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고 먹고’, 누구나 꿈꾸는 로망을 현실로

[엔터미디어=정덕현] 아무 것도 안하고 오로지 먹고 자고 먹고... tvN <먹고 자고 먹고>는 제목 그대로의 예능이다.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로망. 바다가 보이는 그림 같은 풍광의 리조트에서 휴양을 즐기며 갖가지 음식들을 마음껏 먹는 것. 그것이 이 예능이 추구의 전부다.

사실 너무 단순해 보이지만 이 단순함이 주는 힘은 의외로 크다. 말레이시아 쿠닷의 한 리조트에서 백종원은 그 나라에서 나는 것들을 갖고 이것저것 음식을 마음껏 만들고, 온유와 정채연은 아이돌로서 늘 신경 쓰던 다이어트 따위는 잊어버린 채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만끽한다.

그 흔한 미션 따위도 없다. 그러니 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것이 이들이 해야 할 유일한 것들이다. 백종원이 만들어 먹을 음식을 구상하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그걸로 음식을 만드는 그 과정은 다른 사람이었다면 ‘해야 할 일’이겠지만 그에게는 전혀 미션이 아니다. 그건 스스로도 말했듯 백종원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기 위해 쫓기듯 지냈던 온유나 정채연은 백종원이 음식을 만들 동안 그저 리조트에서 수영을 하거나 낚시를 하며 놀면 그만이다. 그리고 백종원이 만든 음식을 마음껏 먹는 건 이들이 그토록 하고팠던 로망이다. 그러니 이 예능에 반드시 해야 할 미션 따위는 없다. 그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즐기는 것뿐.

사실 <1박2일>이나 <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자주 해온 미션들이 음식을 주지 않고 ‘굶기는 것’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먹고 자고 먹고>는 이와는 정반대의 그림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공복이 만들어내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처절한 모습들이 <1박2일>이나 <정글의 법칙>에 ‘야생’의 느낌을 부여했다면, 음식을 만끽하며 즐기는 모습들은 <먹고 자고 먹고>에 휴양과 힐링의 느낌을 부여한다.



<1박2일>이나 <정글의 법칙>이 야생에서의 고생스러운 생존을 통해 현실감을 부여한다면 <먹고 자고 먹고>는 편안한 리조트에서의 휴양을 통해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판타지를 제공한다. 매일 그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단 며칠이라도 맘껏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 스몰 럭셔리와 셀프 힐링이라는 최근의 트렌드가 반영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사실 어찌 보면 <먹고 자고 먹고>는 먹방과 쿡방과 여행 예능의 조합처럼 보인다. 실제로 백종원이 해외 리조트에서 벌이는 쿡방이면서 온유와 정채연의 먹방이고, 휴양지에서 즐기는 여행 예능의 요소들이 이 예능의 전부다. 하지만 그런 익숙한 조합들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로그램 전반에 깔려 있는 ‘행복감’이 느껴지는 공기다.

<삼시세끼>가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안하는 것을 지향함으로써 예능에서 미션이라는 인위적인 요소를 빼놨다면, <먹고 자고 먹고>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과거 굶기던 예능에서 이제는 만끽하는 예능으로 가는 이 흐름은 아무래도 힘겨운 현실에 대한 잠깐 동안의 망각을 꿈꾸는 지금의 시청자들의 욕망 때문일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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