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이 갈수록 점점 더 잘나가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딱히 선거 국면도 아닌데 JTBC <썰전>의 시청률이 5%대 시청률을 넘나들며 고공행진 중이다. 공중파의 웬만한 예능들과 비교해도 수치상으로 밀리지 않는 데다, 영향력까지 생각하면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들을 저 멀리 떨어뜨려놓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2~3%에 머무는 <아는 형님><비정상회담><냉장고를 부탁해> 등 JTBC의 다른 대표 예능들과 비교하더라도 한 단계 위에 올라 서 있는 성적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2013년 2월 시작한 이래 4년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이철희 강용석 시절의 예능과 정치가 결합한 정치 토크 예능의 신선함은 당연히 아니다. 올해 1월 출범했으니 유시민 전원책 체제가 탄탄하게 자리 잡은 지도 꽤 오래된 일이다. 물론, 진정한 보수를 내세우는 전원책의 예능 친화적인 캐릭터와 친근해지고 여유로워진 유시민이 주고받는 합이 더욱 무르익긴 했지만 최근의 상승세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아닌 듯하다. 최고 등급의 MC 중 한 명인 김구라도 해당 요인이 아니다. 질척한 현안에 안쓰럽고 피곤한 표정으로 앉아서 토론의 진행을 도와줄 뿐 견해를 드러내거나 ‘노토리어스’한 특유의 독설로 웃음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개인기나 재연에서의 미숙함을 무기로 내세우는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 <썰전>을 사람들이 더 많이 챙겨보고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은 방송 차원의 이슈가 아니라, 그 밖에서 불어온 바람의 여파라고 볼 수 있다. 현실의 답답함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모여든 현상이라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썰전>을 비롯한 정치 토크쇼에 대한 기대와 재미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 혹은 불만을 바탕으로 한다.

돌이켜보자. 정치 이야기는 가급적 피하도록 배우고, 방송에서 뉴스라도 ‘VIP’에 반하는 견해를 드러내길 절대적으로 금기시하는 우리나라에서 몇 해 전 정치 이야기와 웃음을 버무린 토크쇼가 대성공한 적이 있다. 그 배경에는 기존 방송 헤게모니를 사뿐히 뛰어넘는 애플의 팟캐스트 사업과 이명박 정부의 어두움이 있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고, 대선을 앞두고 변화가 되어야만 할 것 같은데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정치적 관심이 장외에서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정치 토크쇼는 논란이 있거나, 특정 목표가 있을 때 콘텐츠로서 힘을 강하게 발휘한다. 종편 토크쇼가 선정적인 태생적 배경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썰전>이 상승기류를 타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뭔가 안 좋게 돌아가는 데 기존 언론은 알려주고 짚어주지 않는다는 불만과 유시민(때때로 전원책)에 대한 신뢰가 동시에 깊어진 거다. 정부와 여당은 분란과 문제와 의혹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지만 해명이나 설명이 없다. 국회에서는 국감을 볼모로 한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청와대는 으름장으로 일관한다. 소통이 단절됐다. 그런데 카운터 파트너도 변변찮아 진흙탕이 맑아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쉽게 품기 어렵다.

뭔가 잘못 되어가는 것 같은데 공중파 뉴스에서는 별일 없이 산다고 한다. 정부 기관, 예를 들어 국민안전처는 중국 어선에 공권력이 짓밟혀도 우리 국민의 눈앞에서 감추려고 한다. 그런데 <썰전>은 설명을 해주고, 누가 나쁘다는 걸, 나쁘다고 의심된다는 걸 지적한다.

이런 분위기, 정권의 여러 의혹은 <썰전>에게 기회가 됐다. <썰전>은 공중파 뉴스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는 박근혜 정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포함한 정치 시사 이슈를 피하지 않고 맥락까지 짚어준다. 한미 약품의 공매도 주식 문제, 차은택 CF감독, 전경련, 최순실 등 권력형 비리에 관한 뉴스를 어디서 무엇 때문에 문제가 되는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준다. 지난주에는 첨예하게 대립중인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와 부검이 무슨 정치적 입장이 달린 이슈를 양측의 입장에서 정리하고 상식선에서 판단하기도 했다. 즉 견해가 있음이 <썰전>이 가진 신뢰 요인이다.



현재 <썰전>의 상승기류는 현실의 답답함에 기원한다. 그래서 몰랐던 이야기와 현안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정할 수 있고, 아무도 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과 위안, 더 나아가 희망을 엿보게 된다. 여기서 핵심은 기타 종편의 자극적인 정치토크쇼와 다른 점은 편 가르고 싸움을 붙거나 일방적으로 욕을 퍼 붇는 게 아니라 이렇게 다른 존재들이 함께하는 사회에서 앞으로 잘하기 위해서,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 현안을 어떻게 보고, 해결했으면 좋겠느냐는 논의에 있다.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출구전략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썰전> 앞으로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전원책과 유시민의 공허한 치고받기가 아니라 품격 있는 정부와 정치, 상식적인 세상에 대한 희망을 보고 싶어 한다. 그것이 <썰전>의 시청률을 높이는 시청 동기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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