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선, 데뷔 30주년 댄싱퀸이 들려주는 그녀의 신곡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1980년대 김완선의 동영상에는 언제나 감탄의 댓글이 달린다. 그녀가 삼백안으로 텔레비전 화면 밖을 쏘아보며 추는 춤은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을 쉽게 홀린다. 그런데 당시 한국의 마돈나로 불렸던 그녀의 댄스는 사실 본토 마돈나와 느낌이 좀 다르다. 학창시절부터 발레를 배웠고 한때 모던댄스 댄서로 일했던 마돈나의 춤은 섹시하면서도 고전적이고 가끔은 터프한 느낌마저 있다. 반면 김완선은 당시 유행하던 브레이크 댄스를 기반으로 한 유연하고 낭창낭창한 웨이브가 매력이다.

하지만 김완선이 1988년 한 코미디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사랑의 골목길> 퍼포먼스는 살짝 다르게 다가온다. 이 무대에서 김완선은 네 개의 커다란 ‘모여라 꿈동산’ 스타일 인형과 함께 팔다리가 묶인 채로 격한 안무를 소화한다. 그녀의 히트곡은 아니지만 1970년대의 인기스타 이장희가 만든 <사랑의 골목길>은 펑키하고 경쾌한 리듬감을 지닌다. <가난한 이별>이나 <모노드라마>처럼 히트곡은 아니지만 다시 리메이크해도 괜찮을 법한 세련미 있는 김완선의 숨겨진 노래다. 하지만 네 명의 인형를 조종하는 또 하나의 인형이 된 것 같은 김완선의 퍼포먼스는 대단함과 동시에 애잔하다.

1988년 <사랑의 골목길> 인형쇼를 보는 2016년의 우리들은 현재 김완선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밝힌 것처럼 1980년대의 김완선은 그녀의 매니저이자 이모였던 故 한백희에 의해 머리부터 발끝, 그리고 마음까지 모든 것이 다 통제된 만들어진 스타였다. <사랑의 골목길>의 김완선은 그 당시에는 우리가 몰랐었던 진짜 김완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슬프게도 한국의 마돈나란 별명으로 불렸던 한국의 댄싱퀸은 수많은 금기와 싸워가며 자신의 음악커리어를 만들어나간 마돈나와 다른 마리오네트의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그 시절 김완선이 모든 통제에서 벗어나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순간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3분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댄싱퀸의 이미지와 달리 김완선은 한국에서 댄스뮤직 전성기였던 1990년대 중반에는 활동이 전무했다. 전성기에도 그녀의 음악은 댄스뮤직이 아닌 록 음악을 기반으로 한 밴드 사운드에 맞춰져 있었다. 재미있던 점은 그녀가 은퇴선언 직전 마지막으로 활동했던 6집앨범의 <그대는 바람처럼>의 리믹스 버전은 당시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하우스 뮤직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당시 3집 앨범으로 컴백했던 현진영은 한 라디오 공개방송에서 <열두 번째 사랑>이란 노래가 원래 김완선을 위해 썼던 곡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점으로 미뤄보면 아마 1992년 이후에 김완선이 한국에서 활동을 이어갔다면 우리는 1980년대의 <오늘밤>, <리듬 속의 그 춤을> 1990년대 초반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와는 다른 김완선의 댄스음악을 접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안타깝게도 그 기회는 조작된 은퇴쇼 이후 그녀의 대만 진출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1997년 컴백하면서 보여준 <탤런트>는 사실 그냥 그랬다.

2016년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완선을 우리는 매주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서 그녀는 무서운 눈이 아닌 어리숙하고 순진한 행동들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하수빈을 하리수로 착각한다거나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여고생 가수 안혜지의 이름을 안혜상으로 기억하거나 김국진 강수지의 열애소식에 진심으로 깜짝 놀라는 멍한 얼굴로 말이다.



그런데 예능 속에서는 추억의 스타인 김완선은 음악인으로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11년 ‘Super love’로 컴백한 이후 그녀는 간간이 신곡을 선보였다. 그 과정은 누군가의 힘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데뷔 30주년을 맞아 세 곡의 노래 ‘강아지’, ‘Use Me’, ‘Set Me On Fire’를 연달아 몇 달 간격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세 곡은 각각 김완선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강아지’는 그녀가 2011년 컴백 이후 꾸준히 들려준 인디 록 사운드의 잔잔한 발라드 곡이다. 앨범 ‘Beer’에서 에피톤프로젝트의 ‘오늘’을 리메이크하면서부터 그녀는 꾸준히 인디음악 사운드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리고 담백하고 서정적인 인디 록 사운드와 그녀의 나직하고 건조하면서도 카랑카랑한 비음은 묘한 부조화 속에 조화를 보여준다.

한편 ‘Use Me’는 김완선의 과거 화려한 댄싱퀸 퍼포먼스를 추억하기 위해 준비된 곡 같은 인상을 준다. 그리고 김완선은 섹시 걸리시 댄스를 추는 핑키칙스 팀과 함께 음악방송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곡의 무대는 여전히 그녀가 댄스가수로 건재하다는 인상을 줄 뿐 보는 이를 두근거리게 만들지는 않았다. 데뷔 30주년의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함과 파격은 없었다는 의미이다. 춤, 김완선, 노래는 있지만 무대는 허전하게 여겨졌다. 음악은 나쁘지 않았다. 쇼를 위한 패션이나 콘셉트가 부재하거나 혹은 너무 뻔했다. 물론 최악은 이 노래의 자켓 사진.



반면 김완선이 올 여름 발표한 ‘Set Me On Fire’는 김완선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잔잔하면서도 펑키하고 경쾌한 곡의 흐름과 김완선의 보컬은 꽤나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시원하게 지르는 목소리는 아니지만 이 사운드와 맞물리는 김완선의 쿨한 음색은 상당히 기분 좋은 청량감을 준다. 더구나 ‘Set Me On Fire’라니, 그녀가 출연하는 <불타는 청춘>과도 제법 잘 어울리는 사운드트랙 같다.

‘Set Me On Fire’는 현란하진 않지만 가볍게 어깨나 고개를 까닥이며 느끼기 좋은 음악이다. 아마 앞으로 우리가 듣게 될 김완선의 음악들은 그녀의 이런 음색을 돋보이게 하면서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세련된 라운지 뮤직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김완선의 음악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쉽게 짐작할 수는 없다. 그만큼 데뷔 30주년의 김완선은 유튜브 속 1980년대 추억의 댄싱퀸에 머무는 게 아니라 여전히 그녀의 다음 스텝을 위해 움직인다. 그 과정을 지켜보고 기대하며 그녀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 연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