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처럼 각인된 기억, ‘무도’의 장기 프로젝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왜 뜬금없이 500회에 ‘무도리 Go’라는 게임을 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 증강현실 기반의 게임이 선사한 것은 단순히 무도리를 잡는 재미 그 이상이었다.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했었던 기억에 남는 특집들을 ‘무도리’ 안에 집어넣어 게임을 하는 것이 추억을 되짚는 효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1라운드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 <무한도전>이 추억을 남긴 장소들, 이를테면 ‘여드름 브레이크’나 ‘강변북로 가요제’, ‘빡빡이의 습격’ 같은 특집이 벌어졌던 공간에서 무도리를 잡는 시간은 그래서 출연자도 또 시청자들도 그 추억 속으로 안내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찌 보면 500회를 맞아 자축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 특집을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낸 것.

그런데 이 과정에서 더 흥미로웠던 건 2라운드에 펼쳐진 장기 프로젝트가 벌어진 공간에서의 무도리 잡기였다. 조정, 댄스스포츠, 에어로빅... <무한도전> 멤버들은 장기 프로젝트의 힘겨웠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조정경기장에 도착한 유재석은 당시 너무나 힘겨웠던 몇 개월 간의 훈련과 경기 당일 생각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운 눈물을 쏟아냈던 기억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하하는 당시 미남 코치였던 김지호를 만나면서 울컥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런 사정은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댄스스포츠 연습을 했던 강남의 연습장을 찾은 정준하는 당시 안 되는 몸으로 땀을 쏟아가며 노력해 무대에 올랐지만 실수를 여러 번 해 무대에서 내려와서는 눈물을 흘렸던 자신의 기억을 떠올렸다. 에어로빅에 도전했던 강북의 한 에어로빅 연습장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이는 할마에가 있었다. 그 곳을 찾은 박명수는 한쪽 벽에 빼곡히 붙어있는 당시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그 힘들었던 도전의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들에게 장기 프로젝트란 어떤 의미였을까. 그것은 모두 잊어버린 것 같지만 그들의 몸속에 그대로 기억되어 있는 ‘시간들’이었다. 오랜 만에 조정을 하게 된 유재석은 전부 다 까먹었다고 밝혔지만 막상 배 위에 오르자 마치 계속 연습해온 선수처럼 자연스럽게 그 동작들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댄스스포츠를 다시 해 보이는 정준하도 마찬가지였다. 전혀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동작들이지만 그건 그의 머리가 아니라 몸에 각인되어 있었다. 다시 끝없이 이어지는 다이어트 동작을 하는 박명수 역시 체력은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과거의 장면들과 교차 편집된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머릿속으로 기억되는 것보다 몸에 각인된 기억. 이것은 아마도 <무한도전>이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같이 11년을 해온 시청자들에게도 특별한 이유일 것이다. 그저 평범한 시도들이었다면 벌써 지워져버릴 도전들일 수 있지만, <무한도전>은 그 도전이 몸속에 박혀 지워지지 않을 만큼 온 몸을 던졌고, 시청자들 역시 그 진정성을 느껴왔기 때문에 그 장소만 가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될 수 있었다는 것.

무도리를 잡는 증강현실 기반의 게임을 한 것이지만, 500회 특집은 그래서 <무한도전>이라는 기억이 마치 증강현실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걸 보여줬다. 길을 가다가 문득 그 곳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어떤 도전을 했었다는 걸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일.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결코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기억들. 500회 특집 ‘무도리 go’는 마치 증강현실처럼 우리 일상 속에 각인된 <무한도전>의 흔적들을 찾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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