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행복은 단순한데, ‘삼시세끼’ 이서진이 전하는 위로

[엔터미디어=정덕현] 투덜이 이서진이 달라졌어요? tvN 예능 <삼시세끼> 첫 회에 “망했다”를 연발하고 나영석 PD에게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투덜댔던 이서진이 달라졌다. 투덜대는 모습보다는 흐뭇한 미소를 더 많이 짓는다. 그게 다 에릭 덕분이다. 처음에는 별 기대를 안했던 이서진이었지만 차츰 그의 요리를 접하면서 기대를 하게 되고 다음 요리를 위해 귀차니즘까지 포기한 채 바지락을 캐러 나가게 되었다.

에릭이 매 끼니의 요리를 만들어 내놓을 때마다 그걸 맛본 이서진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물론 이서진의 반응은 무덤덤에 가깝다. 잘 해도 “잘한다 얘” 정도이고, 정말 맛있어도 “맛있어”라는 표현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안다. 그것이 진짜 그가 보여주는 최고의 표현이라는 걸. 평소 그런 흐뭇함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이기 때문에 그가 그렇게 말하며 보여주는 보조개는 보는 시청자들마저 미소 짓게 만든다.

사실 <삼시세끼> 정선편에서 이서진에게는 차승원 같은 존재가 없었다. 그래서 요리불능자인 이서진과 역시 요리가 익숙하지 않은 옥택연은 ‘괴식’을 만들어 먹기 일쑤였다. <삼시세끼> 초창기의 재미는 바로 거기서 나왔다. 시커먼 남자 둘이 삼시세끼 챙겨먹는 일이 온통 ‘모험’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이서진의 역할은 중요했다.

시골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도시인의 전형으로서 생각으로는 로망일 수 있지만 실상은 피곤할 수 있는 시골의 양면을 특유의 투덜댐으로 잘 보여줬다. 그러면서 조금씩 적응해가고 그래서 시골 살이가 주는 즐거움도 조금씩 보여준 이서진은 이 프로그램의 공기 같은 존재나 다름없었다. 시골의 삶에 있어서만큼은 백지상태라 그 리트머스지에 묻어나는 반응들이 온전히 시골의 느낌들을 전해주는 그런 존재.



그가 투덜대면 피곤할 수 있는 시골의 공기가 느껴지고, 그가 보조개를 드러내면 그러면서도 어떤 위로와 위안을 주는 포근한 시골의 공기가 느껴진다. 그런 그에게 이번 득량도에서의 <삼시세끼>는 행복 그 자체다. 함께 하게 된 에릭이 뭐든 척척 음식을 맛나게 내놓기 때문에 그걸 먹는 기대감에 만드는 과정이나 재료를 구하는 과정 자체도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삼시세끼>를 더 오래 해오며 그 프로그램의 공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이서진이 있고, 그 공기에 요리를 통해 행복의 기운을 더해주는 에릭이 있으며, 힘들고 궂은 일은 나서서 자신이 하는 힘 좋고 사람 좋은 막내 머슴 같은 윤균상이 있으니 이번 득량도에서의 나날들은 더할 나위가 없게 되었다. 이번 득량도에서의 <삼시세끼>는 그래서 점점 더 본질에 가까워지고 있다. 방송이 온전히 끼니를 챙겨먹는 것으로만 가득 채워도 충분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순신 장군이 많은 양식을 얻을 수 있어 붙였다는 이름에 걸맞게 득량도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식재료들을 내놓는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그저 걷기만 해도 마치 게임을 하듯 얻을 수 있는 조개들이 보인다. 바다로 나가 낚싯대를 드리우면 윤균상 같은 초짜도 물고기 낚는 일이 어렵지 않다. 10종의 어류를 잡아 수족관에 채워 넣으면 용돈 10만원을 준다고 나영석 PD는 꼬드겼지만 그건 득량도에서는 너무나 쉬운 일이 되었다. 어디든 어종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에 눈살이 잔뜩 찌푸리진 시청자들에게 <삼시세끼>의 지극한 단순하지만 자족적인 삶은 그 자체로도 위안을 준다. 도대체 뭐가 아쉬워 저렇게 욕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가. 득량도라는 넉넉히 그들을 품어주는 자연의 풍족함 속에서 에릭 같은 요리 능력자가 매 끼니를 만찬으로 만들어주니 그걸 만끽하는 이서진과 윤균상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그리고 그것은 본래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보여주려는 것일 지도 모른다. 대단할 것 없이 이토록 단순한 것이 삶의 본질이라는 것. 이서진의 보조개 하나로도 충분히 표현되는 행복이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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