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아이’, 왜 여행을 떠나지 않고 워터파크부터 갔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작년에 쿡방 열풍이 불었다면 올해는 여자 아이돌 관련 예능이 눈에 띈다. 특히 JTBC가 아이돌을 활용한 방송을 많이 내놓았는데, <걸스피릿><잘 먹는 소녀들>이 그렇고, <아는 형님>도 지금의 궤도에 오르기까지 게스트로 출연한 아이돌들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런 JTBC가 엠넷 <프로듀스101>의 유산인 ‘아이비아이’를 끌어안으며 또 하나의 여자 아이돌 예능을 런칭했다. 아이비아이는 I.O.I의 최종 11인에 들지 못했지만 나름의 가능성과 팬들을 확보한 김소희, 윤채경, 한혜리. 이수현, 이해인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으로 <헬로 아이비아이>는 방콕-파타야 여행을 떠나는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아이돌 리얼리티쇼다.

그런데 아이돌 리얼리티쇼는 올해 부각되기 시작한 아이돌 예능의 흐름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대형 기획사는 케이블 채널에서, 중소 기획사는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밀착 카메라 형식의 리얼리티쇼를 제작해 아이돌과 팬 사이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전략을 써왔다. 캐릭터와 매력을 드러내 팬덤을 모으고 인지도를 높이는 이미 오래 전에 증명된 공식이다. 관심의 포인트는 기존 노하우를 갖고 있는 CJ계열이나 MBC에브리원 채널이 아닌, 최근 (여자) 아이돌 콘텐츠 개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JTBC에서 기존 아이돌 그룹보다 인지도가 미약한 아이비아이와 아이돌 리얼리티쇼를 준비했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나름 기대가 컸지만, 1회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여행 버라이어티라고 해놓고 가장 중요한 1회분을 워터파크인 일산 ‘원마운트’로 간 의도에서부터 김이 샜다. 이들은 여행지에서 여왕, 평민, 하녀의 신분을 나누기 위한 게임을 했다. 여왕이 되면 여행지에서 나머지 멤버들은 그녀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하고 하녀가 되면 여왕의 명을 받아 다른 멤버들의 수발을 들어야 한다. 예능적 차원의 재미를 위한 설정임은 이해하지만 굳이 워터파크를 찾은 건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아이돌 리얼리티쇼의 핵심은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캐릭터이고, 멤버들의 사이좋은 관계를 보여주면서 그 속에 속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첫 회는 그간 다른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혹은 익히 알려진 매력을 더 집약해 보여줌으로써 이들의 여정에 빠져들게 만드는 후크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그런데 아무리 래쉬가드를 입고 있다지만 가슴에 포커스가 가 있는 1라운드 대결이나 건장한 남성 안전요원의 목마를 타고 게임을 벌인 2라운드를 포함해 워터파크에서 펼쳐진 게임에서 보이고 드러난 건 몸매밖에 없었다. <프로듀스101> 이후 ‘상큼하고 절박한’은 이제 여자 아이돌들의 대표 이미지가 됐기 때문에 더 이런 카메라워크가 불편해 보이고, 이런 상황을 만드는 설정 자체가 불만스럽게 다가왔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비아이를 처음 접하는 시청자들은 멤버들의 각양각색 캐릭터에 매력을 느낄 틈이 없었다. 대부분 해외여행이 처음인 귀여운 소녀들의 들뜬 여정에 관심을 갖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들 첫 번째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재밌는 이야기가 벌어질 거라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대신 이슈가 될 만한 대상화 마케팅에 선택과 집중을 한 까닭이다.

남자 아이돌에 비해 여자 아이돌들이 예능에서 각광을 받는 건 캔디부터 센언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으면서, 상큼하면서 발랄한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감정이입의 용이성이다. 물론, 아이돌 산업에 성적 대상화가 없다는 말은 거짓이지만, 일본 그라비아 아이돌 문화와 우리의 예능 작법은 엄연히 다르다. 몸매를 부각하는 장면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효과가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예능 콘텐츠로는 그리 매력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 본격적인 여행이 펼쳐지면 색다른 전개가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1회를 보고 낙심한 마음이 머쓱해지도록 전혀 다른 그림의 프로그램이 되길 바래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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