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슬램덩크’, 홍진경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가진 포부는 국내 유일의 여성 예능이란 수식어보다 큰 것 같다. 그 이유는 여성성보다 두드러지는 전통적인 리얼버라이어티의 모습 때문이다. 갈수록 호흡이 짧아지면서 1회부터 즉각적인 공감과 일상의 공유를 원하는 예능이 대세인 시대에 리얼버라이어티를 추구한다는 것은 작심이 필요한 일이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캐릭터를 구축해야 하고, 그들이 잘 어우러져야 하며, 그런 성장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과 교감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슬램덩크)는 멤버들에게 색을 입히고 이들이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모습들을 드러내는 데 큰 신경을 쓴다.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웃음부터 감동까지 다양한 정서를 포획하려 한다. <슬램덩크>는 초반 난항을 겪으며 표류하는 듯했지만 걸그룹 프로젝트 ‘언니쓰’를 통해 자리 잡으면서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을 얻었다. 그 덕분에 시청자들과도 한층 더 가까워졌다. 이런 모습들은 <슬램덩크>가 최근 새로 시작한 예능 중 유일하게 정통 리얼버라이어티에 가깝다고 말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성공스토리는 몸집을 키워주지만 안전망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기대가 커진 만큼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추락의 가속도가 붙을 확률이 더 높다. 화무십일홍의 씁쓸한 이치인데, 이를 버텨낸 건 캐릭터쇼 자체에 점점 힘을 붙이면서 그에 맞는 다양한 도전을 했던 <무한도전>과 정해진 게임 대결을 기반으로 한 두 편의 로드쇼밖에 없다.

특히 특정 이벤트를 통해 단기간에 성장 스토리를 그려내는 모델은 더욱 더 극심한 후유증을 남긴다. 언니쓰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슬램덩크>는 지금 그 후유증을 겪고 있는 중이다. 선배라 할 수 있는 <남자의 자격>이 합창단 프로젝트 이후 보여준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니쓰가 끝난 7월말부터 시청률은 점진적으로 하락해 언니쓰 때 대비 절반 아래로 떨어진 3%대를 기록했다. 이는 SBS의 강력한 경쟁자가 가세한 외부 영향까지 겹쳐서 언니쓰를 하기 전보다 더 안 좋아진 수치다.



제작진은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인지, 아니면 쐐기를 박기 위해서인지 언니쓰의 성공 이후 바로 또 다른 감동 스토리를 이어가려고 했다. 가족과 오랜만에 재회한 제시가 애틋함을 보이는 사이 다른 멤버들의 역할은 대거 축소되었고, 어렵게 불붙은 캐릭터쇼는 급냉각 될 수밖에 없었다. 따뜻함과 감동을 노래하는 와중에 티파니의 스캔들마저 터졌고, 그가 아무리 영향력이 적은 멤버였다곤 하지만 시청자들이 사랑스럽게 봐줘야 하는 캐릭터쇼에 어느 정도 충격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모두 함께 판을 만들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한다. 언니쓰와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다. 박진영 대신 장진이 멘토 역할을 하고, 홍진경이 계주로 나서지만 민효린의 꿈인 언니쓰에서 홍진경이 돋보였던 것처럼 현재 가장 에너지가 좋은 제시가 끌고 갈 수도 있다. 즉, 홍진경 혼자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장진 감독의 지도하에 캐릭터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성장해나가는 그림을 해볼 수 있는 마당이다.

문제는 언니쓰의 성공 이후, 몰려든 피로감이다. 노래와 춤은 단선적인 성장과정과 즉각적인 감동을 보여 주는 최적의 콘텐츠다. 하지만 대부분 화려한 순간에 끝맺음을 하지 그 이후를 그리는 콘텐츠는 거의 없다. 농구만화 <슬램덩크>처럼 마지막화에 우승후보인 산왕고교를 꺾은 후 바로 다음 경기에서 탈락했다고 에필로그를 붙이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하지만 방송 <슬램덩크>는 홍진경쇼를 통해 그 이후를 꾸려가야 한다. 이번에 함께할 장진 감독은 방송쇼 기획은 ‘쇼가 끝난 이후 시청자들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에게 뭐를 남길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캐릭터쇼인 <슬램덩크>가 지금 가장 고민해봐야 할 이야기다. 호흡이 긴 리얼버라이어티를 원한다면 언니쓰가 남긴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홍진경쇼는 과연 무엇을 시청자들에게 남길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 또 다시 여러 찬조 출연을 비롯해 몇 달 전 이미 <마리텔>에서 히트한 화술훈련 교수님에, 지지난 주 <무한도전>에 출연한 배구스타 김연경까지 캐릭터쇼 전체의 힘을 키우기보다는 화제를 일으켜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는 조급한 모습들이 눈에 띈다. 이는 노력과 의도와 달리 시청자들에겐 갈팡질팡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대형 이벤트를 통해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젓자고 더 높이 승천하려는 것은 리얼버라이어티에 어울리지 않는 욕심이다. 상황 자체도 이미 급격한 하락세다. 지금은 내리막을 인정하되, 멤버들끼리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다지며 다시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숨고르기를 할 때다. 그런데 다음 기회가 오기까지 얼마나 기다릴 수 있을까? 여유를 갖는 것, 그리고 큰 그림을 그리려는 노력이 지금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한 리얼버라이어티 <슬램덩크>가 무대가 끝난 뒤 받아든 숙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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