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치 도달한 ‘무도’, 대변혁이 절실해 보인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매회 예능의 역사를 쓰고 있는 MBC 예능 <무한도전>의 위상과 11년간 쌓은 압도적 실적에 비해 500회를 맞이하는 방식은 간소하다 못해 조촐했다. 본격적인 특집은 다음 회에 선보일 예정으로 살짝 어긋났고, 500회 특집 오프닝은 간단한 다과를 놓고 지나온 시간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일정이 꼬였는지 의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정작 500회를 수놓은 것도 <무도>가 그동안 지향했던 캐스팅과는 거리가 먼 대대적인 홍보성 출연이었다. 물론 재미는 있었고,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성향상 특별한 이벤트를 하지 않지만 이미 일상 속에 신뢰가 가득한 커플의 기념일일 보는 것 같았다.

<아수라>팀과 함께한 이번 특집은 스튜디오면 스튜디오, 야외면 야외, 멤버들끼리면 멤버들끼리, 게스트가 출연하면 함께 등등 각기 다양한 <무도>의 맛을 조금씩 볼 수 있는 샘플러 같았다. 멤버들도 활약했다. 이제는 영면기에 접어든 것 아닌가 싶은 깊고 긴 침체기에도 박명수는 냅킨 마우스피스로 웃음의 어퍼컷을 날렸다. 추격전에서 멤버들이 계급을 나누는 과정에서 리얼한 다툼, 게스트들과 대적하며 대역전을 이끌어간 일종의 쫄깃한 두뇌 싸움은 유독 게스트와 함께하면 약해진다는 평가를 따돌렸다. 웃음의 순도는 높았고, 주목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디오니소스나 포켓몬고처럼 시대상을 따라가는 제작진의 감각까지 팬덤의 <무한도전>이 될 수 있었던 요소들을 이번 한 편에서 조금씩 다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500회를 맞이한 오프닝에서 웃고 떠들며 나눈 이야기들을 곱씹고, 곽도원의 시청자 코멘터리가 입혀진 추격전에서 몇몇 멤버들의 미미한 활약상을 지켜보다 보면 500회 특집이 왠지 모를 시그널처럼 느껴졌다. 아니면 축제처럼 마음껏 즐길 여유가 없는 다이어터가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체지방측정표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날아가던 새도 웃겨서 떨어뜨렸던 박명수는 <무도> 황금기의 상징이다. 호불호를 떠나서 그가 만든 맥락의 불협화음은 캐릭터쇼의 근간이 됐다. 500회 오프닝에서도 유재석은 박명수의 활약상을 또 한번 언급하며 포기하지 않았고, 하하도 7년만에라도 부활하길 바랐다. 하지만 박명수는 이번 추격전에서 계급 설정할 때 깽판으로 웃음을 준 것 외에 실제 게임에서는 허무하게 죽었다. 덕분에 <무도>팀 상황을 순식간에 어렵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몇 번의 스포일러 유출을 한 전례를 그대로 답습해 정우성에게 가장 귀중한 정보를 그냥 넘겨주고 말았다. 그냥 방송일 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집중력이란 측면에서 현재의 상태를 짚고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었다.

<런닝맨>으로 치자면 하하, 정준하도 박명수와 함께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방송분량도 못 뽑고 이름표를 뜯긴 꼴이었다. 남은 멤버는 유재석과 자리를 못 잡은 광희, 그리고 이제는 합류했다고 봐야 합리적인 양세형이 전부였다. 애초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새로 합류한 이 두 멤버에게 맡겼던 것 자체가 이 둘을 더 부각하고 활약을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회이자 테스트에서 양세형은 과거 <무도> 추격전을 브랜드로 만든 노홍철처럼 판을 읽고 수를 직접 만들어내면서 존재감을 입증한 반면(물론 스타일은 다르지만), 광희는 추격전의 주인공이 됐지만 아쉽게도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며 곽도원 코멘터리의 주인공도 함께 됐다.



곽도원은 시청자의 입장으로 광희에게 차근차근 게임의 룰과 상황을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유재석을 보고 11년을 매주 이런 식을 끌고 가냐고, 도를 닦는 거냐고 했다. 현 <무도>의 상황을 단박에 꿰뚫어버린 촌철살인이었다. 박명수에 대한 멤버들의 바람과 타박, 새로 합류한 멤버들이 제발 자리를 잡길 바라며 중요한 타석에서도 대타 기용을 하지 않는 믿음, 연이은 콜라보를 통해 판을 키우는 캐스팅이나 기획 등도 현 상황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500회에서 웃음도 좋았고 추격전의 대역전극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오프닝에서 유재석이 남긴 ‘우리가 이 안에 살고 있다’는 말이었다. 시청자들은 <무도>가 그리고 멤버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매주 지켜봤다. 가까이서 보면 TV 쇼일 뿐이만 멀리서 보면 함께 살아가는 어떤 친근한 존재였다. 그래서 참견도, 훈수도, 관심도, 애정도, 분노도 많고, 기준도 차원이 다르게 높다. 그리고 만약 재미가 보장된다면 박명수의 말대로 500회를 찍고 1000회로 가는 여정을 멈추길 바라는 시청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에 진단(?)된, 혹은 송출된 신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릴 때다. 뒤돌아보기는 이제 500회 특집으로 그만했으면 한다. 현재 멤버들의 합에 변화를 갈망하는 여론은 정형돈의 행보에 보인 반응에서 충분히 드러났다고 본다. <무도>의 현 상황과 에너지레벨의 위험수치도 이번 특집을 하면서 시청자면 어렵지 않게 느낄 정도로 나타났다고 판단한다.

이제 물리적 나이든, 상황의 변화든, 시대와 문화적 공감대 등 예전과 같은 방식의 <무도>는 기대하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시대를 기약한다면 시즌제 도입이라는 재충전이든, 원년 멤버들과의 재결합이든 이 정도의 대변혁이 절실해 보인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원기를 충전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어쩌면 <무도>와 공중파 예능 역사에서 가장 큰 모험이자 도전을 늦지 않게 감행해야 하지 않을까. 토요일 저녁 늘 함께 있던 일상이 계속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이제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길 바래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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