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 흔하디흔한 삼각관계를 뒤흔드는 재미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조정석이 연기하는 아나운서 이화신의 가슴에서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이야기는 이화신의 가슴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첫회 남자주인공의 가슴을 만지작대는 기상캐스터 여주인공 표나리(공효진) 때문에 화제가 된 이 드라마는 지금은 짝사랑하는 가슴의 고통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화신의 연기로 여전히 보는 이를 잡아끈다.

드라마 최초로 유방암에 걸린 남자주인공이 등장한 <질투의 화신>은 식상한 듯 식상하지 않은 재미가 있다. <질투의 화신>의 설정은 사실 식상한 로맨틱코미디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삼각관계의 연애, 여주인공 하나에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 둘, 거기에 자존감 없는 여주인공의 성장담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이 빤하고 빤한 구도가 달라지는 건 그 삼각관계의 삼각형 때문이다.

<질투의 화신>의 삼각형은 특별하다. 물론 <질투의 화신>의 삼각형 안에 일루미나티삼각형처럼 무슨 거창한 음모론을 담았다는 건 아니다. <질투의 화신>은 삼각형을 뻔뻔하게 뒤집는다. 그러면 역삼각형의 삼각관계가 나타난다.

드라마의 삼각관계는 겉보기에는 흥미로워도 사실 안정적이고 비현실적인 구도다. 여주인공은 항상 제자리에서 사랑 받는 존재다. 그리고 각기 성격이 다른 두 명의 남자는 각기 다른 매력과 전략으로 그 여주인공의 마음을 산다. 대사는 달콤하고, 상황은 달달하고, 환상이 현실을 녹여낸다.

하지만 이 삼각형을 역삼각형으로 뒤집으면 구도는 흔들흔들 불안하다. 대신에 이 삼각형은 어디로 기울어질지 모르는 모양을 띄고 있다. 불안하고 어이없지만 동시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삼각관계를 뒤흔드는 재미가 있다.



실제로 <질투의 화신>에서 역삼각형의 삼각관계는 사랑에 주도권을 쥐는 자와 짝사랑 때문에 사랑앓이를 하는 자가 수시로 바뀐다. 과거 표나리는 이화신을 짝사랑했다. 하지만 암 투병 이후 이화신은 자신의 유방암을 처음 발견해주고 자신을 다독여주는 표나리를 짝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화신과 표나리의 키스 이후 이제 가슴앓이는 재력과 매력을 다 갖춘 왕자님 타입, 혹은 마성의 바이섹슈얼 남성 코드가 녹아 있는 고정원(고경표)의 몫이다.

반대로 애정의 권력에 따라 인물의 인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짝사랑만 하던 궁상맞은 표나리는 사랑의 권력을 쥐면서 처음으로 안정적이고 가끔은 애정관계를 은근히 가지고 노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반면 초반 밥맛없는 마초 이화신은, 어느새 짝사랑에 빠진 청순가련 남자주인공에서 갑자기 표나리와의 키스신을 통해 친구의 여자를 빼앗지만 그게 더 당연하게 보이는 매력적인 남자주인공으로 돌변한다.

사실 우리의 애정관계도 그렇지 않은가? 최초의 승자는 있으나 영원한 승자는 없다. 사랑의 감정은 언제나 변하고 또 변하는 것이니 말이다.



주인공의 삼각관계만이 아니라 계성숙(이미숙), 방자영(박지영)의 딸 이빨강(문가영), 김락(이성재)을 중심에 둔 삼각관계 또한 그러하다. 물론 두 여자 라이벌의 삼각관계는 애정의 삼각관계보다는 경쟁의 삼각관계에 더 가깝다. 암사자 두 마리가 먹잇감을 하나 두고 으르렁대는 구도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애정의 삼각관계 못지않게 라이벌 간의 경쟁 삼각관계 또한 드라마에서 독특한 재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첫 장면에 대놓고 이 드라마의 작전을 암시하기도 했다. <질투의 화신>은 날씨를 예보하는 표나리의 모습을 따라가며 드라마의 문을 연다. 하지만 카메라는 완벽한 방송의 모습보다 어수선한 그 뒷모습들을 집중적으로 담아낸다. 그 중에서도 옷이 너무 커 뒤쪽을 집게 두 개로 집어놓은 표나리의 뒷모습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 드라마가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가 지닌 삼각관계의 뒷모습을 그려낼 거라고 미리 시청자에게 알려준 셈이다.

실제로 <질투의 화신>의 대사나 에피소드들은 로맨스물이라 보기에 너무 직접적이고 거칠어서 가끔은 황당하다. 그렇다고 그 대사들이 너무 달나라 4차원 인물들의 대사 같아서가 아니다. 바로 현실에서는 일어날 법한 애정관계의 대사나 상황인데 드라마에서는 결코 다루지 않을 법한 것들을 다루기에 그렇다.



특히 갯벌 장면은 이러한 <질투의 화신>의 역삼각관계 묘미가 모인 결정적 장면이다. 여주인공은 자신이 자식처럼 키워온 동생의 영양보충을 위해 뻘에서 낙지를 캐는 데 열중한다. 하지만 뒤에서 두 남자는 여주인공 하나를 두고 친구끼리 육탄전을 벌인다. 사랑에 눈 먼 두 남자는 우정에 아파하면서도 치고 박기 바쁘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눈에는 오직 남동생에게 먹일 낙지가 전부다. 그리고 결국 싸움에서 이긴 고정원이 이화신의 다리를 질질 끌고와 “누구를 더 사랑하느냐”고 남자답게 소리치는 그 순간에도 이 드라마는 우리를 배반한다. 여주인공은 두 남자 때문에 양동이가 엎어져 사방으로 도망치는 낙지에만 관심이 있다. 그 순간에 사랑이 무슨 상관, 뼈 빠지게 잡은 낙지가 더 중요하지.

이처럼 황당한 샛길로 빠지는 듯하면서도 <질투의 화신>은 애정관계의 팽팽한 긴장감만은 놓치지 않는다. 그건 그간 현실적인 생동감과 비현실적인 블랙유머를 뒤섞을 줄 아는 서숙향 작가 특유의 작법이 이 드라마에서 빛을 발해서이기도하다. 또한 자칫 황당할 수 있는 장면들에 독특한 분위기를 입혀 오히려 매력을 살려낸 연출의 힘이기도 하다. 항상 비슷한 듯하면서도 특유의 생동감만은 잃지 않는 여주인공 공효진과 실질적으로 코믹과 멜로, 몸 연기와 감정 연기를 오가며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남자주인공 조정석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작가와 연출과 연기의 삼각구도가 제대로 맞물려 있으니 아무리 역삼각형으로 뒤집어놔도 <질투의 화신>이 드라마적인 힘을 잃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겠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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