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드라마·예능, 이러다 술독에 빠질까 무섭다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최근 새로 시작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첫 장면은 맥주 광고의 한 장면처럼 시작한다. 생맥주를 컵 가득 따라 고기를 굽고 있는 남자주인공 앞에 내려놓으면 그는 그 맥주를 진짜 광고처럼 맛있게도 꿀꺽 꿀꺽 목 넘김 소리를 내가며 마신다. 상표만 안 들어갔지 그대로 광고로 내놓아도 무색할만한 장면이다.

<혼술남녀>에서 술은 그 소재적 의미만큼 ‘혼자 마신다’는 그 새로운 트렌드의 의미가 덧붙여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쨌든 이 드라마는 술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술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첫 회만 해도 남자주인공이 술을 마시고, 여자주인공이 회식에서 소주와 폭탄주를 마시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혼자 마시는 술과 회식에서 마시는 술의 차이를 소상히 밝히며 왜 이른바 ‘혼술’이 더 좋은지를 설파하는 대사는 기본이다.

술에 대한 우리나라의 방송 프로그램은 관대한 편이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 같은 것이 편집되지 않고 실수로 나가게 되면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만 술은 언젠가부터 슬금슬금 방송 속으로 들어왔다. 드라마 속에서 술 마시는 장면은 인물들의 심경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자주 사용되었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PPL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혼술남녀>처럼 대놓고 ‘혼술’을 예찬하는 드라마는 그리 흔치 않았다. 자칫 술 권하는 방송이거나 혹은 그 상업적 목적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불편함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드라마 속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은 그리 시청자들이 민감하게 바라보지 않는 상황에까지 도달해있다. 여기에는 한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아예 배제되곤 했던 술이라는 소재가 지금은 자주 등장하는 것에서도 그 달라진 상황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술이 일상적으로 등장한 건 <꽃보다 할배>가 아니었을까 싶다. 할배들은 유럽 여행을 하며 겪는 그 피곤함을 술 한 잔으로 달래곤 했고,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것을 기꺼이 용인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출연자들이 ‘독서모임’을 빙자해 술 마시는 장면을 담아내고 있다. 그런 자리에서 술 한 잔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로서 훨씬 더 리얼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예능처럼 청소년들이 좋아하고 빠져드는 장르에서 이처럼 술 마시는 일을 당연한 어떤 것으로 즐기는 장면들이 반복 노출되는 건 조금 위험한 일이 아닐까.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함으로써 지난 7월 28일부터 주류의 광고허용시간에 가상, 간접광고도 할 수 있게 했다. 광고의 경우는 17도 이하면 규제가 없어 방송이 허용되고 있다. 최근 주류업계가 순한 소주 경쟁을 벌이면서 동시에 이 17도 이하의 소주 광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이들 광고들은 여성 톱스타를 모델로 내세워 순하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제 광고를 봐도 드라마를 봐도 또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술 마시는 장면이 마치 일상처럼 노출된다. 도수가 약하다는 광고는 특히 청소년 음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잖아도 우리나라의 증류주 술 소비량은 세계 최고다. 유로모니터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180개 증류주 브랜드에서 술 소비 1위가 ‘참이슬’이고 3위가 ‘처음처럼’이라고 한다. 여기에 방송까지 가세해 술 권하는 사회. 이러다 술독에 빠질까 무섭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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