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미성년자 노출 논란, 동성 키스신으로 정면 돌파?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정말 박보검의 마법에 빠지기라도 한 것일까. 그래서 어떤 파격도 괜찮게 허용되는 것일까.

KBS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방송을 탄 왕세자 이영(박보검)과 내시인 홍라온(김유정)의 키스신 얘기다. “나는 세자이기 전에 한 사람이고, 한 사내다. 내가 널 연모하고 있다는 것. 그게 내 답이다”라고 이영이 말하자 홍라온은 “아니 되옵니다. 사랑에도 착한 사랑이 있고 못된 사랑이 있는 법인데. 이건 누가 봐도, 누구에게도 응원 받지 못할, 절대 해서는 안 될...”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건 왕세자와 내시라는 관계 때문이었다. 더구나 거기에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 두 가지나 걸쳐 있다. 하나는 세자와 내시라는 관계이고 또 하나는 그것이 동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홍라온의 물리침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질 치는 그를 잡은 건 이영이었다. “안다. 그런데 내가 한 번 해보려고 한다. 그 못된 사랑”이라며 홍라온에게 그는 입을 맞췄다.

이 장면은 한국 드라마에서 늘상 나오는 주인공들의 그저 흔한 키스신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홍라온을 연기하는 김유정이 미성년자라는 것이 그렇고, 그 키스신이 드라마 상에서는 버젓이 동성 간의 키스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그렇다. 홍라온이 남장여자로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영의 입장으로 생각해보면 그는 왕세자이면서 남색이라는 금기를 훌쩍 뛰어넘는 키스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유정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은 지난 번 노출 신 논란을 통해 그 불편함이 드러난 바 있다.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그린다는 것이 남기는 불편함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키스 신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이 성적 대상으로서의 애정표현이 아니라 순수한 첫 사랑의 입맞춤이나 뽀뽀 정도라면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키스신은 그런 장면과는 다른 느낌이다. 마치 미성년자 노출 논란을 동성 키스신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남장여자라는 설정으로 동성애 코드를 활용한 드라마들은 이전에도 심심치 않게 많았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그랬고, <바람의 화원>도 그랬으며, <성균관 스캔들>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이들 남장여자 설정의 드라마들 속에서도 스킨십이나 키스신은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러웠다. 보수적인 시선을 의식해서라기보다는, 굳이 그 표현 수위를 넘는 것으로 보편적인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미성년자에 동성 설정의 키스신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별 무리 없이 그걸 받아들이는 눈치다. 심지어 박보검의 박력 있는 키스신으로 심쿵 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올 정도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일까. 이건 정말 박보검의 마법일까. 아니면 이 드라마를 진짜처럼 몰입해서 보기보다는 그저 하나의 남장여자 설정으로 재미 삼아 보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일까. 특히 <구르미 그린 달빛>이 KBS라는 보수적인 공영방송의 드라마라는 걸 염두에 두고 보면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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