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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 유래 논쟁을 매듭지을 가장 확실한 근거
기사입력 :[ 2016-11-03 15:03 ]


고기 못 먹어 생긴 증상을 뭐라고 할까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이렇게 시작된 닭도리탕 논쟁은 ‘조리한 닭탕’ ‘도려낸 닭탕’이라는 상상력의 장으로까지 확대된다. (중략) 상상은 자유지만 단어를 만드는 기본을 무시한 엉뚱한 상상일 뿐이다.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도리탕’이란 이름을 가진 음식이 이미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도리탕(挑李湯)’은 1920년대의 책에 평양이나 개성의 음식으로 소개됐다.”

닭도리탕의 유래를 둘러싼 분분한 주장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정리한다. 이로써 논란이 매듭지어질지 여부는 의문이나, 저자는 적어도 확실한 근거를 대면서 말한다. 이는 우리 음식과 관련한 낱말을 소개하는 이 책의 미덕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독자는 ‘빈대떡’이 ‘빈자(貧者) 구휼을 위한 음식’이라거나 ‘오징어’는 ‘까마귀를 잡아먹는 물고기’에서 나온 말이라는 등의 재미난 어원풀이가 지어낸 이야기라는 이 책의 설명을 신뢰해도 된다. (‘오징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이 기사를 읽으면 된다.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5071712572911969)

독자는 또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음 직한 우리말의 ‘솔기’ 같은 부분을 이 책을 읽으며 떠올리게 된다. 예를 들어 ‘쌀’의 옛말을 ‘ㅂ살’이라고 설명하는 다음 대목이다.

“이와 관련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1세기 송나라 사람이 쓴 『계림유사』에 나온다. 이 책은 고려 단어 353개를 소개했다. ‘쌀’의 발음은 ‘보살’(菩薩)로 표기했다. ‘ㅂ살’을 표현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심하다 두 글자를 쓴 것으로 보인다.”

‘쌀’ 앞에 ‘ㅂ’ 발음이 있어 ‘조쌀’이 ‘좁쌀’이 됐고 마찬가지로 ‘찹쌀’ ‘멥쌀’이 됐다.

‘이’는 흰쌀을 뜻한다. 옛말은 ‘잏’였다. ‘잏’이 ‘밥’과 만나면 이팝이 된다. 이팝 같은 꽃을 팝콘처럼 얹은 나무는 이팝나무다. ‘머리’도 과거에는 ‘머맇’였다. 그래서 ‘머리가락’이 아니라 ‘머리카락’이 됐다. ‘살코기’가 아니라 ‘살코기’인 것은 ‘살’이 과거에 ‘삻’이었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돌림자는 ‘어’다. 그런데 묘하게도 ‘어’ 앞에 붙는 글자의 받침에 ‘ㅇ’이 붙은 것이 많다. 가장 익숙한 ‘붕어’와 ‘잉어’는 각각 ‘부어(鮒魚)’와 ‘이어(鯉魚)’로 쓴다. ‘농어’와 ‘상어’도 한자의 앞 글자가 각각 ‘로’와 ‘사’로 발음된다. 저자는 이 수수께끼도 풀어준다. 옛날에 ‘魚’는 ‘응어’로 읽었다는 것이다.

◆ 고기 못 먹어 생긴 증상을 뭐라고 할까?

여기서부터는 이 책의 개정증보판이 나온다면 추가나 보완을 요청하고픈 것 중 몇 가지를 쓴다. 우선 저자가 다음과 같이 서술한 부분을 읽어보자.

“인간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 동물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식물성 음식은 필수적이고 동물성 음식은 선택적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인간의 갈망과 집착은 필수적인 요소인 식물성 음식이 아닌 선택적인 요소인 동물적 음식으로 향한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채소를 먹지 못해 안달이 나는 사람은 드물다.”

고기는 인류가 오늘날의 존재로 진화하게 된 결정적 영양소였다. 현생 인류가 고기를 좋아하는 데엔 이런 이유가 있다. 채소를 먹지 못해 안달이 난 증상은 없어도 고기를 먹지 못해 생긴 증상은 있다. 그런 증상을 ‘소증(素症)’이라고 한다. 위 대목에 ‘소증’ 같은 단어를 넣었으면 더 좋았겠다.

저자는 아귀의 별명 ‘물텀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부들이 반길 리 없는 물고기다. 그러니 잡히는 족족 바닷물에 다시 던져 놓는다. 묵직한 몸뚱이가 물에 떨어질 때마다 ‘텀벙텀벙’ 소기가 난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물텀벙’이다.”

여기서 끝내기는 아쉽다. 책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는 아귀 외에도 ‘물텀벙’이라고 불리는 물고기가 더 있다고 알려준다. 물메기와 꼼치다. 물메기와 꼼치는 아귀보다는 착하고 순하게 생겼다. 꼼치는 예로부터 해장국감으로 쓰였다. 『자산어보』는 “꼼치는 살은 매우 연하고 뼈가 무르며 맛은 싱겁지만 술병을 고친다”고 전했다.

어업을 모르는 일반인도 많이 들어봤을 ‘안강망’이라는 그물 이름이 바로 아귀에서 나왔다. 책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는 안강망(鮟鱇網)의 안(鮟)과 강(鱇)은 모두 아귀를 뜻하는 한자라고 뜻을 풀이한다.

물고기를 다루는 대목에서 ‘새끼’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다. 어린 갈치는 ‘풀치’고 숭어 새끼는 ‘모치’다. 고등어 새끼는 ‘고도리’라고 부른다.



◆ 해돈은 무엇이고 하돈은 무엇일까?

나도 곁들일 거리가 있다. 돼지의 옛 이름이 ‘돝’이었다는 어원 설명에도 여러 갈래를 칠 수 있다. ‘도토리’와 ‘돌고래’도 ‘돝’과 관련이 있는 단어다. 도토리는 ‘돝의 밤’이라는 뜻의 말에서 비롯됐고 돌고래는 ‘돼지처럼 생긴 고래’라는 말에서 나왔다. 돌고래는 한자로 해돈(海豚)이라고 쓰고, 이 단어는 요즘 중국어에서도 쓰인다. 그럼 하돈(河豚)은 무엇일까? 복어다.

이 책에서 시래기와 우거지를 서술한 부분은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는 “동치미를 담글 때나 배추김치의 소를 만들 때는 무의 뿌리 부분만 쓰기 때문에 푸른 잎 부분인 ‘무청’은 잘라낸다”며 “무청을 잘 말리면 시래기가 되는데 비타민이 부족한 한겨울에 좋은 반찬이 된다”고 말한다. 이어 “배추김치를 담글 때도 겉의 푸른 잎은 떼어내는데 그렇게 떼어낸 것이 우거지”라며 “(어원이 불분명한) 시래기와 달리 ‘우거지’는 ‘위 걷이’ 정도로 풀이가 된다”고 덧붙인다.

많은 사람이 ‘무청 말린 건 시래기, 배추 잎 말린 건 우거지’라고 구분한다. 저자도 이를 따른 듯하다. 그러나 시래기는 ‘무청이나 배추의 잎을 말린 것’을 가리킨다. 그러니 시래기는 ‘무청 시래기’와 ‘우거지 시래기’로 나뉜다. 또 우거지는 시래기가 아닌 다른 음식이나 용도로 쓰일 수도 있다.

우리말 이야기는 끝없이 펼쳐진다. 음식 이야기도 끝을 내기 어렵다. 『우리 음식의 언어』가 더 푸짐하게 한 상 차려지기 기대한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smitten@naver.com

[사진=tvN, 어크로스]

[책 정보]
한성우 지음, 『우리 음식의 언어』, 어크로스,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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