간을 놓쳤다. 그리고 ‘아바타 소개팅’이 식상해지자 ‘뜨거운 형제들’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게스트들이 어떻게 활약하는가에 주목하는 재미는 토크쇼 장르의 특징인데, ‘형님학교’ 나 아바타 소개팅 모두 그런 재미를 추구하는 것치곤 지나치게 고정 멤버가 많다. 그렇다고 고정 멤버들의 성장이나 서사를 주목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중요한 건 시청률 5%와 김영철 하차를 놓고 농담을 하는 게 아니라, ‘형님학교’가 시들해 진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을 <아는 형님>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벌써 한 켠에서 ‘형님학교’가 슬슬 물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나.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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