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 앤 트루’는 과연 어떤 마술을 부릴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화요일 밤 저조한 성적표에도 굴하지 않는 스포츠 정신으로 버텨온 강호동의 <우리 동네 예체능>이 막을 내렸다. 명절 이벤트인 <아육대>를 제외하곤 최근 찾아보기 힘든 스포츠를 소재로 삼았던 예능인만큼 후속작도 소재가 남다르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트릭 앤 트루>는 <마리텔>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한 것 외에 오늘날 예능에서 자취를 감춘 마술과 EBS의 과학실험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과학실험쇼를 갖고 나왔다. 마술과 과학, 즉 재미와 교양이란 양 날개 콘셉트로 승부수를 띄운 인포테인먼트 예능이다.

이미 검증도 한 차례 거쳤다. 지난 추석 <트릭 앤 트루-사라진 스푼>이란 이름의 파일럿으로 선을 보여 동시간대 1위인 6.9%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평도 나쁘지 않았다. 재미와 함께 <스펀지>를 잇는 일종의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란 점이 마케팅 포인트였다. 이런 평가 덕분에 <트릭 앤 트루>는 무난하게 정규편성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과연 마술과 과학이 오늘날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까?

이번 주 첫 방송은 그에 대한 나름의 준비한 해법을 제시한 시간이었다. 우선 과거 1980~90년대처럼 단순히 마술쇼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마술사와 과학강사가 등장해 앞으로 보여줄 쇼에 관한 브리핑을 한다. 그리고 둘 중 한 명이 준비한 쇼를 KBS 희극인들이 가면을 쓰고 펼쳐 보인다. 그러면 전현무의 원톱 진행 하에 김준현, 김종민, 문지애, 페퍼톤스, 트와이스 등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패널진은 방금 본 것이 과학적 현상을 기반으로 한 과학쇼인지 마술인지 각자 과학상식과 감을 동원해 추리하는 난상토론을 벌인다.



마술과 과학을 내세웠지만 예능적 재미와 가능성은 파일럿 때도 그랬던 것처럼 전현무가 이끄는 추리 과정의 토크에 있다. 방금 본 것이 마술일까 과학일까를 알아내려는 토크 과정은 <트릭 앤 트루>가 <스타킹>이나 마술쇼가 아닌 예능인 이유다. 마술과 과학 모두 호기심을 근본으로 삼듯, <트릭 앤 트루>도 과연 방금 본 것이 무엇인지 알아맞히고자 하는 예능 차원의 호기심을 가장 중요한 동력원으로 삼는다.

왠지 익숙하지 않는가?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복면가왕>의 마술 버전이다. <복면가왕>은 가창력 대결, 복고 이외에 다른 스토리텔링을 마련하지 못하던 음악 예능에 추리라는 호기심을 집어넣으며 새 생명을 마련했다. 복면 속 인물에 대한 호기심은 노래의 감동을 배가시키고 이 쇼를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스토리텔링 요소다. 그 덕분에 여타 음악예능에 비해 롱런할 수 있었다. <트릭 앤 트루>가 <복면가왕>에서 빌려온 것은 가면만이 아닌 것 같다. 예능 차원의 호기심을 마술과 과학의 호기심과 더해서 토크쇼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 토크 분량은 마술과 과학쇼가 지닌 일회적 볼거리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보완재이자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검증된 무기다.



그래서 이 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신기한 마술보다도 전현무다. 더블MC로 알려졌던 김준현을 앉혀두고 그동안 라디오 DJ부터 <히든싱어><비정상회담><문제적 남자><판타스틱듀오> 등 다수와 함께하는 진행에서 특화된 재능을 선보였던 그는 성규, 김종민, 페퍼톤스 등 그동안 여기저기서 호흡을 맞춰온 인물들과 입담을 주고받으면서 경쾌한 분위기와 웃음을 만들어낸다. 어떻게든 맞추려고 추리하고 자신만의 논리, 엉뚱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패널들과 이를 적재적소로 받아들이고 풀어내는 전현무의 진행능력은 이 쇼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을 지닌 부분이다.

<트릭 앤 트루> 기자간담회에서 전현무는 “요즘 너무 많은 프로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비슷비슷한 프로도 많은데 정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콘텐츠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요일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콘텐츠인 것도 맞고, 전현무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도, 그가 보여주는 능력이 눈길을 끄는 것도 맞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포맷의 쇼는 기본적으로 통칭 야외 예능이라 할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는 캐릭터쇼들과 비교했을 때 이슈 생산과 충성도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 마이너한 버전이란 점이다. 이 포맷으로 성공한 유일한 강자는 MBN이며, 이들의 시청자 층과 다룰 수 있는 수위와 소재의 한계를 생각했을 때, 전현무의 능력만으로는 <불타는 청춘>의 알콩달콩 로맨스를 꺾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목표치를 어디에 두고 만족하느냐가 이 쇼의 안정성과 롱런할 수 있는 가장 큰 기반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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