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 섹시함이란 이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고스트버스터즈>의 캐스팅이 발표되었을 때 가장 자주 접할 수 있었던 반응은 ‘여자들인 건 그렇다쳐도 다들 외모가 딸린다’라는 것이었다. 이 반응은 여러 모로 어이가 없다. 원작의 네 고스트버스터들 중 대단한 미남으로 분류될만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나? 그들은 모두 어설프게 귀신을 때려잡는 웃기는 코미디언들이었다. 처음부터 그런 시리즈였다. 그런데 여자들이 캐스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획일적인 미모를 강요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미모가 그렇게까지 딸리는 게 아니란 것이다. 심지어 사람들이 생각하는 할리우드 미인의 조건을 엄격하게 맞추더라도 크리스틴 위그와 케이트 맥키넌은 별 무리 없이 통과한다. 물론 그 기준만이 전부는 아니다. 멜리사 맥카시의 외모가 그런 평균적인 기준을 통과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업성이 떨어지나? 레슬리 존스의 캐스팅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에겐 딱 한 마디밖에 할 말이 없다. 치료를 받으시라.

여기서 이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들 중 한 명은 대놓고 ‘화려한 할리우드 미인’이라는 것이다. 엔지니어 질리언 홀츠먼을 연기한 케이트 맥키넌이 그렇다. 그 뿐만 아니다. 맥키넌은 홀츠먼을 영화 내내 노골적으로 섹시한 캐릭터로 연기하고 이게 또 먹힌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동의하시겠지만 이를 무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맥키넌의 캐릭터와 연기 스타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맥키넌은 홀츠먼을 섹시하게 만들기 위해 일반적인 도구들을 쓰지 않는다. 복장은 다른 사람들처럼 실용적이고 수수한 유니폼이며 이 옷은 전혀 여성화가 되어 있지 않다. 카메라에 의해 관음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카메라를 잡아먹는다. 물론 이러한 묘사가 이성애자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캐릭터가 주는 즐거움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건 그냥 이상하고 딱한 일이다. 그리고 원래 섹시함이란 이성애자 이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정말 그렇다면 연예산업 자체가 존재할 수가 없다.



‘영화 속에 나오는 모든 여성들이 아름다워야 하는가’라는 당연한 질문은 잠시 접고 여성 캐릭터의 아름다움과 성적 매력이 지금까지 얼마나 제한된 방식으로 표현되었는지 생각해보자. 페티시 복장을 착용한 날씬하고 젊은 여성이 액션을 하는 걸 보기 싫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오직 그런 사람들만이 액션 영화의 여자 주인공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의미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당연하지 않은데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아름다운 여성’의 범주 역시 게으름을 넘어 아주 이상하다. 타고난 미인인 맥키넌은 그 범주 밖에서 놀고 있어서 사람들이 헛갈렸던 거고.

지금으로는 이런 식으로 범주를 꾸준히 넓히는 게 답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범주를 넓히는 작업이 꼭 엄청나게 과격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얼마 전까지 여자아이들에게 파란색은 ‘남자아이들의 색’으로 기피대상이었다. 하지만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뒤로 사정은 바뀌었다. 이제 하늘색은 ‘엘사색’이 되었고 여자아이들이나 부모가 스트레스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색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고 이 과정 중 파란색이 엄청난 미적 혁명을 겪었던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스스로 환상의 밧줄에 손발이 묶여있던 관객들이 이전부터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선택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울타리나 경계선도 없으면서도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았던 미적 영토가 얼마나 넓을 것인가.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고스트버스터즈>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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