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패’, 이럴 거면 뭣하러 거창하게 파일럿을 거쳤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회까지 지켜보니 SBS가 출연진 규모, 2박3일간의 촬영 스케줄과 지방을 돌아다니는 스케일까지 주말버라이어티에 걸맞은 몸집의 예능 <꽃놀이패>를 월요일 심야에 배치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외형과 방송 시간만큼은 주말 예능급이지만 아직까지 신선함, 특화할 수 있는 무기 등 그만한 경쟁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룸메이트>, <인간의 조건-집으로> 등에서 보여줬던 조세호의 원맨쇼만이 간간이 빛을 발할 뿐이다.

지난 7월 파일럿 <꽃놀이패>가 전면에 내세운 콘셉트는 리얼버라이어티를 인터넷 실시간 방송으로 중계해서 시청자들이 직접 그들의 여정에 참여한다는 소통이었다. 인터넷 1인방송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온 <마리텔>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예능 시청의 개념을 확장하는 실험이었다. 하지만 정규화하면서 리얼버라이어티에 시청자들이 참여한다는 첫 번째 기획 콘셉트를 과감히 버렸다. 사실상 아이돌 인기투표로 변질되었던 인터넷 실시간 방송의 투표 장치를 없애고 꽃길과 흙길이란 극명히 비교되는 두 가지 기로에 놓인 출연자들이 우정과 배신이 교차하고 협력과 협잡이 난무하는 야외 리얼버라이어티의 재미에 집중했다.

<꽃놀이패>는 SBS의 역사적 예능인 <좋은 친구들>의 ‘비교체험 극과극’ 코너에서 많은 부분 영감을 얻은 듯한 극과극의 운명을 나누는 방식에 두 운명 간에 구름사다리가 되어주는 환승권 제도를 통한 반전 꾀하기를 얹었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봐왔던 야외 리얼버라이어티의 구성과 틀과 재미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을 무대로 교통수단, 먹는 것과 잠자리를 두고 벌이는 이런저런 복불복과 남해 시장 상인들과 어울리는 것은 <1박2일>에서, 샌드백 역할을 하는 멤버인 유병재와 조세호가 이합집산을 하며 잔재미를 주는 모습은 <런닝맨>에서 익히 봐왔던 그런 그림이다.



게다가 2박3일간의 한 여정을 3주간 방송하는데, 재미를 주는 장치는 꽃길과 흙길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환승권’이란 반전 하나밖에 없다. 야외 버라리어티의 재미는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여정을 함께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데서 출발하는데, 시청자들이 함께하기에는 방송 호흡이 타석에 들어선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의 루틴만큼이나 긴데다 한 여정 안에서도 수차례 벌어지는 환승권 소동은 이미 예고된 반전이란 점에서 벌써부터 재미가 감가상각 되고 있다.

뭔가 겉도는 느낌도 강하다. 문제는 초반이니까 그렇다기보다 애초에 꽃길과 흙길로 나뉘는 기획 자체가 유닛 조합이 활발히 이뤄지는 구성인데, 출연진의 성격이 이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든다. 구심점 역할을 할 MC와 윤활유 역할을 하는 멤버가 부족하다보니 활기가 살아나지 않는다.

가장 베테랑이자 특급 예능 선수인 은지원은 동생 이재진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고, 서장훈, 이재진은 주변에서 띄워주고 만들어줘야 하는 스타일이고, 안정환은 원투패스를 주고받을 콤비가 필요한 데 마땅한 짝을 찾지 못했다. 유병재는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과적으로 조세호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실정이다. 즉 기대 이상의 반전, 멤버들 간에 물고 물리는 관계망 형성 가능성이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요즘말로 하는 ‘캐미’가 돋보일 만한 장면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조세호의 원맨쇼 외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



월요일 밤에 <꽃놀이패>는 경쟁력이 있다. 스케일도 큰데다, 종편부터 공중파까지 경쟁 프로그램들은 모두 오래된 스튜디오 토크쇼여서 차별점이 확실해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 신선함이지 들여다보면 파일럿으로 실험을 한 다음 정규 편성하는 단계를 거치는 이유를 알 수 없을 만큼 진부한 모습이다.

<런닝맨>은 게스트와 멤버들의 캐릭터, <1박2일>은 우정과 국내여행 콘셉트, 막을 내리긴 했지만 강호동의 <천하장사>는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등 웃고 떠들기만 하는 것 같지만 뭔가 한 가지씩은 자기만의 콘셉트와 포지션을 갖고 있다. 그런데 <꽃놀이패>는 처음 말한 소통을 제하고 나니 무엇을 위한 웃음인지 시청자들에게 왜 꽃길과 흙길이 나뉘는 이야기를 봐야 하는지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앞서 제기한 모든 이야기를 넘어선 가장 근원적인 문제다. 시청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이 왜 재밌고 볼만한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극과극의 대비로 재미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남기고자 하는지가 있어야 설명이 된다. <꽃놀이패>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에게 이 쇼를 소개할 수 있는 한마디가 절실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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