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휴가’, 여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 이야기라고?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배우 조재현의 감독 데뷔작인 <나홀로 휴가>가 이번 주에 개봉한다. 굉장히 기분 나쁜 남자 이야기이다. 유부남이면서 어떤 여자에게 집착하며 10년 동안 스토킹을 하는데, 자기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할 이야기는 영화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 영화에 대한 조재현의 입장이다. 일단 논란이 된 인터뷰의 링크를 걸고 인터뷰를 인용해본다.(http://pop.heraldcorp.com/view.php?ud=201609131143148358725_1#hi)

*조재현은 “여성보다 남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 영화다. 여성 관객 중 10명 중 7명은 이 작품에 부정적이다. 나머지 3명은 공통점이 있다. 조금 생각과 사고가 다르다. 수용의 폭이 넓고 4차원이라고 해야 하나. 대화를 하면 내 입장보다 상대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는 그런 성숙한 여성은 주인공 강재의 마음을 이해를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재현은 “‘나홀로 휴가’는 남자들이 내 여자친구가 어떤 성향인가 테스트하기 좋은 영화인 것 같다. 굉장히 바르고, 정도를 걸어온 여자라면 영화 속 상황을 보고 불쾌할 수 있다. 남자가 실수를 하면 용서가 안 되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런데 이해하는 여자는 나중에 남자가 실수를 해도 한번은 다독거릴 수 있을 것이라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인터뷰는 대충 다음과 같은 흐름을 따른다. 일단 조재현은 스토커 주인공과 희생자 여성을 남자 대 여자로 일반화시킨다. 남자가 10년 동안 여자를 스토킹해도 남자 관객들은 남자라는 이유로 그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주인공을 이해하는 여자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성숙하다’. 그가 이 10년의 스토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도 귀찮다.



모든 사람들은 이야기꾼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찌질이 스토커라고 예외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야기 소재가 될 자격이 있다고 해서 그가 좋은 캐릭터의 자격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제대로 된 이야기라면 찌질이들은 그 안에서도 여전히 찌질하고 하찮으며 이야기꾼은 그 사실을 무시하지 않는다.

조재현은 이런 종류의 인간들이 여자들의 이해 밖에 있으며 이해를 받는다면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찌질남처럼 이해하기 쉬운 부류는 없다. 생각이 얄팍해서 속을 읽기 쉽고 어디에나 있어서 연구의 대상도 넉넉하다. 무엇보다 영화계에서는 대한민국 찌질남의 2대 수호 성인인 홍상수와 김기덕이 끝도 없이 영화를 만들어내며 이들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사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홍상수와 김기덕도 새 영화마다 이들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10년차 스토커를 역겨워하는 건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여서가 아니다. 그건 그가 그냥 역겹기 때문이다.

찌질이들을 다룬 영화가 가치가 있다면 그건 둘 중 하나 이상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 찌질이들을 다루면서도 여전히 이야기의 재미와 유머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이 찌질이들을 포함한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있거나. <나홀로 휴가>엔 전자는 없다. 그리고 누가 봐도 노골적인 범죄 이야기를 그리면서 여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창작자에게서 후자를 기대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나홀로 휴가>스틸컷 메이킹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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