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2’, 어떻게 비아냥거림을 뚫고 반등에 성공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제는 어렵다고 생각했던 MBC 예능 <일밤 - 진짜사나이2>가 찰진 캐스팅 덕분에 기적적으로 반등했다. 해군 부사관에 도전하면서 볼거리의 한계를 어느 정도 완화한 영향도 있지만 프로그램을 살린 건 투머치투커 박찬호의 위엄, 안 그래도 독특한 솔비의 로마공주 소환, 까칠한 센 언니 서인영의 존재, <배틀트립>에서 보여준 것과는 전혀 다른 소탈함과 야전 능력을 가진 이시영의 에이스 본능 등등 각기 개성이 특출 난 캐릭터가 뽐낸 매력에 있다. 군대에서 연예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관찰하겠다는 <진짜사나이>의 기획의도가 모처럼 제대로 구현된 것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이번 해군 부사관편도 구조와 볼거리 측면에선 해군이란 점 외에 별 다른 건 없다. 훈련소에 아무것도 모른 체 입소해서 저질 체력을 드러내고, 어리바리하다가 엄한 교관에게 혼난다. 그리고 며칠 후 훈훈하게 이별한다. 자대 배치(혹은 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병영 생활에 흥미를 붙이고 군에 적응한다. 그런 대표적인 장면이 민낯과 일명 ‘짬밥’을 매우 맛나게 먹는 먹방이다.

그런데 이번에 혼성 편을 기획하면서 캐스팅의 구조 자체를 새롭게 짰다. 이번 편 캐스팅의 가장 큰 성과와 의의는 그간 큰형부터 막내, 고문관까지 나름 배역을 정하고 그에 맞는 인물을 수급해온 관례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대본만 없을 뿐 캐스팅한 멤버 구성원을 보면 정해진 배역에 배우만 바뀐 연극과 같았다. 그런데 이번엔 여군을 출연시켰음에도 혜리와 엠버 역할을 염두에 둔 캐스팅을 하지 않았다.



대신, 밑그림을 그리고 그에 맡게 캐릭터를 스토리텔링하던 전략은 뒤로 밀려났다. 그보다 우선 출연자들의 매력을 집중해서 부각했다. 기존에는 동기애와 전우애에 입각하여 전체 출연진의 조화를 많이 고려했다면 이번엔 각 개인이 가진 매력에 집중해서 캐릭터를 돋보이게 했다. 그래서 기존에 비해 분량이나 존재감 면에서 멤버들 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됐지만 몇몇 주요 캐릭터들이 떠나간 시청자의 마음과 웃음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전체적으로 이끌고 있다.

인간미를 더한 것도 재미를 배가한 원인 중 하나다. 안 그래도 독특한데 최근 전생에 로마공주였다는 걸 알았다는 솔비가 깍두기를 좋아하는 천진한 모습을 절묘하게 대비해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매사에 열정적인 리더 박찬호의 경우 지난 번 출연했을 때보다 훨씬 더 투머치토커의 면모를 드러낸다. 훈련부터 점호까지 진지한 눈빛과 말투로 다른 사람들은 경청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데 그런 진지함이 오히려 코미디가 된다. 왜냐면 다른 멤버들이 인터뷰에서 말하듯 박찬호는 머릿속에 늘 계획과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솔비와 박찬호가 한 조를 이뤘던 화재진압 훈련이나, 비상이함 훈련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코리안특급에서 수수한 인간미를 가진 수다쟁이 아재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와중에 박찬호는 승부욕과 열정 등 본받을 만한 덕목들도 간간히 내비친다.



권투를 했을 때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시영은 웃음을 담당하는 위의 두 인물과 달리 능력과 열정으로 호감을 끌어올린 케이스다. 어떤 훈련이나 교육 과정, 심지어 암기까지 수월하게 소화해내는 에이스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오래달리기도 박찬호를 능가하는 수준이고, 팔굽혀펴기 등에서 남군들과 비등한 체력을 선보였다. 수업 중의 숙지사항이나 암기 사항도 금방금방 익힌다. 삼계탕을 두 마리 이상 끊임없이 먹는 모습조차 응원해주고 싶은 현실에서 거의 본 적 없는,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여성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다.

예능은 스타가 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발판이다. 일명 ‘대세’는 주로 예능에서 탄생한다. 그 어떤 매체도 따라올 수 없는 친밀감 덕분인데 그 영향력은 무려 정우성이 천만 배우 황정민, 곽도원 등과 함께 웃음의 아수라장을 만들게 할 정도다. 그런데 발판 자체가 주목받는 경우도 있다. 예능이 스타를 만드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캐스팅은 발판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오늘날 예능은 캐스팅이 관건이라고 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왜냐면 웃음 생산능력보단 시청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교감을 할 수 있느냐가 몇 배는 더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찬호, 이시영, 솔비 등이 퍼트린 호감과 긍정적 에너지는 최근 폐지 보도까지 나올 정도로 어려움을 겪던 <진짜사나이>를 되살렸다. 이들 덕분에 늘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는 비아냥거림을 뚫고 다시 힘차게 진군 중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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