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도 떨어진 ‘마리텔’, 인적쇄신만으론 한계가 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마리텔>은 제43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연예오락TV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박진경 PD는 “웃음만 생각하고 만들었다. 감동은 일 년에 두 번이다. 앞으로도 웃음이란 두 글자만 생각하고 만들라는 의미로 상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겸손한 감사로 들린다. <마리텔>은 단순히 웃음으로 인정받고, 성공한 예능이 아니다. 동시간대 편성된 <아는 형님>처럼 지상과제가 웃음 사냥인 예능들과는 결정적인 질의 차이가 있다. 기존 방송 문법을 뒤집어엎은 신선한 소통과 콘텐츠 예능이란 화제성, 이 두 가지가 <마리텔>을 혁신적인 예능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런데 1년 이상 달려온 지금은 상을 받았다고 샴페인 잔을 돌릴 때가 아니다. 올해 <마리텔>이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작년에 보여준 혁신을 소급해서 평가했기 때문이지 현재에 대한 박수가 아니다. 외부적 요인도 영향을 줬다. 여전히 작년에 보여준 <마리텔>의 혁신이 돋보일 만큼 2016년도 예능은 쿡방 등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작년과 달리 너무나 고요하다.

사실, <마리텔>의 지금 성적은 상을 받기엔 초라하다. 자체 최고 시청률 12%, 평균 시청률 7~10%를 기록했던 프로그램이 이경규의 활약이 마무리된 4월 이후부터 평균 5~6%대 시청률로 뚝 떨어졌다.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으로 화제를 모은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출연했던 7월 23일자 6.8%를 제외하면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름 시즌에 접어들어서는 올림픽 결방 등을 겪으며 점진적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3일 방송은 4.1%를 기록하며 3%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물론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방송인만큼 수도권 시청률은 이보다 높고, 다른 평가 기준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중한 것은 화제성의 실종이다. 백주부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해의 경우 인터넷 생중계 하는 동안 누적 접속자 수가 130만 명, 동시 접속자수만 20만 명, 백주부 방에만 10만 명이 몰리던 시절이 있었으나 올해 4월 이후 우승자의 인터넷 생방송 방에는 많아야 2만 정도만이 찾는다.



지난주 CJ가 탐냈을 정도로 젊은 세대에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AOMG의 박재범과 로꼬가 모처럼 공중파에 출연했지만 생방송 시청자 수는 7,874명, 1위를 차지한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의 ‘헌터강’ 방에도 1만7,000명 정도만 몰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관심도다. 이런 수치에 발맞춰 올해 초까지 인터넷 생방송 시간에 활발히 게시되던 각종 커뮤니티의 <마리텔> 관련 글은 아예 사라졌다.

현재 <마리텔>의 문제는 한마디로 신선함의 상실이다. 이는 곧 화제성의 약화를 야기했다. TV를 통해 소문난 맛집이 처음 두세 달은 예약도 못하고 줄도 1시간 이상 서야 되지만 6달 정도 지난 후 가보면 한산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시청자가 방송에 참여한다는 <마리텔>만의 소통은 인터넷 문화, 덕후 문화와 공중파 예능을 연결했다는 신기함에서 나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과 TV 시청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예능 문법을 탈피한 자막과 CG 등이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모르모트 PD의 극한 체험도 소통의 소중한 통로가 됐다. 그러나 1년 반째 똑같은 문법이 반복되면서 신선함은 너무나도 익숙한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오로지 캐스팅을 통한 분위기 쇄신에만 집중한다. 올해 초 이경규를 통해 반짝 되살아나긴 했지만, 인물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지 못했다. 그런데다 믿었던 쿡방 열풍이 시들해지고, 섹시 피트니스계열 출연자들도 기대만큼 관심을 끌지 못하자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장진우부터 팬덤이 강할 거라 믿었던 박재범과 로꼬까지 준비된 콘텐츠가 부족하거나 해당 형태의 방송에 적합하지 않는 미스 캐스팅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캐릭터도 안 잡히고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는 늪 같은 상황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비보잉을 가르치는 박재범과 반려견 상담을 다룬 ‘헌터강’의 방에 들어찬 시청자 수의 차이는 <마리텔>이 쥐고 가야 할 열쇠다.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반려동물 시장 환경에서 EBS를 통해 최신 이론(이를테면 개는 서열 중심의 동물이 아니다는 식의 기존 관념을 엎어트리는)을 설파하며 각광받은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가 큰 격차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시청자들이 <마리텔>에 여전히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방송이 가능한 콘텐츠를 갖춘 인물은 아이돌이든, 힙합 아티스트이든, 예능 선수이든 누구보다 강력한 <마리텔>의 무기다.

이제 문제는 포장지다. 흙 속의 진주 찾는 수준의 어려움을 극복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폭발력을 갖긴 힘들다. 지금은 리모델링이나 시즌2 같은 분위기 변화가 필요할 때다. 콘텐츠는 매력적인데 화제성이 떨어지는 것은 캐스팅을 통한 인적쇄신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뜻한다. 게다가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시청자들에게도 느껴진다. 이제 캐스팅을 넘어서 전반적인 틀과 구도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마리텔>이 상을 받아야 마땅했던 이유를 떠올려보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건 시청률이 아니라 시청 행위의 양태 자체를 바꾸고, 주류 매체와 비주류 매체의 문화를 뒤섞고 끌어안으면서 공중파 예능이 가진 한계와 형태를 빅뱅 수준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마리텔>에 필요한 건 일상성이 아니다. 캐스팅만으론 이제 새로운 자극이 되기 어렵다. 시즌2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를 더 늦기 전에 모색할 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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