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줄게 새집다오2’, 저물어가는 집방을 살릴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쿡방의 다음 행선지로 예상되었던 인테리어와 공간을 다루는 ‘집방’이 예상과 달리 간이역에 머물고 있다. 작년 말부터 종편과 케이블에 우후죽순 들어선 <내 방의 품격><헌집줄게 새집다오><수컷의 방을 사수하라><렛미홈><엉덩이 붙이고 득템하기> 등의 집방들은 모두 다음을 기약하며 방문을 닫았다. 지상파로는 아예 넘어오지도 못했다.

집방이 예견된 트렌드였다는 점에서 예상 밖의 실패다. 라이프스타일의 관심사가 뷰티·패션 등 입는 것에서 요리와 음식 등 먹는 것으로 그 다음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의식주 순서로 흘러가는 패턴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 유럽, 일본 방송가에서 이미 겪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따라서 우리의 집방은 현재 가야 할 방향은 뻔히 보이는데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같다.

집방이 겪은 공통적인 어려움을 살펴보면 일상을 다루는 콘텐츠 중에 가장 스케일이 크다는 점과 내 집 마련이란 지상과제 하에 세 들어 사는 집에는 돈을 들이지 않는다는 우리 특유의 생활문화가 집방의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한계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테리어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의 주요 고객인 1인 가구의 가파른 증가세가 최근 정부 통계로 증명되었고 언론들도 혼밥 등으로 연일 호들갑을 떨고 있는 상황이다.

포털사이트 대문에는 매일 새로운 부동산 정보, 셀프인테리어와 리모델링 관련 포스팅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SNS상에서도 수많은 인테리어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공유되는 현실에서 여전히 우리 문화만을 탓하긴 어렵다. 집방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집방은 예능, 교양, 실용의 세 꼭짓점을 잇는 황금비율을 찾는데 실패했다. 그러면서 쿡방에 쏠렸던 눈길과 관심을 넘겨받지 못했다.

한 달 여의 공백 후 내놓은 <헌집줄게 새집다오2>는 이런 점을 많이 연구하고 반영한 티가 난다. 시즌1이 김구라, 전현무라는 톱MC를 두고 <냉장고를 부탁해>의 스핀오프 형태로 출연자의 방을 그대로 재현한 스튜디오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배틀하던 쇼의 형태였다면 시즌2에서는 보다 공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찰형 예능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출연자의 생활공간에 전문가가 찾아가서 그의 일상을 살펴본 다음 출연자와 함께 셀프인테리어 시공을 한다.



그동안 우리의 집방들은 사람들이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나 공간 주인의 개성과 취향과 성격 등을 담아내기보단 셀프인테리어의 세계가 힙하다는 걸 알리거나 관련 팁과 정보를 소개하는 세미교양에 머물렀다. 그래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깊지 않는 시청자라면 찾아볼 이유가 없는 정도의 재미만이 깃든 예능이었다. 하지만 <헌집줄게 새집다오2>는 김숙의 말대로 다른 연예인의 실제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김구라의 포부처럼 출연자의 리얼한 성격과 취향을 풀어내는 관찰형예능의 리얼리티 요소들을 재미의 기본 틀로 활용한다.

페인트칠하는 법, 관련 쇼핑 등 인테리어 작업에 익숙지 않은 출연자들에게 전문가들이 함께 시공하면서 알려주고 가르치는 장면들은 <집밥 백선생><옥수동 수제자>처럼 시청자들도 보면서 따라할 수 있는 실질적인 팁을 제공한다. 횅한 남자의 집 기운이 강한 기욤의 집에서 <비정상회담>의 예전 멤버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일상의 리얼리티가 담긴 재미가 있다. 공간과 사람을 매칭한 관찰형 예능 스타일로 생기를 회복한 다음 스튜디오 토크에서는 칠판 페인트를 바를 때 합지와 실크 벽지 위에서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 등 정보성을 확보한다.



인테리어의 출발을 공간과 사람에 집중해서 시작하고, 거기서부터 실제 인테리어를 하는 장면들을 보여줌으로써 관심을 끌어내고 보다 직접적이고 실용적인 팁과 정보를 준다는 계산이다. 한혜진처럼 취향이 확실한 출연자나 한국 빌라촌의 스탠다드를 보여준 무색무취한 기욤의 집을 바꾸는 과정은 딱히 인테리어에 관심 없더라도 한혜진이 사는 집(<나 혼자 산다>에 나와서 김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을 엿보거나 기욤을 비롯한 외국인 방송인들의 생활을 쳐다보는 등 폭넓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

기존 예능의 툴을 활용하면서도 집방에 보다 집중한 모양새 덕분일까, 생기가 조금씩 돌고 있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기존 일상을 드러내는 관찰형 예능과 차별화되지 않고, 아류로 전락할 가능성도 얼핏 엿보인다. 하지만 집방 중 최초로 예쁜 인테리어나 기술 소개가 아니라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의 일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음은 틀림없다. 이제는 캐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나름 셀프인테리어와 연결되는 스토리텔링이 없다면, 결국 인테리어 이야기는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집방 시즌2의 첫 포문을 연 <헌집줄게 새집다오2>가 저물어가는 집방 전성시대의 문을 다시 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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