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김병만과 김상중이 남긴 괜찮은 시사점

[엔터미디어=정덕현] 추석특집으로 마련된 <정글의 법칙 48시간 with 김상중>은 여러모로 지금의 <정글의 법칙>에 괜찮은 시사점을 남겼다. 그 첫 번째는 김병만과 김상중 단 두 사람이 함께 한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지금껏 <정글의 법칙>이 여러 출연자들이 모여 하나의 유사가족을 만들어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었다.

사실 <정글의 법칙>이 초반부터 지금껏 해온 이 유사가족 콘셉트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다. 정글이라는 생존의 공간이지만 가족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힘으로 버텨나가는 모습은 다분히 우리 식의 가치가 들어간 구성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5년여 간을 반복하면서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한계로 지목된다.

게다가 요즘은 가족 콘셉트보다는 ‘나’를 중심으로 세우는 콘셉트로 대중들이 시선을 돌리고 있다. 문화적으로 보면 1인 가구가 늘면서 ‘혼밥’, ‘혼술’ 같은 ‘혼족 문화’가 생겨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가족적 유대를 강조하기보다는 그 한 사람이 갖는 온전한 힐링과 도전 그리고 그 깊은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시선을 끈다는 것이다. <나 혼자 산다>나 <미운 우리 새끼>처럼 혼자 사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목되고 긍정되는 건 그래서다.

추석 특집으로 마련된 <정글의 법칙 48시간 with 김상중>은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콜라보의 의미가 깊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롭게 다가온 건 김상중과 김병만이 일대 일로 함께 정글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보여주는 색다른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한 명의 게스트가 출연해 김병만과 함께 하자 오히려 더 진솔한 이야기가 묻어나고 온전히 그 한 사람의 매력을 더 깊이 파헤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마치 이것은 집단 체제의 토크쇼에서 1인 토크쇼로 바뀐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다. 그것은 토크쇼처럼 편안히 스튜디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정글 한 복판에 함께 앉아 있다는 것이다. 10미터 높이에서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고 100미터를 헤엄쳐 섬에 들어간 후, 절벽 같은 산을 넘어 생존지를 확보하며 간신히 얻은 물과 생선 하나로 배고픔을 달래야 한다. 그 속에서 함께 하는 체험과 이야기가 어찌 스튜디오의 토크쇼와 비교할 수 있을까.



무려 5년 간이나 세계 곳곳의 정글을 다닌 김병만은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고, 정글에서도 시사 프로그램 하듯 진지함을 유지하며 때때로 아재개그를 던지는 김상중은 그 정글 체험을 온전히 그의 방식으로 만들어낸다. 탄소 제로 생존을 미션으로 내세운 건 김상중이 가진 환경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 무슨 구구절절 이야기가 필요할까. 그 미션만으로도 김상중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정글의 법칙>은 가끔씩이라도 이번 김상중과 함께 했던 것처럼 한 사람의 게스트를 출연시켜 온전히 그를 위한 정글 체험을 구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것은 지금처럼 패턴화된 이야기를 깰 수 있는 시도이면서 동시에 최근 ‘1인’에 맞춰지고 있는 트렌드와도 잘 어울리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미 준비된 김병만은 아마도 이런 시도 속에서 그의 성장 또한 더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추석 특집은 여러모로 <정글의 법칙>에 의미 있는 가능성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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