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새끼’, 다 큰 아들 걱정과 정상가족 판타지를 부추기다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그동안 [TV삼분지계]의 든든한 한 축이었던 김교석 평론가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TV삼분지계]에서 하차한다. 아쉽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를 보내며, 그 자리에 김선영 TV평론가가 합류했음을 기쁜 마음으로 알린다.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셋의 첫 감상작은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다. 독거 남성 연예인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어머니들의 근심걱정을 다룬 리얼리티 쇼, 어쩐지 MBC <나 혼자 산다>에 KBS <맘마미아>를 끼얹은 것 같은 이 문제적 조합을 바라보는 셋의 시선은 어떨까? 장성한 자녀를 키우는 중인 정석희 평론가, 비혼주의자인 김선영 평론가, 집에서 나와 따로 사는 독신남 이승한 평론가가 뜯어보았다.



◆ 어머님, 아들이 품 안의 자식이 아님을 인정하셔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요?

딸아이가 서른을 넘기고 나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만나는 사람마다 왜 결혼을 안 하느냐 물었다. 그러다 어찌어찌 혼사를 치루고 났더니 이번엔 한참이 지났는데 왜 아이 소식이 없느냐, 이유라도 있느냐 묻고 또 물어오지 뭔가. 용케 남의 식 올린 날짜까지 기억들을 한다. 심지어 둘째는 왜 안 보내느냐 묻는 사람까지 생겼다. 하기는 아직도 그 집에 사느냐, 차는 왜 안 바꾸느냐, 질리지 않느냐 묻는 이들이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진심으로 궁금해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고 그저 심심파적, 인사말일 수도 있다. 끈끈한 우리네 습성이기도 하고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고, 그렇다.



아이들이 삼십대 초반인 필자도 온 세상 사람들에게 들들 볶이는 기분인데 중년의 아들을 둔 어머니들이야 오죽하시랴. SBS <미운 오리 새끼>에 출연 중인 연예인 어머니들의 심정을 백번 천 번 이해를 한다. 아마 애물단지 아들만 짝을 짓고 나면 발 쭉 뻗고 주무실 것 같으실 게다. 그러나 이젠 아들이 품 안의 자식이 아님을 인정하셔야 하는 시점이 아닐는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 이어 아이를 안은 가족사진이 등장해야 비로소 해피엔딩인 가족 드라마는 다수로부터 외면을 받는 시대라는 사실을 왜 모르시는지.

띠 동갑 여자 연예인과의 만남을 기대하시기보다는 아들이 혼자 몸도 마음도 건강히 잘 살 수 있도록 응원하시는 편이 좋을 텐데. 그러다 인연이 닿아 뜻 맞는 사람과 백년가약을 맺을 수도 있는 것이고. 부디 사람들이 더 이상 이 분들의 마음을 흔들지 않기를. 결혼이 즉 행복이 아님을 어서 빨리 알아채시기를.

정석희 soyow59@daum.net



◆ 정상가족 판타지를 부추기는 방송, 욕받이가 된 엄마들

<미운 우리 새끼>의 웃음포인트 대부분은 아들보다 엄마들의 반응에서 나온다. 소파와의 한 몸, 술자리와 여자 얘기, 게임 삼매경 등 그동안 TV가 마르고 닳도록 보여준 싱글남의 일상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제작진은 이 진부한 볼거리에 과잉몰입할 수밖에 없는 엄마들의 표정을 짓궂게 클로즈업하고, 거기에 ‘멘붕’, ‘어질어질’ 등의 자막을 붙여 웃음을 배가시킨다.

동시에 이 프로그램을 향한 대부분의 비난 또한 엄마들에게 쏠려있다. 아들의 결혼을 그토록 원하면서도 배우자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을 덧붙일 때마다 속물이라는 비난이 따라오고, 급기야 박수홍이 집안 반대로 결혼하지 못한 과거를 털어놓자 악플이 극에 달했다. 평균 생후 509개월 아들들이 엄마의 연민어린 시선을 받으며 삶을 즐기는 동안, 평균연령 70대 엄마들은 시청자의 냉정한 시선 아래 웃음꾼과 욕받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는 싱글족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엄마들과 제작진의 시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부장 중심의 정상가족 판타지가 지배적인 문화에서 살아온 엄마들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쓰는 21세기 예능 제작진이라니. ‘철부지’ 남자들을 안정시켜줄 삶의 완성으로서 결혼을 묘사하는 태도에는 1인가구를 비정상으로, 아내를 엄마의 대체제로 여기는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방송에서 흥미로웠던 단 한 장면이 있다면, 김건모가 기계와 대화하는 장면이다. 제작진은 여기에 ‘혼자놀기 진수’라며 우습고 짠하다는 시선을 덧입혔지만 이 과거지향 방송에서 유일하게 미래적인 풍경이었다. 이조차도 MBC <미래일기>에서 반려로봇과 ‘독거노인’ 안정환의 대화를 통해 먼저 구현하긴 했지만. 곧 1인가구가 일반적인 가구형태가 되는 시대에, 고립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기계와의 소통은 결코 우습지도, 짠하지도 않은 일상이 될 것이다. 그 전에 <미운 우리 새끼>는 모든 존재를 동등하게 바라보는 소통의 기본부터 배우는 게 좋을 것 같다.

김선영 herland@naver.com



◆ 나이가 들면 독립해야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미운 우리 새끼>에 등장하는 싱글 연예인들은 죄다 자기 분야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이들이다. 말벗을 해줄 친구와 동료도, 몰두할 수 있는 직업과 취미 생활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엄마의 눈에는 안쓰러워 보인다. 이해할 수 있다. 엄마의 눈에 자식은 아무리 장성해도 아이니까. 혼자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안쓰럽고, 어쩌다 혼자 거실에 앉아 있는 광경을 보게 되면 외롭지 않을까 걱정되기 마련이다.

바로 그게 장성한 자식들이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어떤 식으로든 독립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모의 눈으로 자식의 삶을 이해하기엔 서로 다른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이 부딪히니 말이다. 김건모부터 새로 합류한 박수홍까지 모두 그렇게 혼자 사는 삶을 택했다. 냉동 볶음밥을 데워 먹든 아침부터 술을 마시든, 이들은 한심하고 외로운 이들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힘으로 제 삶을 지탱하고 전진하고 있는 이들이다.



엄마의 걱정도 이해할 수 있고, 큰 불편함 없이 살고 있는 아들들의 삶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프로그램의 형식을 띄고 전파를 타는 순간 사달이 난다. <미운 우리 새끼>는 기껏 독립으로 구축한 아들들의 삶의 독자성을 깨부수고, 엄마들에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오랜 세월 가정의 유지 보수 책임을 맡아온 엄마들은 아들의 처량한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자 관성이 된 책임감에 시대착오적 걱정을 토로하고, 제작진은 귀신 같이 멘트를 캐치해 자막을 달아 화면에 띄운다.

‘화려한 총각 시절을 즐겼으나 이젠 한 가족의 가장이 된 신동엽’, ‘참하고 유능한 색시 한혜진’과 ‘꼭 내 자식 같아 보이는 서장훈’이란 스튜디오 토크 구도 또한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따른 부모 세대의 불안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우리 애도 정신 차리고(신동엽) 저렇게 참한 색시 만나서(한혜진) 장가 가야 할 텐데. 아, 수가 너무 얕아서 벌써 질리려 한다.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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