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솔비로 부활한 ‘진사2’, 결국 출연자가 관건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예능 <일밤 - 진짜 사나이2>가 해군특집을 시작한 지난 8월 21일 그 첫 시청률은 10%(닐슨 코리아)였다. 이전 ‘개그맨 특집’의 시청률이 8.3%에 머물렀던 걸 염두에 두고 보면 이 해군특집은 그 기획 자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 후 이 해군특집은 2회 만에 12%를 넘어섰고 시청률만이 아니라 화제성까지 이어지며 13%를 넘기면서 마무리 되었다. 도대체 해군특집의 무엇이 시들해져 가던 <진짜 사나이>의 드라마틱한 부활을 가능하게 한 걸까.

<진짜 사나이>는 사실 그 리얼리티 상황의 강도에 있어서는 그 어떤 프로그램도 따라오기가 힘들다. 경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1박2일>이 가진 야생성이 야외취침이나 공복을 만드는 복불복 정도라면 <진짜 사나이>는 땀이 철철 흐르고 눈물이 나며 심지어 부상의 위험까지도 감수해야 할 정도다. 게다가 ‘여군특집’이 합쳐지면 그 강도는 더 높아진다. 여군으로 투입된 출연자들은 눈물, 콧물은 물론이고 강도 높은 작업으로 겨드랑이에서 철철 흐르는 땀까지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진짜 사나이>가 갈수록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떨어졌던 건 그 강도 높은 훈련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이 그 자극에 점점 둔감해졌기 때문이다. 자극은 보다 높은 자극으로 갈 때만이 계속 집중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의 군대 체험에서 강도 높은 훈련이란 어느 선이 있기 마련이다. 보는 이들을 잔뜩 긴장하게 만드는 조교나 선임들의 등장도 반복되다보면 긴장감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자극으로만 계속 치달을 수도 없는 것이 <진짜 사나이>가 가진 딜레마였다.

하지만 이번 해군특집은 독특한 지점에서 <진짜 사나이>가 가진 이 딜레마를 넘어설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하며 반전을 일궈냈다. 그건 훈련 상황의 강도가 아니라 그걸 받아들이는 출연자들의 독특한 캐릭터가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시영과 솔비다. 이시영은 ‘여군특집’의 주인공으로서가 아니라 여태까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녀 출연자 전체를 통틀어 독특한 출연자로 자리매김했다.



남자들도 힘겨워하는 훈련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실제로도 남자들 이상으로 잘 적응해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었다. 암기면 암기, 체력이면 체력 또 정신력이면 정신력, 무엇하나 빼놓을 게 없는 말뚝 박아도 잘 적응해낼 그런 캐릭터. 게다가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것이 ‘식탐’이다. 그녀는 연예인이라는 입장 따위는 접어둔 것처럼 먹고 또 먹는 것이 군 생활에서의 즐거움이라는 걸 여지없이 보여줬다. 그렇게 먹어서 심지어 뱃살이 나왔다는 걸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캐릭터라니.

솔비는 엉뚱한 방식으로 군 생활의 강도를 무화시키는 면면을 드러냄으로써 <진짜 사나이>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 늘 진지하게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는 이 강도 높은 해군의 훈련 상황 속에서도 긴장을 풀어주는 웃음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물론 이런 식의 엉뚱함을 보여준 출연자들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솔비가 독특했던 건 그런 엉뚱함에 지청구를 날리는 교관들 앞에서도 그녀는 전혀 주눅 드는 모습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게 가능했던 건 솔비 특유의 해맑음 때문이었다. 못해도 순수하게 진심을 드러내는 데야 교관들이라고 어찌할 도리가 있을까.

여기에 제2 갑판장의 캐릭터를 선보인 투머치토커 박찬호나 뜬금없이 갑판에서 사투리 <개그콘서트>를 하는 양상국 같은 인물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며 <진짜 사나이> 해군특집은 드라마틱한 부활의 반전을 이룰 수 있었다. 결국 훈련 강도보다 중요한 건 어떤 출연자가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가라는 걸 이번 해군특집은 잘 보여줬다. 이시영과 솔비가 보여준 것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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